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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특별검사.
송두환 특별검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해암빌딩 14, 15층에 마련된 '대북 송금 의혹사건' 특검 사무실은 17일부터 수사가 본격시작되면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수사 개시 시각은 이날 오전 11시 6분, 감사원 조사담당 공무원 2명이 1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면서부터. 이들은 4개월 정도로 예정된 대북송금 특검의 첫 소환자들이었다.

특검의 수사개시와 함께 때를 맞춰 시작된 것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전쟁'이다. '특검 출입기자'들의 규모는 22개사에서 최대 60여명 정도로 30명 정도는 상주기자들이다.

"소환될 인물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왔는지는 (기자들이) 알아서 취재하라."

"(수사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의미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소환대상자나 압수영장 발부 여부 등 수사내용에 대해 사전에 미리 성실하게 밝힐 수 없다."


이날 오전 브리핑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앞선 오전 10시10분경 김종훈 특검보가 1층 기자실로 불쑥 들어와 몇마디 던진 말이다. 첩보전을 방불케할 정도의 '취재 전쟁'을 예고한 말이어서 기자들은 바짝 긴장했다.

기자들이 우선 챙겨야 할 것은 특검 사무실의 출입자들에 대한 정보. 송두환 특검은 14층을, 특별수사팀은 15층을 사용하고 있다. 기자들은 4대의 엘리베이터 중 특검 사무실인 14, 15층과 통하는 2대의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곳부터 체크해야 한다. 일부 기자들은 1층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가 어디에서 서는지조차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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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관계자나 소환자 등의 밀착 취재를 위해 엘리베이터 타기 경쟁도 치열하다. 최대 탑승인원이 17명이지만 7명 정도만 타면 '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문이 닫히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다른 기자들보다 좀더 잽싸게 움직여야만 좀더 많은 내용을 취재할 수 있다.

아울러 취재진에게 소환자들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14, 15층으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선 소환자들이 지하 4~6층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정도에서 내려 복도 비상계단을 이용해 바로 조사실로 갈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럴 경우 기자들은 할 수 없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

비중있는 인물들이 소환될 경우 특검팀과 취재팀과의 숨바꼭질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입에 자물쇠 채운 특검팀

14, 15층에 마련된 특검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14, 15층에 마련된 특검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 오마이뉴스 유창재
특검 사무실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드키'를 소지해야 한다. 카드키를 목에 건 특검팀 관계자들이 문밖으로 오가면 기자들은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하지만 한결같이 "나는 (수사와) 관계없어요"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함구령'이 떨어진 듯하다.

또 특검사무실 앞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방호인의 책상도 16일 오전 현판식을 앞두고 사무실 안으로 들여놓아 취재진과의 대화를 끊고 있다. 기자들의 발걸음은 특검사무실 안으로 누가 들어가는지, 그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든 것이 숨겨져 이를 밝혀내기 위해 바쁘기만 하다.

김종훈 특검보도 17일 소환된 감사원 직원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의 조사가 끝나면 확인해 줄 수 있지만 (언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들에 대한 취재는 기자들이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

한편 15층 수사팀 사무실의 경우 내부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그 구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특검팀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한 수사 및 조사과정을 담기 위해 CCTV가 아닌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번 수사에서 '보안'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취재진의 이례적인 기자실 운영

특검 첫날 이모저모

▶첫날 특검팀의 점심식사는 '칼국수'

120여일의 마라튼 수사에 돌입한 특검 첫날 송두환 특검과 김종훈, 박광빈 특검보는 사무실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혹시나 해서 문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밖으로 나오지 않고 칼국수, 우동 등을 배달시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해결했다.

▶1층 기자실에 울려 퍼지는 "아싸~ 옹해야!"

오후 2시 30분경. 1층 기자실 안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기자실로 임대한 건물은 대형 모 다단계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 전체 층수가 17층인 건물은 다단계 판매교육을 받기 위해 모여든 교육생들로 붐빈다. 오전과 오후 두차례 진행되는 교육장의 소리는 바쁘게 기사를 송고해야 하는 기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더해준다.

특히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 30분경 마이크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노래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등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아싸~ 옹해야, 에절씨구~ 옹해야" 등 소리가락을 "앞으로 4달 동안 들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는 기자들도 있었다.

▶송 특검, 첫날 퇴근은 오후 8시 55분

송두환 특검은 17일 첫날 수사를 마치고 퇴근한 시간은 오후 8시 55분.

퇴근하는 송 특검에게 기자들이 '추가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추가출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 유창재 기자
이번 특검의 특징 중 하나는 4개월동안 운영될 '기자실'이다.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은 수사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 방송 및 신문사 등 22개 언론사가 해암빌딩 1층에 임시기자실을 마련해 입주했다. 첫날부터 기자 30여명 이상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14, 15층 특검사무실을 오가며 발길이 분주했다.

이번에 마련된 특검수사 임시기자실은 각 언론사가 200여만원의 임대비용을 분담하면서 자발적으로 마련됐다. 이에 대해 '한국언론 사상 처음으로 취재진이 돈을 모아 취재공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특검을 취재하기 위해 각 언론사별로 적어도 3명에서 최대 7명 이상의 취재인력이 투입돼 진행 상황을 보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기자실'을 마련하게 된 것은 취재 여건이 상당히 불편하고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는 것조차도 자리가 좁아 힘들고, 기사를 현장에서 작성, 송고할 수 없는 상태라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하게 된 것.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때 송 특검도 기자들에게 "업무공간이 충분하고 사안의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다면 마음껏 취재할 수 있도록 공간과 물적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점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바란다"고 밝혔듯이 취재여건이 좋지 않다.

또 기자실 바로 옆에서는 모 대형 다단계회사의 교육이 하루 2차례 진행돼 상당히 소란스럽다. 하지만 기자들은 대북송금 특검팀의 일거수일투족을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취재전쟁'을 시작했다.

특검, 18일 현대상선 10개 계좌추적 착수
산업은행 관계자 소환 예정

대북송금 의혹사건 송두환 특검팀은 수사 둘째날인 오는 18일 현대상선 10개 계좌에 대해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착수하고, 산업은행 실무자를 소환할 방침이다.

김종훈 특검보는 "의혹이 제기된 현대상선 계좌 10여개와 현대건설 CP자금 계좌 한 개에 대해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에 들어간다"며 "소환작업은 내일 아침에 결정할 것이고 우선 산업은행 실무자를 소환할 방침이다"라고 17일 저녁 브리핑에서 밝혔다.

특검팀은 현대상선의 10여개 계좌 수사를 통해 다른 연결계좌가 나오면 조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이 추적할 계좌는 현대상선 뿐만 아니라 연결가능성이 있는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특검팀은 현대상선의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여수신 내역'에 관한 회계장부를 요구했고, '왜 산은에서 대출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첫째날 참고인으로 소환한 감사원 직원 2명은 산업은행 대출 감사를 맡았던 감사원 최영진 2국장과 정승택 2국 1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들에게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산은이 2000년 5∼6월 현대상선에 2차례에 걸쳐 일시당좌대월로 50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넘어선 점', '현대상선에 제공한 일시당좌대월의 기한규정을 어겨가며 연장해 준 점', '금융감독원에 현대상선 대출관련 사항을 누락보고한 점' 등 산은 대출과정의 하자에 관련해 조사와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특검보는 이들을 부른 것에 대해 "별 목적은 없으며, 감사원의 지도와 설명을 듣기 위해 불렀다"고만 설명했다. 또 이들에게 '참고인 조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김 특검보는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

김 특검보는 "지금은 기초 작업하는 것"이라며, 감사원 공무원 2명에 대해 "오늘(17일) 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철야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조사를 받는 사람이 원한다면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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