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간호사들의 진료지원(PA) 업무를 양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법 입법 움직임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의사단체의 반발에는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단체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21대 국회 때도 그렇고, 지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에 대해서도 의사 고유 업무를 침해해 환자 안전에 위협을 가할 거라고 하는데, 명확한 근거 없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이럴 것이다'는 주장만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날 "오는 22일까지 정부와 국회가 간호법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다. 22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5월 21대 국회를 통과했던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미 한 번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이탈이 6개월 가까이 장기화하고 현장의 의료 공백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 역시 진료지원 간호사 법제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간호협회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의사 업무"
대한간호협회는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간호법 제정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협회 측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라며 "심지어 3년 미만 경력의 신입 간호사들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은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었다"고 했다. 최훈화 전문위원은 "병원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진료지원 업무를 강요받은 간호사들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불안한 상태"라고 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제는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고, 의료 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적정한 보상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라며 "더 이상 간호사들이 희생만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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