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
ⓒ 연합뉴스
한 현직 대학교수가 예비역 장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정부를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수립된 좌익정권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군부 쿠데타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노 정부에 대한 기득권 세력들의 강한 거부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보수진영에선 더러 거론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노 정권 출범 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3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행정학)은 지난 30일 서울 전쟁기념관 전우회관에서 열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현 시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들이 한시바삐 이 현실이 '혁명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 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이날 한 강연의 제목은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진단과 국가안위'였다.

김 교수는 또 "정상적 선거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경유하는 사이에 이미 치밀하게 준비된 인민혁명이 전략적 고지(국가권력)를 재탈환하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4·15 총선거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잘 짜여진 한국적 좌익혁명의 통과 의례적 축제행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촛불집회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로맨틱하고 신비적인 감성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반면, 예리하고 냉철한 판단력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계산능력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최면상태를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교수는 강연 후 질의·응답시간에 한 참석자가 '나라가 망해가야 하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고 묻자 "군이 나가는 방법도 있죠"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다수 참석자는 굳은 표정을 지었으나 일부 참석자는 박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날 저녁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는 해석하는 교수지 현실로 옮기는 정치가가 아니다"라며 "세계사적으로 좌익정권이 들어섰을 때 (우익) 군사 쿠데타가 있었다는 것을 말했을 뿐이지 우리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주최 쪽에서 강연 내용을 인쇄물로 내보낼 때 정정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며 "시간이 급해 정리를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어 조만간 강연 내용을 수정해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오자복 성우회장(전 합참의장)과 박세직 전 의원, 도일규 전 육군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을 포함해 29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는 '해양전략, 국가안보, 해양(해군)력 , 해양법, 해양사 및 해양경제에 관한 연구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해양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해양전략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국가발전과 안보,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1997년 2월1일 설립됐다. 이 연구소는 해군과 해병대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쿠데타 하라고 한 적 없다...밤새 전화 받느라 너무 피곤하다"
김용서 교수, "더이상 파문 확산 원치않는다" 입장 표명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의 '군부쿠데타'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발언 당사자인 김 교수와 주최측은 당혹감과 함께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섰다.

김 교수는 "더이상 파문 확산을 원치 않는다"며 발제문 공개를 거부했으며, 주최측은 "김 교수가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말한 것이지 쿠데타를 해야한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 있던 역사적 경험을 얘기한 것이지 쿠데타를 하라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런데 언론이 센세이셔널하게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나는 평소 일부 학자들이 유명세 타기위해 이리저리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며 "내가 자꾸 이번 보도에 대해 맞대응하면 결과적으로 평소 내가 비판하던 사람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 할말이 없다. 언론도 더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도 밤새도록 전화 받느라 너무 피곤하다"며 "이렇게 공방을 벌이면 한 개인이 큰 사람(언론)한테 어떻게 하겠느냐"고 심경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문제가 된 30일 조찬 간담회 때의 김 교수 발제문 공개를 요청했으나 김 교수는 "파문 확산을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

한편 이번 조찬 간담회를 주최했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관계자는 "간담회장에서 녹음된 테이프를 오늘 아침 다시 들어봤다"며 "김 교수님 말씀대로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말한 것이지 쿠데타를 해야한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 <경향신문> 보도 가운데 질의·응답 시간에 김 교수가 쿠데타를 언급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당시 녹음을 하면서 카세트 리코더의 오토리버스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후반부가 녹음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경향신문>은 31일치 신문에서 '김교수는 강연 후 질의·응답시간에 한 참석자가 '나라가 망해가야 하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고 묻자 '군이 나가는 방법도 있죠'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다수 참석자는 굳은 표정을 지었으나 일부 참석자는 박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김태경 기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