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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호주인들은 한국이 부럽다네요, 이것 때문에: https://omn.kr/29p20)에서 이어집니다.

20대 초반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은 한식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이었던 나는 나는 여행자와 현지인을 연결해주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유럽을 여행했다.

무료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내어준 현지 호스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직접 한식을 요리해 대접했고, 이 경험을 통해 음식이 문화 교류를 위한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인 비빔밥, 한식당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인 비빔밥, 한식당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 Pixabay

이후 교환학생과 유학생활을 하며 직접 한식을 만들어 대학 축제에 참가하고 팔아보기도 하면서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도 엿보았다. 외국인 친구들이 우리의 반찬 문화나 비빔밥, 김치 등에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며, 한식이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내가 한식의 글로벌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최근 통계에서도 한식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68개국 111개 도시에 총 9,923개의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또한,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한식당 수가 2010년에는 전무했으나, 2023년에는 전 세계에 걸쳐 31개가 등재되며 그 품질과 인기를 입증했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한식당

지난 5월 호주를 여행하며, 호주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직접 경험하고자 했다. 12만 명 이상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는 호주에서의 한식 열풍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시드니, 멜버른, 그리고 서호주의 퍼스를 방문하며 현지 한식당들의 분위기와 맛을 탐구했는데, 호주에서 만난 만난 다양한 한식당 탐방기를 독자들과 나눈다. 유용한 여행 정보나 비즈니스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한인 교민이 모여 사는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지역은 마치 작은 한국 거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한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지역의 한식당, 한인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인만큼 한국어 메뉴판이 눈에 띈다.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지역의 한식당, 한인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인만큼 한국어 메뉴판이 눈에 띈다. ⓒ 김도희
한편,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한 몇몇 대형 한식당들은 서울의 중심가에서나 볼 법한 크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식 인테리어와 메뉴가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호주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만큼 다양한 외국 음식들이 본연의 맛을 유지한 채로 현지화 되지 않고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식도 마찬가지였다.

시드니의 많은 한식당들은 설렁탕 국물을 우려내는 큰 가마솥, 셀프 반찬대, 물컵, 숯불까지 한국식 고깃집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세련된 전통 인테리어를 통해 마치 한국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형 프랜차이즈도 있었다. 순간 여기가 서울인지, 호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시드니 한식당 <본가>. 한국의 전통 기와 및 장식품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시드니 한식당 <본가>. 한국의 전통 기와 및 장식품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 김도희

이런 식당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그리운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이자, 한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한국의 진짜 맛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사설 문화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 멜버른에서는 호주인 친구 부부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당이라며 추천한 곳을 방문했다. 이 식당은 고기 굽는 그릴이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어 연기가 거의 나지 않았고, 고기 냄새가 옷에 배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 덕분에, 한국식 바비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쉽게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고기를 세트로 주문해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치킨, 파전, 만두 등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식당은 현지인들의 입맛과 편의를 고려해 한식을 지역화 하여 제공하고 있었다.

 멜버른 한식당 <희녹>의 수직 바비큐 그릴, 사장님이 직접 한국에서 공수해 온 거란다. 저 사이에 숯불 두 판이 들어가고, 그릴을 수직으로 넣어 고기를 초벌한다.
멜버른 한식당 <희녹>의 수직 바비큐 그릴, 사장님이 직접 한국에서 공수해 온 거란다. 저 사이에 숯불 두 판이 들어가고, 그릴을 수직으로 넣어 고기를 초벌한다. ⓒ 김도희

식사 후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수직 그릴이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어릴 때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한국계 호주인으로,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호주에 소개하며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를 잇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젓가락질이 서툰 현지인들이 고기에 쌈을 싸 먹으며 다양한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이곳에서 한식당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멜버른에서 예약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이곳은 예약제로, 6좌석 밖에 없고 일주일에 단 세 번, 두 시간씩 식사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 6000명의 대기명단이 있는 상태란다) 한식당을 친구가 소개해 주었는데, 이곳은 한국 가정집을 콘셉트로 한 식당으로, 한국인 셰프가 된장, 고추장 등 소스류를 직접 발효시켜 한식을 만드는 곳이었다.

서호주 퍼스에서도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한식당을 3, 4군데 방문했는데, 그중 반찬을 별도로 판매하는 한식당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특히 멸치볶음이 인기가 많아 1인 당 한 팩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식당이 전하는 한국의 문화와 맛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낯선 호주에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사장님들은 진정한 민간 외교관이라 할 수 있다. 한식당들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창구로서, 한국의 정서를 체험하고 나아가 한국 방문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이 한국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한식의 세계화는 그저 한국 음식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스웨덴에서 관광학 석사 과정 중에 '스웨덴 내 한식당 경험이 한국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한식 경험이 여행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피자를 먹고 나면 본토 이탈리아에 가서 진짜 피자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호주에서의 한식 경험이 누군가의 인생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한국 방문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한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강력한 문화적 매개체임을, 호주의 한식당들에서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enerdoheezer)에 최근 게재된 글을 보완해 작성했습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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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까지 여권도 없던 극한의 모범생에서 4개국 거주, 36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영국인 남편과 함께 현재 대만에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여행과 질문만이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글을 통해 해외에서 배운 점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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