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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김만수 부대변인은 다음달 2월 25일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하여 "행사의 준비부터 진행까지,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한 의견수집란을 15일경 당선자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 마련할 예정"이며, "행사진행 방식, 무대, 좌석배치, 취임행사에 초청했으면 하는 사람 등, 취임행사와 관련된 다양한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참여 의견 반영 과정에서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이들은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의 취지에 따른다면 이미 내란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국가원로로서의 대우를 박탈당한 상태이며, 무엇보다도 이들의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가 노무현 정권의 개혁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자신의 취임식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였다. 그는 자신의 취임식이 '모든 국민'의 화합과 용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두 전직 대통령과의 화해를 대구·경북인들과의 화해로 간주한 것이다.

재직 중에도 이러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들을 위한 만찬을 열었으며, 박정희 기념관을 지원하고, <조선일보>와의 화해를 모색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김대중 대통령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들과의 화해 제스추어가 결국 지역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것이다.

과연 대구·경북인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역사의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는 편견은 오히려 대구·경북인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수 있다. 왜냐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그런 시각은 마치 독일인들은 히틀러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태인들은 화해를 위해서 히틀러를 죄인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무현 당선자의 대답은 2003년 2월 25일의 취임식장에서 나올 것이다. 그가 만약 과거를 불문하고 '국민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여 악수를 나눈다면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역사인식에 있어서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무현 당선자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언제나 확실한 대답을 해왔다. 노무현 당선자가 1990년의 3당합당을 거부한 것도 그것이 단순히 다수지역이 소수지역을 소외시키는 야합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세력이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포기하고 군사파쇼세력과 하나가 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치판단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제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이러한 가치판단을 중단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의 신념을 믿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야말로 그의 신념을 진정으로 실천해야 할 자리다.

지금 노무현 당선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그를 반대하는 자들이 여전히 그를 반대하는 일이 아니다. 두려운 일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지지자만을 잃는 일이 아니다. 그에게 역사의 희망을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영원히 그 희망을 접는 일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신이 무장을 갖출 때, 당신이 스스로를 포기했다면 결코 돕지 않았을 사람들이 당신을 돕게 된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주류'가 선동하고 있는 '원칙 없는 화합'의 주술에 말려 노무현 당선자가 시작부터 실패한 대통령의 길을 떠나게 될지, 아니면 역사의 '잘/잘못'을 온 천하에 확실하게 선언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게 될지는 취임식을 위한 국민의 참여열기 속에서 결판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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