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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한화교씨(46.현 경북 영덕세무서 근무)
내부고발자 한화교씨(46.현 경북 영덕세무서 근무) ⓒ 심규상
국세청의 특정기업 세금감면 비리 의혹을 폭로한 한화교(46. 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계장. 현 경북 영덕세무서 근무)씨. 그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내부고발 이후 병가를 내고 급성간염 치료를 받고 있는 한씨를 기자회견이 있던 지난 16일 저녁 만났다.

한씨는 내부고발 이유에 대해 "부당 지시가 반복됐고 지방청장 감사관 감찰계장에게 시정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건 묵살과 협박, 표적감찰, 항명 및 하극상 누명이었다"며 "결국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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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특정기업 세금감면 ' 의혹 '


한씨는 "사무관 승진 회유 등을 해오기도 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감사요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세청장 등 윗선의 지시를 이유로 부당한 예규를 만들어 탈루를 돕고 이를 위해 배부된 질문서마저 불법 회수한 것은 전대미문의 범죄행위로 감사계장인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씨는 "국세청장의 명령으로 경북 영덕세무서 발령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어떤 이유로 하향 전보조치됐는지에 대한 이유를 통보받은 바 없다"며 부당인사 의혹도 제기했다. 한씨는 또 "내부고발 이후 동료들도 모두 등을 돌린 상태지만 국세청 조직의 생리를 아는 까닭에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 "감사원 결정문, 재경부 결정문, 대법원 판례, 국세청 심사결정사례, 국세청 이의신청 결정사례예규 등 모든 자료를 다 봤지만 내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근거를 찾아보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지적을 해주든지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해 달라"고 역설했다. 한씨는 이어 "진실규명을 위해 시민단체와 국세청, 자신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한씨는 "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근거없는 예규를 만들어 법망을 빠져나가고 질문서가 회수되는 불법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겠다"며 "혼자서라도 죽는 날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씨는 또 "후회는 없으며 똑같은 상황이 또 생겨도 지금처럼 대응할 것"이라며 인터뷰 말미에 "이대로 죽기는 억울하다. 한 사람이라도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으면 바랄 게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한씨와의 인터뷰를 간추린 것이다.

ⓒ 심규상
-언제부터 공직에 몸담았나.
"지난 1976년 공무원생활을 시작해 대전 충남, 북 일원 세무서를 돌며 25년 동안 세무공무원으로 일해 왔다. 지금은 경북 영덕세무서로 발령받았으나 급성간염으로 병가 치료중이다."

-어떤 이유로 내부고발을 결심했나.
"감사업무는 국세청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이곳마저 썩을대로 썩었다. 지난 2001년 9월 감사계장으로 발령직후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이후 충북 소재 모 회사에 대한 감사지시가 떨어졌다. 출장 전 밤새워 철저히 준비했고 문제점이 발견돼 관할 세무서에 질문서를 발송했다. 그런데 휴가 간 사이 감사관이 이 질문서를 회수한 거다.

사실 질문서가 나가기 전이라면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나간 질문서는 회수할 수 없다. 이는 불법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고 전대미문의 범죄행위로 감사계장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었다. 지방청장에게 항의했지만 윗 분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긴 거다. 또 모 기업에 대한 감사가 다 끝나 탈루세금을 잡아냈는데 이를 상부지시라며 덮자고 했다. 이미 다 소문난 일이라 안된다고 버티고 소신대로 처리하자 속된 말로 찍히게 된거다. 이후 협박, 표적감찰, 항명 및 하극상 누명에 심지어 정신병 병력이 있다고 매도했다. 결국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내부고발을 택했다."

-어떤 외압이 있었나.
"먼저 나를 위시한 7명의 부하 감사요원을 '하극상에 의한 항명사건'으로 조작하려 했다. 여의치 않자 '승진'을 미끼로 나를 회유했다. 심지어 집요한 뒷조사와 과거 조사국 직원을 통한 협박, 특별감찰반을 편성 감시하게 했다. 영문도 모른 채 경북영덕세무서로 발령받아 보직도 없이 일하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뇌물 수수에 따른 하향 전보인사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4일 7시경 동생이 보내준 송이버섯 1㎏을 받아 집으로 들어가는데 감찰반원들이 뇌물상자를 수령한 것으로 오인, 강제연행 하려고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협박전화 등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껴온 지라 감찰직원을 조직폭력배로 단정,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이 건이 정말 뇌물이었다면 정밀조사가 있었어야 했다. 뇌물로 판명이 될 경우에는 징계위원회에서 심의, 징계를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경고장 주의장 하나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약점을 잡기 위한 표적감찰이라고 생각한다."

-청탁혐의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는데. 물증은 있나.
"그래서 명백히 드러난 세금청탁 비리를 공개한 거다.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때문에 감사원결정문, 재경부결정문, 대법원 판례, 국세청심사결정사례, 국세청이의신청 결정사례예규 등 모든 자료를 다 봤다. 하지만 내 자신의 주장이 틀리다는 사례를 찾아보지 못했다. 누구든 내가 잘못된 게 있다면 얘기해달라. 아니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해 달라. 시민단체와 국세청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열 것도 제안한다."

-앞으로 대응계획은.
"관련자들을 고발 조치하는 등 혼자서라도 죽는 날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겠다. 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근거 없는 예규를 만들고 질문서를 회수해 감사권을 유린하고 세금을 청탁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겠다. 이번 문제가 마무리되면 근거 없는 예규를 모두 찾아내 부당 처리한 사례를 수집해 없애고 법이 잘못됐으면 법을 고치도록 해 세정개혁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국민들은 모른다. 세금이 새어나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 재산을 공개해 줄 수 있나.
"아파트가 있었는데 이번 일로 처분하고 17평을 세얻어 살고 있다. 나머지는 95년식 에스페로 승용차와 월급통장이 전부다."

-후회는 없나.
"전혀 없다. 똑같은 상황이 또 생겨도 지금처럼 대응할 것이다. 몇번을 생각했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지, 조직을 위해 참으라고 하는데 진정 조직을 위하는 게 뭔지.. 지리한 싸움이 되더라도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 결국은 나 혼자다. 혼자 싸우다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싸운다. 이대로 죽기는 억울하다. 한 사람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바랄게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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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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