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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할미새 노랑할미새가 천막농성장에 놀러왔다.
노랑할미새노랑할미새가 천막농성장에 놀러왔다. ⓒ 임도훈

'노랑할미새다!'

웅덩이에 노랑할미새가 찾아왔다. 꾀꼬리와 다른 밝은 연노랑이라 눈에 확 띈다. 자연의 빛깔은 언제봐도 다채롭고 놀랍다. 동그란 배와 금강을 다 담을 듯한 눈망울이 선하다. 흐르는 강 곁에 선 생명들의 선한 눈빛들이 우리를 응원하는 듯하다. 참새도, 흰목물떼새도 무언가를 바라보며 갸우뚱하거나 두리번거리는데 가만히 보면 말이 아니어도 보이는 언어들, 감정들이 있다.

천막에 한참 동안 송충이들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처럼 붙어있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흰불나방 유충이라고 한다. 원래 더울 때 나와서 나방이 되고 일주일을 산다고 하는데, 이 가을에 때아닌 유충들이 출몰한 것이다. 아마도 가을 초입에 더웠던 기온 때문에 유충들이 깨어난 모양이다. 기후위기의 징후를 이렇게 목격하게 되니 한편 마음이 착잡하다.

제법 쌀쌀해진 기온에 또 다르게 변모하는 농성장 주변의 모습들을 하루하루 관찰하다 보면 인간이 '영감'이라고 언급하는 모든 요소들이 자연을 기반으로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흐르는 강에, 그 강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이 다 그 기반이다.

백제문화제는 끝났지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백제문화제 폐막식에서 캠페인 하는 모습
백제문화제 폐막식에서 캠페인 하는 모습 ⓒ 임도훈

지난 10월 5일, 백제문화제가 끝났다. 열흘간 공주보 수문을 닫아 진행한 문화제가 남긴 것은 또 다시 황폐화된 금강뿐이었다.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펄에 뒤덮였을 것이고 흰수마자가 살던 모래여울도 잠겨있다. 공주시가 행사 기간에 진행한 녹조 조사 결과를 밝혀야 할 것이다. 보 수문을 닫고 치러낸 성과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살피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폐막식 현장에서도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의 캠페인은 계속되었다. 개막식 캠페인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걸죽하게 욕지거리하고 가는 할아버지들도 있었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응원을 표시하는 이들, 맞다고 동의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식의 문화제가 성과도 없는 예산 낭비라는 것을 많은 공주시민들이 공감했길 바란다.

공주시가 이런 식의 문화제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이번 백제문화제에서 여과 없이 보여졌다. 백제문화제는 끝났지만 공주보 수문을 닫아 생태계에 준 악영향들은 이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공주시장은 져야 할 것 이다.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으로 활기찬 천막농성장

 금강생태체험을 준비답사 중인 세종시민들의 모습
금강생태체험을 준비답사 중인 세종시민들의 모습 ⓒ 김정래

지난 5일, 지난 세종보철거시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시민분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오는 12일에 세종시민들을 대상으로 '금강생태체험'을 기획하고 있는데 답사 후 들른 것이다. '금강생태체험'은 벌써 60여 명이 가족들이 신청해 대책위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응교 북측에서 모여 독락정과 금강스포츠공원 농성장, 한샘정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천막농성장에 들러 물수제비와 돌탑쌓기 등 생태놀이를 하고, 세종보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정이다.

천막농성장을 찾는 이들은 이렇게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며, 길어지는 농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랑한 힘들을 보태고 있다. 오는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며 방한용품과 추위를 대비할 방법들을 생각해 상의하고, 겨울에도 사람들과 함께 '웅덩이가 얼면 썰매를 타자', '연날리기 대회를 하자'며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피리를 불고 돌탑을 쌓으며 절실한 마음을 모아가니 천막농성장이 지칠 새가 없다.

금강을 지키는 것은 '뭐라도 하자'는 시민들의 절실하고 열정적인 마음이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활동가들이 있어도 기가 막힌 정책과 방법들이 있어도 마음보다 더 앞설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절실한 마음이 결국 이 싸움을 이기게 할 것이다.

 장군돌탑을 쌓는 모습
장군돌탑을 쌓는 모습 ⓒ 임도훈

"부산에서 왔어요!"

부산에서 한 가족이 찾아왔다. 천막 소식을 여기 저기서 듣다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멀리서도 이 투쟁에 대한 소식을 듣고 함께 편이 되어주겠다는 이들을 보니 더 힘이 난다. 매일 해왔던 이 곳의 이야기를 또 반복하면서, 이렇게 해서 우리편이 더 생길 수 있다면 언제까지고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농성장에 여러 채의 돌탑이 생겨나고 있다. 제법 큰 돌로 쌓아 올린 돌탑은 금강을 지키는 '장군돌탑'이다. 아직 이 곳에 많은 이들이 소원을 쌓고 있다. 금강이 이대로 힘차게 흐르기를, 4대강 모든 수문이 결국에는 다 열리고 철거되기를.

 붉게 물든 노을, 오늘도 천막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붉게 물든 노을, 오늘도 천막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 임도훈

우리의 소원이 끝내 이뤄지도록, 오늘도 천막농성은 이어지고 있다.

#금강#세종보#공주보#백제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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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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