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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단원들이 대구시립예술단에 맞서 천막농성 항의시위로 싸워나가고 있다.
해고된 단원들이 대구시립예술단에 맞서 천막농성 항의시위로 싸워나가고 있다. ⓒ 김용한
지난 2월 해고된 단원들이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해고된 단원들이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김용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지난 21일 영하의 날씨에 가스난로에 의지한 채 한 달에 접어들도록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노상에서 한 달째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진 터라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도 난로에 의지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날씨 속에 오디션 문제로 해임된 정미란(기악) 단원이 쓸쓸히 천막을 지키고 있다.

정미란 단원 외 4명은 지난 2003년 12월경 대구시립예술단장(조해녕 대구시장) 명의의 해고통지서를 받았고 그 후 1년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미란 단원의 주장에 따르면 "어떻게 예능의 실력이 하루아침에 90점이던 것이 70점으로 낮아질 수가 있으며, 17년 동안 한 번도 경고를 받지 않았는데 근평(근무평가)이 나빠질 수 있느냐"며 문제제기를 했고 "국악지휘자가 오디션 심사에 개입하여 공정성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한 시험점수의 공정성 부분에 대해 "나와 동일한 부문에서 시험을 친 모 단원이 (손이 다쳐) 한 손으로 심사를 보았는데 어떻게 두 손으로 친 나보다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느냐"며 강력하게 점수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앞에는 시립예술단원들의 해고에 대해 항변하는 글들로 가득찼다.
문화예술회관 앞에는 시립예술단원들의 해고에 대해 항변하는 글들로 가득찼다. ⓒ 김용한
현재 해고된 단원들은 "근본적으로 2년에 한 번 5분만에 치르는 오디션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험도 상시적으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한 단원은 "최근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도 오디션 제도를 폐지했듯이 우리도 심사라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오디션 제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해임된 정미란 단원이 천막농성장을 지켜내고 있는 모습.
해임된 정미란 단원이 천막농성장을 지켜내고 있는 모습. ⓒ 김용한
정미란 단원은 "나 하나만의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후배들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지역의 언론마저도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구시립예술단과 해고된 단원간에 갈등은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디션 문제에 대해 국악계 원로마저 대구시에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은 채 한 해를 넘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구시립예술단 관계자와 박아무개 단장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심사위원까지 모셔와 심사를 했는데 어떻게 부정이 개입할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대구시는 자체 조사 결과 "오디션에 별다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문제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심사와 판결만을 남겨놓은 채 계류 중에 있다. 따라서 오는 12월 28일 치러질 중노위 심문회를 통해 이 문제가 어떤 해결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고 당시, 단원들은 한결같이 '부당해고'라며 시립예술단 사무국에 구제해 줄 것을 요청하며 수차례 면담과 절충점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노동자들은 1년이 되도록 문제가 장기화되자 지난달 22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천막을 쳐놓은 채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 돌입했고, 현재는 중노위 판결 전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에 주력하고 있다.

해고단원들은 자신들의 해고 사유가 부당하다면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지노위 판결은 물적 증거자료가 없다는 이유와 여러 정황을 들어 대구시립예술단의 손을 들어준 것(기각)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고예술인을 다시 무대로, 시민에게는 예술향유권"이라는 글귀가 눈에 뜨인다.
"해고예술인을 다시 무대로, 시민에게는 예술향유권"이라는 글귀가 눈에 뜨인다. ⓒ 김용한
한편 해임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국악예술단 지휘자 박아무개씨는 계약기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대구시 심사에서 재계약이 결정되어 전국문화예술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공연맹 전국문화예술노조 대구시립예술단지부는 중노위의 판결을 우선적으로 기다려보면서 혹시라도 잘못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행정소송까지 가져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오는 23일 두류동에 위치한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등이 연대해 집중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잡고 있어 시립예술단 해고를 둘러싼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이 지키고 있는 천막농성장 한켠에는 시민선전전, 항의집회 등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노란 조끼에 "해고 예술인을 다시 무대로, 시민에게는 예술향유권"이라는 글귀만이 그들의 침묵을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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