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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환기해 보기 위해 '쌀사랑 릴레이기고'를 주1회 선보이고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까지 모두 5명이 참여했고, 여섯 번째로 재미 생태주의 여성신학자 현경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현경 교수는 쌀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며 쌀개방의 위험성에 대해 밝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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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사랑 릴레이기고 ① : 개그우먼 김미화] "음메, 기살어! 농민들 기 살려줄 때"

- 쌀과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재미 여성신학자 현경교수. 현경 교수는 미국 유니온 신학대학 종신교수로 재직중이다.
재미 여성신학자 현경교수. 현경 교수는 미국 유니온 신학대학 종신교수로 재직중이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쌀을 한톨도 남기지 않고 먹게 하셨다. 밥을 절대로 남기면 안됐고 쌀을 씻을 때조차 한톨이라도 버리면 안됐다. 부모님 모두 농촌출신이라 구어처럼 '우리나라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 쌀을 만들기 위해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강제적으로 가르치신 게 아니고 여름·겨울방학 때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각각 고향이신 어머니 아버지 형제분들 댁에 가서, 실제로 덥고 힘든 가운데 논에서 일하시는 모습 보며 쌀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 한국은 FTA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쌀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쌀 개방압력은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다.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생물학적 해적떼들'이란 책에서 '서양의 정부와 농업산업, 식품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장 위험한 형태의 식민주의다, 사람의 식민주의를 넘어서 땅의 생물 식물까지 식민화 하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쌀 개방은 우리 농민을 보호하고 우리나라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세계적 자본이 지구와 힘이 없는 지구의 다른 공동체들을 망가뜨리는 일환이라고 본다.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 나는 생태여성 신학자로서 쌀개방은 결국 '식민주의 중에 가장 위험한 식민주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국내에 들어온 값이 싼 쌀을 보며 '대대손손의 미래', '종자들의 미래', '씨앗의 미래'를 위해 유혹을 이겨내야한다. 우리가 더 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양 많고 값싼 것을 사게 돼있다. 가능하면 정부차원에서 막아야 하겠지만, 정부가 못 하면 국민 전체가 막아야 한다. 이는 경제적 이득과 손해를 넘어 이땅의 존재의 미래를 위해 막아야 한다."

- 농민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농민들도 조직화 돼야 한다. 농민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압력이 들어왔을 때 조용히 문제가 해결된 적은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농산물 직거래하는 곳이 많다. 도시 시민들과 농민들이 계약을 맺어 '흉년이 오더라도 당신 쌀을 사겠다'는 자매결연을 맺는 것이다. 서로 돕는 거다. 이를 학생, 노동자, 시민단체들이 함께 해야 한다. 김지하씨의 말처럼 '밥은 하늘'이다. 얼마나 깊은 뜻이 있는지 모른다. 하늘은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도 혼자 가질 수 없다. 밥은 나눠야 한다."

- 정부에서도 쉽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희생을 당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이 아니겠나.
"딜레마다. 세계의 예를 보면 남미의 경우 전 국토가 커피 설탕 생산지가 된 뒤 그 나라는 힘을 잃고 말았다. 쿠바 역시 서방세계 식민지였다. 서방세력은 쿠바에서 설탕만 생산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농업혁명 일으켜서 자급자족한다. 자기 나라 생산물로 자급자족하는 것을 잃으면 세계적인 힘을 잃는다.

전 세계가 마치 직업분화 하듯이, 한 나라는 커피만, 다른 나라는 컴퓨터만 생산한다는 것은 문제다. 민족자주성과 독립을 잃게 된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자기나라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값싼 쌀을 들여와서 예전부터 농경국가인 우리나라 쌀이 없어진다면, 길 게 보면 교섭능력 또한 없어질 것이다."

- 외국에 있을 때 '우리 쌀'에 대해 더 각별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한데.
"항상 밥만 먹고 싶다.(웃음) 뉴욕의 삶이 너무 바쁘다 보니 밥을 해먹는 게 쉽지 않다.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음식점에 간다든지, 무공해 농작물 파는 데 가서 무공해 쌀과 직거래 쌀을 사서 밥을 해먹는다."

- 교포들에게 '쌀'은 어떤 의미인가.
"쌀은 우리 동양의 정체성이자 제3세계의 정체성이다. 여기서도 쌀과 동양을 좋은 면에서도 나쁜 면에서도 연결시킨다. 한국인들 만나면 우리는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 그것이 정체성 확인하는 길이다.(웃음)"

-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을 부모님께 들었다. 학자로 생태학을 공부하다 보니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농민이 자기 하는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생존이 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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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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