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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자 본 기자의 제안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었지만 '초청'을 '화해'로 이해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화해'는 원칙에 대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화해가 원칙 없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노무현 당선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외롭게 투쟁했던' 야합에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이 '광주학살과 쿠데타' 그리고 '부정한 돈'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노무현 당선자와 이 땅의 역사가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위해(!) 화해를 해야 한단 말인가?

만약 그들이 반성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 같으면 스스로가 전 세계인이 지켜보게 될 나라의 경축식장에 당당하게 국가원로로서 앉아 있는 것은 꿈도 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결국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못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나아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본다.

프랑스의 드골 정권이 그렇게 단호하게 민족반역자들을 처벌하고, 유태인들이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전범들을 시효를 인정치 않고 이 세상 끝까지라도 추적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들보다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부족해서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반성 없는 일본인들에 대해 그토록 분노하고 있는 것은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지 않는가? 사적인 차원의 용서와 화해에도 원칙이 있거늘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일에 '처벌과 반성' 없는 용서와 화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사의 '잘/잘못'을 분명히 하려는 것은 평화를 위한 조건의 문제이자 원칙의 문제인 것이다.

한편으로 이것은 나라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나라를 팔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들을 우대하고, 나라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애쓴 분들을 홀대한다면 이 다음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질 때 누가 나서서 이 나라를 구하려 하겠는가? 역사의 '잘/잘못'을 분명히 하려는 것은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대통령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결코 이롭다고 아무 약속이나 허투로 하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는 대통령후보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만약 자신이 광주에서 1등을 한다면 광주시민에게 얼마나 큰 신세를 진 것이냐면서 이런 약속을 했었다.

"제 한 목숨 다해서 그 신세 다 갚겠습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앞으로 그 신세를 어떻게 다 갚으려 하고 있을까? 광주출신 공무원들을 좋은 자리에 임명하고, 지역적 특혜를 주면서, 김대중 정권의 (불법적인 비리가 만약 있다면) 의혹을 감싸주는 것이 신세를 갚는 것일까? 광주시민들이 그런 덕을 보자고 노무현 당선자를 선택했던 것일까?

'광주정신'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도 역사의 '잘/잘못'을 분명히 하는 일에 지치고, 외로운 광주시민들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기대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지역간의 화합을 위해 "한 목숨 다해서" 노력해 달라고 그를 선택했을 것이다.

2월25일은 이제 그 시작을 하는 날이다. 이 나라의 역사가 제자리를 잡고 새출발하는 날이다. 군사파쇼독재를 보기좋게 끝장내려 했지만 실패했던 1987년의 그 허망했던 역사를 다시 이어나가는 날이다. 과연 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 순간은 이제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새출발을 위한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는 15일부터 노무현 당선자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서 취임식 관련 국민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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