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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태균씨.
명태균씨. ⓒ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명태균씨가 선택적인 언론 접촉을 늘리고 있다. 취재 요청에 명씨가 적극적으로 응하는 매체가 있는 반면, 직접 지역을 찾아가도 명씨를 만나지 못한 언론사도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25일 이후 <오마이뉴스>의 연락도 일절 받지 않았다.

그러다 명씨는 지난 12일 늦은 오후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오마이뉴스>에서 전화가 와서"라고 언급했지만 전화를 먼저 건 것은 명씨였다.

1시간 넘게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자신이 "정치 브로커가 아니다"라며 "돈을 받아야 브로커인데 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본인은 "그림자"라면서 특정 캠프의 "직함을 가져본 적도 없다"고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미래한국연구소 역시 본인의 회사가 아니라고 반복해 주장했다. 실제 대표가 따로 있고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라는 직함이 찍힌 명함 역시 "자기들이 회장이라고 파줬잖느냐"라고 자신은 무관한 듯이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여론조사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여론조사를 분석해 전체적인 "판을 짜는 사람"이라며 "바람이 불어도 산의 모양대로 분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상당 시간을 할애해 지난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오마이뉴스>가 명씨의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취재를 진행하던 13일 오전, 명씨는 더 기다리지 않고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내용을 올렸고 다수 매체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명태균 "김종인에 '오세훈 당선 전략' 세가지 제시" https://omn.kr/2aisw).

"오세훈 고쳐쓰자고 내가 김종인 위원장 설득"

명씨는 이날 통화에서 "오세훈 시장이 원래 (2021년) 1월 10일 출마 선언을 한다. 1월 11일 김종인 위원장에게 갔더니 화가 많이 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화가 난 이유에 대해 "정진석씨가 '우리 당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면 당연히 단수 공천을 줘야 된다. 우리 후보로 나가야 된다'고 하니까 김종인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다"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이 실제 '조건부' 출마선언을 한 것은 1월 7일이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이 오세훈 시장의 조건부 출마 선언을 두고 격분했는데 "그래도 허우대는 멀쩡하니까 좀 고쳐 쓰면 안 되겠느냐"라며 "25분을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페이스북에 남겼던 '토끼와 거북이' 비유를 앞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바다에서 하면은 거북이가 이긴다. 육지에서 하면 토끼가 이긴다"라며 "오세훈은 거북이였고, 나경원은 토끼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 같은 경우는 보수 쪽에서 보면 중도지 않느냐? 나경원은 약간 우측이 좀 강하다"라며 "안심 번호에서 유효 표본 숫자를 다 맞춰야 한다. 그러면 거기서 무응답을 하는 사람에게 재차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확고하게 누구를 지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도에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응답하게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무응답층에서는 오세훈 쪽이 나경원보다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이다.

오 서울시장 측은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차례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명씨는 "오세훈은 지가 왜 (서울시장이) 됐는지 모른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오세훈이 전화가 왔다. 네 번 질질 짜더라"라며 "내가 그 사람들 아주 인격에 대한 모독을 한 건데 왜 고소를 안 할까? 내가 거짓말하겠느냐? 내가 이야기하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급할 때는 하루에 15번씩 전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022년 6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022년 6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캠프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또한 오 시장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안철수 의원 측과 단일화 과정에서도 본인이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반복해 주장했다. 명씨는 CBS라디오에서 밝힌 것처럼 "선거와 정치는 전혀 다르다"라며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강을 건너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유속, 물의 깊이, 유량 다 재봐야 되는 거 아닌가"라며 "이순신 장군도 그 울돌목에서 뱃사공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는 거 아니었느냐"라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순신'에, 본인을 '뱃사공'에 비유한 셈이다.

명씨는 "내가 수없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야기했다. (나는) 시골에, 창원에 사는데 하루에 6번씩, 많을 때는 단일화 급할 때는 15번씩 전화를 했다"라며 "시골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해 물어보고 그러면 김종인 위원장이 노망 들었다고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내가 한 일은 20분의 1도 안 나왔다. 사실은 더 안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은 주문 넣고 나는 주방장이었다. 어차피 그 가게 주인은 김종인 위원장이잖느냐"라며 "위원장은 단 한 번도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한 적이 없다. 목표만 이야기해 준다. '이거 필요해' 하면 내가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명씨는 "(김종인) 위원장께서 '안철수를 집에 보내자'라고 그래서 내가 '안 된다'고 했다. 왜냐면 '그 사람(안철수)이 (집에) 가면 30%가 박영선, 30%가 사표, 30%가 오세훈이다, (이기려면) 오세훈이 (안철수를) 업고 다녀야 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나경원 떨어트리기 위해 이준석 도왔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이 나를 소개시켜준 분이 김종인, 이준석, 오세훈, 이 세 사람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김영선 전 의원이 소개해준 게 아니라는 맥락이다. 그러면서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됐던 전당대회도 본인이 "도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에 대해 "항상 나한테도 문자가 온다. 한 일주일 전에도 왔고, 엊그제 '진실을 계속 말하다 보면 일이 잘 해결될 것 같다'(고 문자가 왔다)"라며 "우리나라에 스포츠카가 제대로 없잖느냐. 정치에서 어떻게 보면 (이준석 의원이) 스포츠카"라고 평가했다. "나보다도 16살인가 어리지만 상당히 괜찮은 친구"라며 "제일 쉬운 선거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선거"라고도 말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을 돕게 된 배경에 대해 나경원 의원을 당 대표 경선에서 낙선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은 '이준석이를 도와주지 말라'고 그랬지만 4~5일을 내가 설득을 시켜서 이준석 대표를 도와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의원이 대표에 당선되도록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준석 "명태균, 메신저 역할"...전대 '여론조사 역할론'은 부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 남소연

이준석 의원은 13일과 14일, <오마이뉴스>에 "명태균씨가 일주일 전에 연락이 온 건 음성파일을 어떻게 페이스북에 올리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고, 엊그제는 나경원 의원이 이상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라며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들한테 있는 그대로 반박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57만 당원 명부 유출 의혹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씨가 그거 '홍준표 캠프에서 의뢰한 것'이라고 연락이 오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앞서 밝힌 것처럼 2021년 5월 9일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은 후 "지방 출장을 가는데 김영선 전 의원이 연락이 와서 서울역에서 잠깐 보는데 그때 명태균씨가 있었다. 명씨가 나오는 줄은 몰랐다"라며 이때가 명씨를 '처음 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당대회 기간 도중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때도 명씨를 만났는데 "대구에 있는 호텔에 한 번 와서, 그때 전직 군수·시장 한두 명 정도를 (명씨가) 데려왔다"라며 "그 사람들이 또 사람을 3명씩 데리고 와서 한 7~8명이서 같이 인사를 한 적이 있다"라고만 전했다. 두 번 다 짧은 만남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시 '3무(사무실·차량·문자 발송 없는)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명씨가) 물리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라며 "그때는 코로나(사회적 거리두기)여서 조직 선거가 없었잖느냐"라고 했다. 그는 "명씨가 공표용 여론조사에 조작을 할 만큼의 능력치는 없는 사람"이라며 "명씨는 사람 사이의 메신저 역할이 많았다. 선거 캠페인은 더더욱 명씨의 분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명씨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특별히 캠프와 관계되어 역할을 한 게 없다는 취지다.

김종인 "먼저 전화한 적도 없다...명씨 궁지에 몰려 그러는 것"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 ⓒ 권우성

김종인 전 위원장도 1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명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2021년 3월 5일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다. 3월 5일 첫 만남 때도 인사만 하고, 10분 있다가 나갔다. 전화도 한 적이 없다"라며 "그 사람이 지금 무슨 과대망상에 빠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월에는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라며 명태균씨가 "신문에 난 걸 갖다 자기가 보고서 지금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하루에 적게는 6번, 많게는 15번 통화했다'라는 명씨의 주장에 대해서 "나는 그 사람하고 그렇게 전화한 적이 없다"라며 "자기가 나 만나러 온다고, 몇 시에 가면 좋겠냐고 전화하는 것만 받았다. 내가 먼저 전화한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 보궐선거 때 나는 처음부터 단일화를 원하지도 않았다. 나는 3자 대결을 해서도 이긴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명태균은 영남 쪽에서 쉬운 선거만 해 봐가지고 자기가 무슨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허풍을 떠니까 내가 그 사람을 믿지 않은 것이다. 지난 총선 직전에도 김영선이하고 와서 '10일 안에 개혁신당 지지율을 15% 올릴 수 있다'고 그러더라"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나는 그때 전당대회에 일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이준석이 출마하는지도 몰랐다"라며 "나는 서울시장 선거 끝나고 당을 떠나버린 사람이다. 누가 대표가 되는 건지 거기에 대해서 신경 쓸 일이 없는데 내가 저(명태균)하고 무슨 협의를 하고 했다고 그래?"라고 되물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보니까 (명씨가) 지금 궁지에 몰려서 그러는 것"이라며 명씨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준석#김종인#명태균#국민의힘#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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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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