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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탄소중립은 어디까지 왔을까? 계획대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50 탄소중립은 과연 가능할까? 결론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는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지난 26일 열린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입법과제를 제시하며,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입법과제 토론회 지난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포럼 ‘사의재’와 더불어민주당 송재봉·김한규·권향엽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입법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입법과제 토론회지난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포럼 ‘사의재’와 더불어민주당 송재봉·김한규·권향엽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입법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 포럼 사의재/ 서왕진 의원실

임성진 교수(전주대)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위험한 원전지상주의와 시대에 역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하며 국회 주도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은 산업계의 입장 대변과 원전산업 강화, 반재생에너지 계획으로 요약된다며 2021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대비 2023년 수정된 NDC에서 원전 비중이 32.4%로 확대되고, 재생에너지는 21.6%로 감소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 과정에서 "현 정부가 2030년 급격한 감축 목표를 설정하여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한, 30년 이후 국가계획이 없다는 점도 정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전환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왜곡된 정책을 전환할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국회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상설적으로 운영하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이격거리 법률적 기준 법제화, 영농형태양광과 (해상)풍력발전촉진법의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 계통 문제 해결, 정의로운 전환과 주민 참여를 위한 입법 활동을 제안했다.

윤세종 변호사(플랜1.5 정책활동가)는 지난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입법 성과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탄소비용, 탈석탄, 재생에너지 보급, 기후 불평등, 정의로운 전환 등 20개의 주요 입법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법, 탈석탄법을 핵심 입법과제로 제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헌법이 보장한 환경권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을 바탕으로 전지구적 감축 노력에 대한 대한민국의 몫에 부합하도록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출권거래제법'은 현재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감축수단 기능을 상실했다고 평가하며, 유상할당비율 강화 등을 통해 배출권 할당 계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탄소 비용의 적극적인 반영과 함께 취약계층 및 기업에 대한 지원책 병행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탈석탄법'은 가장 비용효과적인 감축수단으로 탈석탄 목표연도 지정과 조기폐쇄의 유인, 보상설계 등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계통부족 해소와 에너지 전환가속화, 일자리 전환을 통한 노동자 보호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참여보장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선 신우용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후위기 대응이 지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및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반대하며 원전 중심 정책은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석탄전기인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회와 지방정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박창신 변호사는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하나의 사례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감축' 부문에 비해 '적응' 부문은 체계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응' 부문은 생태계, 생물다양성, 대기, 물환경, 보건, 농림·식품, 산림, 해양·수산, 산업, 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돼 있어 별도 법률로 분리해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 이후 구체적인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며 "실제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수용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과장은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기도의 선진사례를 소개하며 신재생에너지법, 산업집적법, 산업입지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률 등 'RE100 3법' 관련 법률 제·개정을 제안했다. 현재 이격거리 등 불합리한 규제, 농지·산업단지 등 가용부지 활용 제약 등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라며 "재생에너지 정책전환 미흡 시 중장기 국가·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하고 관련법을 조속히 입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신 단장은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3.5%를 차지하는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권한과 예산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는 규제 권한이 부족해 실질적인 감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며, 중앙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3년째를 맞지만 정책으로써 탄소중립은 힘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정부의 정책의지, 정책 내용, 추진 실정 등은 모두 낙제점 이하인 것 같다. 21대 국회에선 기후위기 대응 관련 법안의 2/3, 즉 300여개가 폐기되었다는 점에서 입법부도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부문별 다양한 지원법들이 뒷받침될때 긴 호흡의 탄소중립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적 해결책 및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합의와 실질적인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후위기#탄소중립#포럼사의재#윤석열정부#입법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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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서울특별시와 한국환경공단에서 공직자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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