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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가 진행하는 백제문화제가 이제 끝이 났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공주시 백제문화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백제에 찬란하고 융성했던 문화가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잘 전달 되었을까? 단 몇 일 간의 행사로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모두 전달 수는 없다. 특히 화려한 물질만으로 만들어 낸 백제문화제는 문화유산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프로그램이 더 많다. 백제문화와 현대의 문화를 결합한 컨텐츠도 보이지 않는다. 많은 축제가 그렇듯 공주시 백제문화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즐기고, 먹고 마시는 단편적인 행사에 불과했다.

이런 백제문화제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공주시 백제문화제는 예산낭비와 쓰레기를 양산한 축제로 기록되어야 한다. 2019년, 2022년, 2023년, 2024년 가을 강우로 행사를 위해 설치했던 유등, 부교, 모형황포돗배 등의 시설물이 떠내려 갔다. 공주시는 떠내려간 쓰레기는 정리했으니 문제 없다고 설명하지만, 모두 수거하지 못했고, 얼마가 바다로 떠내려가 쓰레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조명시설에 들어가는 중금속도 같이 바다로 흘러갔다.

이렇게 떠내려간 시설물들은 그대로 예산이 낭비된 것이다. 매년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강에 버려진 것이다. 유등, 부교, 모형황포돗배를 강에 설치하지 않았다면 낭비되 않을 수 있는 비용을 써버린 것이다.

 24년 떠내려간 부교와 시설물들
24년 떠내려간 부교와 시설물들 ⓒ 보철거시민행동

나아가 필자는 백제문화제를' 죽음의 문화제'로 정의하고 싶다. 지난달 22일 공주시가 요청하고 환경부가 공주보 담수를 시작했다. 공주보 담수로 현장은 그야말로 '고인 물'이 되었다. 고인 물이 되면서 모래사장과 자갈밭은 사라졌다. 당연히 여기에 터를 잡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는 사라졌다. 가는 모래에 번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미호종개, 흰수마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두어진 물에 살 수 없는 생명들이다. 이 밖에도 재첩, 말조개 저서생물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2012년 4대강 사업이 완공되고 담수된 이후 사라졌던 두 종은 2018년 수문이 개방되면서 다시 금강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에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가 번식했다.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다시 모습을 보였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수위가 만들어 낸 결과는 생명들에게는 죽음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공주보 모니터링결을 통해 문화제를 위한 담수가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진행되고 있는 백제문화제
진행되고 있는 백제문화제 ⓒ 이경호

공산성을 스크린 삼아 비추는 레이저 조명 역시 그곳에 서식하는 새들에게는 죽음의 빛이 될 수밖에 없다. 야간에 움직여야 할 부엉이와 잠을 자야 할 새들에게 이는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스크린으로 사용되는 곳은 야간에는 검은색일 뿐이지만 낮에는 숲이다. 숲에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생명경시가 일상화된 공주시 백제문화제의 처참한 모습이다.

축제가 끝나고 수문이 개방되면 깨끗했던 고마나루 백사장은 다시 펄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짧은 기간 담수된 물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될 것이다. 매년 담수로 펄밭이 된 백사장의 펄을 걷어내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쌓인 펄 때문에 금강변에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풀밭이 되어간다. 육화되어가는 과정이다. 금빛 모래사장 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해 놓고 모래사장을 펄밭으로 만들어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모래사장에서 펄밭으로 현상이 변경되지만 문화재청에 허가도 받지 않는다. 지난 6월 우리는 이런 공주시를 고발했다.(관련기사: "아이들까지 악취 펄 치웠는데... 파렴치한 공직자 3인" https://omn.kr/28wvz)

 펄을 걷어내는 모습
펄을 걷어내는 모습 ⓒ 이경호

 펄로 가득차게 될 백사장(공주보 담수전)
펄로 가득차게 될 백사장(공주보 담수전) ⓒ 이경호

여름철 우기에 맑은 물로 강을 변하게 만드는 것과 담수된 고인물과 큰 차이는 펄이 쌓이는 여부에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여름철 강우는 생명들에게 다시 맑은 물을 공급하지만, 담수로 유속이 느려진 고인 물은 썩어가는 흙만을 만들어 낸다.

가두어진 물에는 녹조가 가득피었다. 결국 백제문화제는 시민들의 건강마저 위협한 위험한 축제로 기록되어야 한다. 지난달 22일 담수되고 5일 만인 27일에 녹조가 창궐했다. 녹조가 가득한 강이 되면서 물총새는 먹이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녹조를 먹는 흰뺨검둥오리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기만 한다.

 녹조가 가득한 행사장의 부교모습
녹조가 가득한 행사장의 부교모습 ⓒ 보철거시민행동

환경부는 지난 3일 금강, 낙동강에 녹조로 인한 공기중 독성이 없다고 발표 했다. 하지만 2011년 뉴질랜드와 독일 연구팀은 <환경 모니터링 저널(Journal of Environment Monitoring)>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극도로 안정한 화합물이며 일단 공기로 퍼지면 분해되지 않고 수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2022년 9월 미국 노스캘로라이나대학 해양과학연구소 등의 연구팀이 <종합 환경 연구(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독성을 지닌 여러 남세균이 초미세먼지에서 검출됐다"라고 밝혔다. 녹조 창궐에 따른 에어로졸 현상이 초미세먼지 농도 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에 따라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대한 건강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근접부(수표면)와 수변부(0.3미터~2미터)에서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녹조가 창궐한 현장에선 20~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심한 악취가 난다. 냄새 물질과 녹조 독소 물질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바람 등 영향에 따라 수표면과 수변부에서 주변으로 냄새 물질과 함께 독소도 공기 중으로 확산할 수 있다. 실제 2023년 11월 23일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반박 자료(환경부 '녹조 발생 지역에서 공기 중 조류 독소 불검출')에서 "국립환경과학원 검토 결과, 조류 독소는 수표면과 수변에서 미량으로 검출될 수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국립환경과학원 입장과 결과는 서로 상반된다.

결국 백제문화제 현장에 발생한 녹조에는 공기중 독성이 있을 가능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해야 할 지자체장이 독배를 시민들에게 권유하는 격이다.

백제문화제는 심지어 지역언론에서도 혹평을 받고 있다. 공주시 퍼레이드에 대해 역대 최고 졸작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더위에 시민들을 방치하고 진행도 미숙하게 진행되면서 심각한 혹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볼게 없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백제의 수도 공주가 어땠는지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을 현혹하기 바쁜 축제가 아니라 진정한 백제의 문화를 기획 해야 한다. 주변환경에 피해를 주진 않는지,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지,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에 입찰에 응한 상인들에게만 좋은 축제가 되어서도 안된다. 오히려 적정인원 이상을 초과하면 안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제나 축제 기획은 늘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시민사회와 제대로된 협업을 통한 문화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백제문화제의 컨셉을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명을 죽이는 축제를 이어가서야 되겠는가? 공주시 자체를 교육과 컨텐츠와 이야기 장으로 만들어 가야 일회성 축제가 필요 없는 공주시가 될 수 있다. 진정한 백제문화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고, 생명을 죽이는 축제가 백제문화 부흥을 이끌었던 선조가 원하는 것인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공주보담수#죽음의백제문화제#생명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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