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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라며 1인 시위에 나선 해촉된 단원들
부당해고라며 1인 시위에 나선 해촉된 단원들 ⓒ 김용한
대구시립국악단(이하 국악단)이 오디션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국악단이 2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단원 평가의 한 형태인 오디션 문제로 인해 해촉 단원과 국악단간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오디션에서 해촉된 단원들은 지난 9일에 이어 12일에도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악단이 소속된 대구시립예술단이 성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문제는 지난 12월 경에 치른 오디션에서 탈락한 단원들이 점수조작 의혹을 제기,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대구시립예술단에 제동을 걸고 나섬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번 오디션에서 해촉된 정아무개씨를 비롯한 단원들(기악 2명, 한국무용 3명)은 지난 26일부터 연일 1인시위로 맞서며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립국악단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현수막을 들고서 항의시위하는 광경
현수막을 들고서 항의시위하는 광경 ⓒ 김용한
20여일째 문화예술회관 정문 앞에서 매일 같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해촉 단원들은 자신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아래와 같은 총 4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시립예술단은 단원 평가에 공정성을 기했다며 해촉 단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1) 오디션 순번 추첨은 시험 당일 행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오디션에는 사전추첨을 했다. 따라서 시험에 임하는 응시자의 정보가 심사위원에게 노출되어 점수를 조작할 수 있는 개연성의 여지를 주었다.

문제2) 국악단원 중 한 단원(가야금)은 오디션 응시 과목 중 한 과목에만 응시했고, 또한 손을 다쳐 한 손으로 가야금을 쳤는데 두 손으로 본 사람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문제3) 국악단 무용 파트 중 안무자가 심사위원에게 유리한 말을 하여 응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문제4) 공정하게 했다면 한 손으로 가야금을 연주한 단원을 포함, 모든 단원들의 점수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악단이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점수 조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화예술회관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선전전을 하는 광경
문화예술회관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선전전을 하는 광경 ⓒ 김용한
이외에도 해촉 단원 한아무개씨는 국악단 지휘자가 여성모성법을 위반했다며 지휘자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퇴 촉구를 하고 나섰다. 한아무개씨에 따르면 출산이 임박해 현 국악예술단 지휘자 박아무개씨의 출강지인 경주에 남편과 함께 찾아가 출산휴가를 요청하였으나 결국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

한씨는 "임신 막달이 되어 지휘자에게 출산휴가를 요청했으나 지휘자는 허락하지 않고 사유서를 종용했다"고 말하면서 "공공연맹 면담 때에 그 지휘자가 몸조리 잘하면서 격려했다고 했다는데 그건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해촉된 또 다른 정아무개 단원은 "17년 동안 경고도 한번 안 받았는데…. 단 5분 테스트로 실력이 없다고 나가라니 이해가 가는가?"라며 분개했다. 그는 "예술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실력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며 불만을 표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해촉되었지만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박아무개 단원도 "시말서 한 장 쓰지 않았던 내가 탈락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난감해 했다.

'부당해고, 점수조작'이라고 적힌 팻말
'부당해고, 점수조작'이라고 적힌 팻말 ⓒ 김용한
대구시립예술단은 종래 1년에 1번씩 행하던 오디션을 2002년부터 2년에 한번씩으로 변경했으며 평가는 실기 70%, 근평 30%로 이루어진다. 대구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이번 오디션의 심사위원은 4인 이상 10인 이내로 적정하게 구성했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1/3은 내부인사, 2/3은 외부인사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심사에 참여한 국악단 지휘자 박아무개씨는 "지휘자라고 해서 단원을 자기 마음대로 해촉하고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했고,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배제한 나머지의 평균점으로 점수를 냈다"고 강조한다. 또 "임신 단원의 부당해고 운운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단지 나를 흠집 내기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용 파트의 오디션 순서 추첨에 대해서 김 안무자는 "전체 단원과 사무국 단무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순번을 추첨했는데 그것이 문제인가?"라며 반문했다.

하지만 해촉된 박아무개 단원은 "오디션은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인데, 응시자 순번을 전날 추첨하고 단원의 이름과 번호를 함께 적어서 심사위원에게 알린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며 심사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오디션은 응시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져야만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인시위로 연대 시위에 나선 장병관 사무국장(민주노총 공공연맹 대구지부)도 "오디션에서 중요시되는 순서 추첨을 시험 당일이 아닌 전날 추첨을 했다는 것은 해촉 예상자들을 미리 추려낼 수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 안무자의 책임까지 묻고 있는 해촉 단원들
지휘자, 안무자의 책임까지 묻고 있는 해촉 단원들 ⓒ 김용한
이번 시위에 참여한 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연맹 대구지부, 해촉 단원들은 보다 공정하게 오디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대구시립예술단은 무용단, 합창단, 관현악단, 국악단, 소년소녀합창단, 극단, 오페라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구시립국악단은 한국무용, 국악 등으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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