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관련
기사
부안에 무슨 볼거리가 있냐구?

변산반도 기행 기사 한 꼭지를 올렸더니 어떤 분이 "서해안엔 볼거리가 없다"면서 엄청나게 비싼 내소사와 채석강 입장료, 그다지 큰 감흥이 없는 관광명소의 실태를 댓글로 올려 주셨다. 많은 분들이 '변산반도'하면 으레 이 두 곳만을 떠올리고 마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이번 변산반도 기행은 나에게 있어 두번째 여행이었는데 몇 해 전 이곳에 와서 이 두 가지를 보고 돌아간 경험이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으니 말이다. 사실 첫번째 이곳을 찾아 왔을 때의 내 느낌과 댓글을 달아 주신 분의 느낌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변산반도에 대해 실망을 느끼나 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처음 여행 때와는 매우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여행은 그저 유명하다는 내소사 전나무 길을 바쁘게 걷고 또 부리나케 채석강으로 이동해 기념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었다. 그때 본 채석강은 관광객 유치로 몸살을 앓는 한 유명 관광지일 뿐이었다.

길게 늘어선 횟집과 호객꾼들, 주차장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대형 관광버스들, 그리고 채석강의 절벽과 돌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단체 관광객들. 북적거리는 채석강의 입장료와 주차료는 4인 가족 기준으로 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었는데, 그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는 단 하나 채석강의 바다와 절벽뿐이었으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변산반도에 볼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금만 비껴 가면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경치를 공짜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널려 있다. 게다가 반도인 만큼 주변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가. 채석강의 절경도 아름답지만 이왕 변산반도를 찾아간 김에 다른 바다들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기쁨을 줄 것이다.

변산반도에서 볼 만한 바다들은 구석구석에 널려 있다. 이 바다들을 찾아가는 경로 또한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부안 IC로 빠져 나가면 23번 국도를 따라 부안 읍내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에서 30번 국도로 빠져나가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줄줄이 만날 수 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바다는 바로 '바람 모퉁이'라는 낭만적 이름의 언덕이다. 이곳은 부안군에서 공원으로 조성해 놓아 쾌적한 바다 구경 장소를 제공한다. 저 멀리 보이는 새만금 갯벌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잘 닦인 산책로와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다.

이 공원은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다. 겨우 10분 정도 걸을 만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만 그 규모에 비해 언덕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은 넉넉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바람 모퉁이'라는 이름처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서 있노라면 내가 진짜 바다에 왔구나 하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곳을 뒤로 하고 다시 30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작은 골목길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이 해수욕장은 넓은 모래 사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바위 절벽 사이 사이로 모래 사장이 형성되어 있어 해수욕과 해넘이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수욕 시설을 갖추고 있는 중심 모래 사장에서 인파들과 섞여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모래 사장에서 오붓한 느낌으로 해수욕을 즐기고 해넘이를 지켜보는 것도 일품이다.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의 모습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의 모습 ⓒ 강지이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의 모습 2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의 모습 2 ⓒ 강지이
특히 군데군데 서 있는 해송과 바위, 모래 사장이 어우러진 풍경 뒤로 해가 지는 모습은 서해안 일몰의 장관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이곳에 가면 그다지 낭만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맨발로 넓은 모래 사장을 뛰어 가고 싶어진다.

주변에는 숙박업체와 음식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나 크게 상업화되어 있지 않아 좋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좋은 민박이나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도 시골 인심이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불편이 따른다.

변산 비키니 해수욕장과 함께 소나무가 우거진 고사포 송림 해수욕장과 채석강, 적벽강 가까이에 있는 격포 해넘이 해수욕장도 유명하다. 이 두 해수욕장의 경우 입장료와 주차료 등 국립공원 관리비(4인 기준으로 만오천원 가량)를 받기 때문에 그 점에 유의하고 가야 한다. 한 번 입장료와 주차료를 지불하면 하루 종일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아 편리하다.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변산반도의 바다는 한 번쯤 구경할 만하다. 특히 여름 시즌이 지난 후의 바다는 그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떠나 보낸 쓸쓸함에 더욱 운치가 있다. 휴가철 이후에는 숙박료 또한 저렴하여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해넘이가 장관인 변산 반도의 절경
해넘이가 장관인 변산 반도의 절경 ⓒ 강지이
비수기에 변산반도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밤바다를 산책해 보길 권한다. 조용한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가고 밀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 고요히 평화가 잠긴다. 눈으로 바다를 즐기고 또 귀로 바다를 느끼고, 코로 바다 내음을 맡는 그 즐거움은 도시에서 바다로 와 하룻밤을 보내는 이에게 주어지는 행복이다.

모래 사장을 산책하고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는 것도 좋지만, 해지는 바다 풍경은 정말이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변산 반도 곳곳에는 아주 경치 좋은 해넘이 장소가 산재해 있어 구석구석 찾아가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또 다른 바다의 구경거리로는 항구를 들 수 있다. 격포 수협과 함께 있는 격포항은 살아 있는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출항하는 배들의 뱃고동 소리나 입항하는 배들의 만선의 기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격포항이나 곰소항 등에서 신선한 회를 싼 가격에 먹을 수도 있으며 젓갈이나 바다에서 말린 생선 종류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가을에는 전어가 유명하고 왕새우나 쭈꾸미가 많이 나는 철도 있다.

늘 맛볼 수 있는 이곳 특산 음식으로는 8가지 이상의 젓갈이 나오는 젓갈 정식과 바지락죽, 백합죽 등이 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음식들도 입맛에 맞을 것 같다. 바다가 주는 풍요란 볼거리부터 음식까지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산의 대표적인 음식인 젓갈 정식
변산의 대표적인 음식인 젓갈 정식 ⓒ 강지이
풍부한 자원의 보고, 바다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곳 변산반도. 이 곳에 가서 실컷 바다를 보고 그 내음에 취해 돌아오길…. 그리고 발가락 사이 사이로 느껴지는 잔모래와 해 지는 하늘과 바다의 붉은 색에 취해서 온다면 그 여행은 보람 있지 않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