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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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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ain_rieder on Unsplash

'지속가능한 물 관리'에 대한 논의의 중심은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는 가뭄과 홍수 등 물과 관련된 재난을 초래하며 사람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인구의 감소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에 있어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만, 그간 소홀히 다뤄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과거의 인구 사회 경제의 발전 추세가 지속되길 희망하며,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물 관련 인프라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관리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이러한 희망적인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구감소는 그 방향을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적 현상이 됐으며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해 중요한 요인이 됐습니다.

인구의 변화는 물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인구감소는 국내 소비의 감소로 연결되며,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생활용수 수요의 감소와 더불어 소비재 산업 분야의 공업용수 수요의 감소 그리고 농업용수 수요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물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산업투자가 지속되고, 농업에서도 시설재배 등이 크게 늘어난다면, 인구감소로 인한 물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도 있습니다.

인구감소의 영향은 지역적으로 큰 편차가 있습니다. 수도권 등 대도시 권역은 인구와 산업이 집중돼 인구감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인구감소의 영향이 수도권에 비해 훨씬 더 클 수 있습니다.

인구변동의 지역적 편차는 물관리 시설의 수요에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수도권 등 지역은 물 관리시설의 투자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에는 그만큼 물 관리시설의 투자수요가 낮아지게 됩니다.

물을 많이 쓰는 산업구조로의 변화로 인구감소를 상쇄해 국가 전체적으로 물 수요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인 물의 배분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입니다.

댐과 수도 등 물 관리시설을 계획할 때는 지역별 산업과 인구 동향을 고려하여 물 수요와 배분량을 계산합니다. 이 배분량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마치 재산권처럼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수자원 개발량이 100이고 A지역에 40, B지역에 60이 배분됐고, 인구변화 등을 고려할 때 A지역이 20, B지역이 80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A지역에서는 잉여량 20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는 추가로 20만큼을 건설하는 것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잉투자는 과잉 운영비용으로 이어지므로 인구감소시대에는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결국 A지역에 배분된 물을 B지역에 배분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인구감소가 홍수 대응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시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에 물관리 인프라의 투자는 대도시 경제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선택해 왔습니다. 큰 강의 상류에 큰 댐을 짓고, 큰 강의 제방을 정비해 홍수를 예방해 왔고,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특히 큰 강의 대도시 영향 구간에는 우수 배제와 강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이러한 투자 방향은 농어촌 지역을 홍수 등의 피해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도시지역도 홍수에 안전하지 않은 지역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도 국지성 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대도시와 그 외의 지역이 모두 홍수에 취약해진다고 하여도 그 예방 대책은 인구변동 등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화를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인구감소와 산업의 변동으로 토지이용의 집적도가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제방을 높이 쌓는 방법보다 유휴토지를 홍수터로 만들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홍수를 부담하되 피해를 보상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 지역은 인구집중으로 토지이용은 여전히 집적(고도화)되고, 기후변화로 도시홍수의 규모와 빈도는 커질 것입니다. 큰 강에서 강물이 지체되면 빗물이 빨리 배제되지 않아 도시홍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때 상류의 댐에서 강물의 지체되는 시간을 조절해 준다면 도시홍수의 방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댐의 규모를 키우거나 새로운 댐을 건설하기보다 댐 관리자가 쉽고 빠르게 방류량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체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큰 하천에는 적은 양의 방류로도 통행이 제한되는 세월교가 여전히 많이 있고, 하천을 이용한 생계형 영업행위로 인해 홍수관리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즉, 이미 갖추어진 인프라를 보완하거나 보강하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고도성장기의 물관리와는 사뭇 달라져야 합니다. 물관리 인프라의 투자에 있어서도 인구의 감소와 이동, 토지의 이용을 고려하여 그러한 변화에 적합한 투자의 방법과 규모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물관리 인프라의 투자와 더불어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 투자 방향과 규모의 결정, 물의 배분과 조정, 재해의 사회적 수용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조정입니다. 즉 인구감소 시대에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시설투자만으로 달성할 수 없으며, 물관리 투자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거버넌스의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민경진씨는 한국수자원공사 전문위원입니다.


#인구감소#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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