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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용 교사 파면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오늘 집회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성낙선
지난 한 해 동안 학교 정상화를 위해 지난한 싸움을 전개해온 서울 Y여고 학부모,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Y여고 교사와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 등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04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더욱 더 힘찬 싸움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Y여고 학부모 등 100여명은 23일 오후 5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003년 마무리 집회'를 갖고, 지난 1년 동안의 '투쟁 경과'를 보고하는 한편, "Y여고의 개혁과 진웅용 선생님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불철주야 투쟁할 것"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Y여고는 한 학생에게 퇴학 명령을 내렸다가 사회 각계의 항의에 부딪히자 그 학생을 다시 복학시켰으며, 그 후 그 학생을 구명하는 일에 힘써온 진웅용 교사를 파면해 보복 인사라는 비난을 받는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23일은 Y여고가 지난 1월 3일 '허아무개양 복학'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지 근 1년이 돼가고, 지난 10월 10일 진웅용 교사가 파면을 당한 지 75일째 되는 날이자 Y여고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안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돌입한 지 43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75일 동안 Y여고 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 없이 교내 시위를 벌임으로써 고등학생 시위로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진기록은 학생들의 주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집회는 'Y여고 정상화를 위한 학부모대책위원회' 윤지희 대표의 대회사로 시작됐다. 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집회를 계속하면서 진 교사를 부당하게 파면한 것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고 이제는 아버지들까지 나섰다"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우리 학부모들의 항의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학교 교사이면서 Y여고 학부모이기도 한 백택현씨는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진웅용 교사 파면에서 비롯됐다, 일이 이렇게 된 걸 보니 교장 교감 등이 학부모와 졸업생 등이 이렇게 들고 일어설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며 Y여고 사태 해결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또한 진웅용 교사가 파면당한 다음날 교내 시위를 주도했던 이경미(고3) 학생은 "학생들을 이렇게 서울시교육청 앞까지 오게 만든" 교육청을 비난하고 "교육청이 Y여고 부패를 방관한 결과 이런 사태가 오게 됐다"며 "이 사태의 본질을 어른들이 파헤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양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졸업하고 난 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찾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늘 집회 참가자들은 또한 "Y여고에 민주화 바람이 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이 결의문에서 "Y여고의 투쟁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Y여고 비리와 전횡이 바로 서울시교육청의 비호 속에서 자라났음을 확인했다"며 교육청을 향해 "(학생 등록금을 모아 축적한) 16억 4천만원을 학교회계로 보존하도록 Y재단을 행정지도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교육청이 Y여고에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진웅용 교사는 지난 19일 (사)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제3회 반부패상'을 수상했다.

진 교사는 "2001년 4월부터 교육청 민원실에 학비지원체계의 문제나, 학생들에게 청소용역비를 징수하는 문제, 또는 학부모들에게 찬조금을 요구하는 문제 등 내부 고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며 이의 중단과 시정을 요구"해온 점을 부패방지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인정받았다. 반부패상은 (사)반부패국민연대와 (주)대한매일신보사가 주최하고 부패방지위원회가 후원했다.

진 교사는 올 한 해를 마감하는 소회를 묻는 자리에서 "집회 현장과 텐트 농성장 등에 찾아와주시고, 편지도 보내주시고, 나는 그 동안 여러 사람한테서 받은 은혜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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