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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8일 '대북송금 의혹사건'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출두하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지난해 8월 18일 '대북송금 의혹사건'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출두하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 연합뉴스 배재만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천만원을 선고받고 구속중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사건의 원심을 깨고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핵심 증인으로 볼 수 있는 김영완씨가 미국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또 박 전 장관에게 150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도 사실상 부인했다.

따라서 이날 대법원은 항고심 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이 사건을 고법에 환송했다.

김영완-이익치 진술 증거능력 모두 부인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2000년 4월 당시 박지원 문광부장관이 돈을 달라고 한다는 김영완씨의 전언을 들은 정몽헌 회장이 이익치 회장을 통해서 박 장관에게 1억원짜리 CD 150장(150억원)을 건넸고, 박 장관은 이 CD를 김영완씨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는 한편으로 그 가운데 20~30억원 가량을 썼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영완씨와 이익치씨의 이같은 진술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2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한 판결문에서 김영완씨의 경우 신변 위협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진술서의 작성 동기나 목적 등이 석연치 않는 등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익치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CD의 전달사실을 시인한 이후 다른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하면서도 그 전달 날짜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면서 "전달 날짜를 의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계좌추적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사항이 나오지 않은 점과 경험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감사 인사를 마땅히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몽헌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원심의 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박지원이 김영완에게 뇌물요구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이익치의 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의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김영완이 작성한 진술서 등의 기재내용과 부합한다는 점을 이익치 진술의 신빙성의 근거로 내세운 잘못이 있다.…(중략)…박지원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아니한 채 이익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했다.…(중략)…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점들에 대해 더 심리를 한 다음,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익치씨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 유·무죄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김영완 진술서'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이익치가 이 사건의 CD를 피고인에게 건네준 것을 알지 못하고 정 회장이 직접 이 사건 CD를 건네준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정몽헌에게 인사하는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몽헌이 외국 출장을 가기 전에 김영완에게 '이익치에게 이 사건 CD의 전달을 지시해두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진술과 모순된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 "이익치의 진술 신빙성 보완하겠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파기 환송된 고법에서 이익치 전 회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게 보완하겠다"면서 "박지원씨의 150억 수수가 사실이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5차례 집중 추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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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후 1년째 재판 ' 질질 '

한편 <오마이뉴스> 지난 6월부터 5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집중취재해 검찰 수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월 29일자 <"150억원 김영완-이익치 빼돌린 것 / 이씨가 핵심... 돈세탁 증거도 있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문제의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은 해외도피중인 김영완(51)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공모해 고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빼돌린 것이라는 김씨 측근의 믿을만한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김씨의 측근인사인 재미교포 O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150억원은 김영완씨와 이익치씨가 공모해서 정몽헌 회장의 비자금을 빼돌린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박지원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대법원이 김영완·이익치 진술을 신뢰하지 않은 이유

▲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영완씨.(왼쪽부터)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영완·이익치씨의 진술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부인했다.

김영완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해
① 박지원으로부터 CD를 교부받아 현금화하고 이를 관리했다는 김영완은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진술서를 작성하고 해외로 출국, 재판과정에서의 거듭된 귀국·증언 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진술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함.
② 김영완은 신변위협 등을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만한 사유가 없음.
③ 김영완 진술서의 작성 동기나 목적 등이 석연치 않음.
④ 특히 진술 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함.

이익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① 이익치는 CD를 교부받아 박지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날 집에 일이 있어 5시에 귀가했다고 하면서도 귀가 이유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 어려움.
② 이익치는 CD의 전달사실을 시인한 이후 다른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하면서도 그 전달 날짜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함. 전달 날짜를 의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듬.
③ 이익치는 CD전달 시간을 오전 10시30분이라고 했다가 9시30분으로 번복했는데, 이처럼 1시간이나 차이가 나도록 진술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움.
④ CD전달 장소인 프라자호텔에 들어가기에 앞서 10여분간 기다렸다고 하면서 주차한 장소에 대한 진술이 일관성을 결여함.

뇌물 수수에 따른 감사인사 등에 대해
박지원이 김영완을 통해 정몽헌에게 뇌물을 요구하여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전달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박지원은 정몽헌과 직접 전화 등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 또 2000년 5월경 프라자호텔 고정객실에서 정몽헌과 단둘이 만난 사실도 있음. 그런데도 박지원은 감사인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정몽헌도 인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함. 따라서 이익치의 진술은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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