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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치 소년한국일보 2면.
9월 18일치 소년한국일보 2면. ⓒ 소년한국닷컴
18, 19일 이틀 동안 신문들은 이상한 곳에 있는 교사의 얼굴들을 보여주고 있네요. 먼저 18일치에 나온 한 소년신문을 살펴보죠.

<소년한국일보> 2면엔 초등학교 선생님 4명이 자리를 잡았네요. 이 신문은 학교에서 배달과 수금을 도맡아 주는 소년신문 가운데 하나죠. 이날 아침자습시간에 '교육당국이 공인해준 유일한 특정 업체의 상품이며 부교재'인 이 신문을 펼쳐 본 수십만의 초등학생들은 여기 나온 '선생님들'을 보고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요.

이날 신문은 '독자한마당'이란 문패와 어울리지 않게 이 신문에서 주최한 'NIE(신문활용교육) 연수'에 다녀온 교사 4명의 소감문을 전체 면에 걸쳐 싣고 있군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렇듯 물심양면으로 배려해 주신 소년한국일보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정 아무개 교사·경기 구리 ㅂ초)

"NIE를 통해 이제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지식의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더위를 무릅쓰고 더 많은 것을 알려 주기 위하여 수고하신 강사님들의 노고와 아울러 많은 도움을 주신 소년한국일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강 아무개 교사·서울 ㅂ초)


소년신문의 신문장사와 초등교사의 상품성

초등교사의 상품성이 이렇게도 발현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일기와 같은 연수 소감문을 펼쳐 보이는 일이 곧 '신문 장사'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이 교사들은 알고 있었을까요.

교사가 연수를 받는 일은 필요한 것이죠. 소년신문에서 여는 NIE 연수가 신문판매를 위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연수를 받는 일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날 신문 속에 들어간 교사들의 연수 소감문은 특정 업체의 광고 문구로, 그 얼굴은 특정 신문사의 광고 모델로 변해 버렸네요. 해당 교사가 원하지 않았더라도 권위 있게 서야 할 교사의 모습이 이 순간 호객행위로 일그러진 셈이지요.

중앙일보 9월 19일치 11면.
중앙일보 9월 19일치 11면.
소년신문에 이어 19일치 어른 신문에 나온 또 다른 교사들의 '길 잃은 모습'은 기가 막히네요. 아무리 한가한 교장이더라도 근무 중에 응원하러 재판정까지 가다니. 이날 교장들의 응원 모습은 <오마이뉴스> 보도에 이어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에도 실렸습니다.

나는 근무 안하고 재판정에 응원하러 간다?

다음은 "교장들이 근무시간에 왜 재판정에 나와 있나?"란 제목의 <오마이뉴스> 보도 내용.

"첫 공판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수뢰 혐의 등을 모두 부인했던 강복환(55) 충남도교육감은 2차 공판(증인신문)에서도 증인진술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

이날 재판장은 재판 말미에 강 교육감에게 '방청석에 누가 와 있느냐'고 묻고 강 교육감이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많이 왔다'고 답하자 '근무시간에 어떻게 다 나왔냐'고 반문했다.

재판장은 이어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어떻게 수십명씩 나와 방청할 수 있느냐'며 '교육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어떻게 수용가능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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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의 의문 "근무시간에 어떻게 다 나왔나?"

그나마 개인 일로 조퇴라도 쓰고 나왔다면 양심에 털은 나지 않았을 텐데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몇몇 교장은 출장비까지 벌기 위해 공무출장으로 왔다는 보도네요.

아이들을 즐겁게 뛰어 놀게 하는 운동장 흙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털어 내야 할 먼지로 바뀔 뿐입니다. 교사들도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흙먼지를 털어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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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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