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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1일 저녁 8시까지 집계된 중국의 사스환자 현황
ⓒ 신화사
4월 22일 하루 동안 중국에서 159명의 사스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고, 5명은 사망했다. 그 중에서 북경에서만 10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명이 숨졌다. 이로써 지금까지 총 사스 감염환자는 2158명, 사망자는 97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0일 이후 사스에 대한 일련의 강경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북경지역은 빠르게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사스 감염지역이 조금씩 내륙으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북경시는 170만 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생들의 사스 감염을 막기 위해 4월 24일부터 5월 7일까지 휴교한다고 발표했으며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25일부터 북경을 완전히 봉쇄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끊임없이 특단의 조치들이 내려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중국사회가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들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스와의 전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중국적인 상황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 취약한 의료구조를 들 수 있다. 사스 감염자 2158명 중 480명(22.2%)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다. 사스 발병 초기 의료진의 안일한 대처와 처방들이 조기에 사스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한 원인이 되었다. 그 외도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에게는 턱없이 비싼 의료비들도 정상적인 병원진료를 가로막는 요소들이다.

▲ 북경대 봉쇄된 건물 앞의 쓰레기통에서 재활용지를 찾고 있는 한 할머니의 모습
ⓒ 김대오
두 번째로, 위생이나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의 문제이다. 중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아직 분리수거가 실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쓰레기들이 함께 버려진다. 그리고 재활용품을 모아서 파는 사람들은 빈 병이나 플라스틱, 철, 종이 등을 찾기 위해 그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닌다.

북경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스로 밝혀지면서 봉쇄된 건물 앞의 쓰레기통에서도 한 할머니가 재활용 종이들을 수거하기 위해 열심히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그밖에도 개나 고양이 등의 애완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면서도 그 위생관리에는 소홀한 점이나 아무 곳에나 소변을 보거나 침을 뱉고 잘 씻지 않는, 혹은 여건이 되지 못해 그럴 수 없는 열악한 위생환경도 큰 문제이다.

세 번째, 주거생활과 기숙사 등의 집단거주로 인한 문제이다. 중국인들은 주로 식탁문화와 침대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신발을 벗지 않아도 실내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그대로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중국인들도 많아 외부의 먼지나 세균들을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올 소지가 많다. 또한 중국은 각급 학교에 기숙사 시설이 있어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2층이나 3층 침대를 놓고 함께 지내는데 좁은 공간에서 공동화장실과 공동 세면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시 아주 많은 인원이 동시에 감염될 확률이 아주 높다.

▲ 사스 환자가 발생하여 일반인들이 출입을 자제하는 쭝관춘(中關村) 전자상가 앞에서 태연히 낮잠을 자는 노동자들
ⓒ 김대오
네 번째, 자연적인 요소로 봄철을 뒤덮는 황사와 꽃가루 등을 들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황사와 꽃가루, 최근에는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북경의 도처가 공사장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발생하는 모래가루와 먼지까지 가세하여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대단히 높은 실정이다.

환절기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또 3월 중순부터는 대부분의 중앙난방시설이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 발생율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 다량의 유동 인구과 모든 위생, 의료 혜택에서부터 제외되는 민공(民工)들의 보건문제이다. 민공들은 이동식 가건물이나 지하에서 몇 십 명씩 함께 생활하며 영양상태나 위생상태 모두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민공들은 전혀 조심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이 없다. 사스가 발생한 건물 앞에서도 그냥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하루하루 삶이 절박한 이들에게 ‘사스’ 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전염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어 가는 북경
ⓒ 김대오
또한 상당수의 외국인 주재원과 유학생들이 귀국함에 따라 그들을 대상으로 하여 일을 하던 많은 수의 아주머니들과 상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봄철 바쁜 농사일을 하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을 통한 내륙으로의 사스 확산이 우려된다.

이 밖에도 문제는 아주 많을 것이다. 사스 발생 초기의 은폐와 축소에서 보았듯이 중국정부는 철저하게 계산된 조치들과 가시적인 성과들을 보도하는데 만 더욱 주력하고 있다.

사스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을 계산하고 있을 중국정부가 과연 앞으로 또 언제 있을지 모를 이와 같은 재앙에 대한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재원에 대해서도 계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산해진 북경의 거리, 뿌연 안개 속에 마스크한 사람들만 불안한 얼굴들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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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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