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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공영방송 '졸속 선임'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공영방송 '졸속 선임'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국회 청문회에서 내보인 태도에서 고위 공무원에게 기대되는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진숙 위원장은 시종일관 오기가 서린 표정을 짓고 있었고, 김태규 직무대행은 야당 의원 질문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야당을 향한 '적의'를 드러냈다.

이진숙 위원장은 시작부터 야당 의원을 향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한 이 위원장은 증인 선서문을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에게 제출하면서, 악수도 청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허" 웃었지만, 이 위원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로 들어갔다.

"공개할 수 없다" 반복한 이진숙과 김태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한 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건네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한 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건네고 있다. ⓒ 유성호

김태규 직무대행은 팔짱을 끼거나 야당 의원 질문에 소리 내 웃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최민희 위원장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됐지만 김 직무대행의 태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질의할 때, 수 차례 말을 가로막고 끼어들어서 자기 할 말을 하는 것은 두 방통위원의 공통된 태도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을 도발해, '막말 국회'로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될 정도였다.

이날 청문회는 두 방송통신위원이 취임 당일, 전체 회의를 열어 공영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선임을 의결한 것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불법성을 따지려고 열렸다. 그런데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은 서로 말이라도 맞춘 듯 "회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체 회의 회의록은 전체 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되는데, 전체 회의 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답변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반박으로 이런 논리는 깨졌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관련 증언을 거부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방통위가 낸 입장문을 내보이면서 "(법원에는 답변하고 국회에서는) 답변 거부 투쟁하는 거냐"고 묻자 김태규 직무대행은 오히려 "변협(대한변호사협회)에서 문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답변을 계속 거부하기 위해 어떤 법적 권한도 갖지 못한 변협을 내세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겁박하려 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야당의 방송 장악 주장과 관련해 "방송 장악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으로 노영 방송 수호를 위한 국정 장악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말하면서 노조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그대로 내비쳤다.

'배 째라', '모르쇠'... 그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참석해 공영방송 '졸속 선임'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참석해 공영방송 '졸속 선임'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유성호

그러면서 두 위원은 그릇된 비유를 동원해 자신을 방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청문회가 열리는 것을 두고 '고문'이라거나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문구 등 극단적 표현을 써가면서 '적의'를 드러냈다. "비유를 하자면 (방통위 간부들이) 고문받듯이 하는 걸 보고(청문회 출석하게 됐다)", "여기서 느끼는 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걸 느낀다" 등의 발언이었는데, 야당 의원들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이 위원장의 신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것처럼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배 째라'로 일관한 두 방통위원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15일)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계속 앉아 있었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친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청문회 종료를 호소했지만, 최민희 위원장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거 호소하시면 안 된다"면서 추가 질의를 이어갔다.

두 방통위원이 쌓아 올린 '모르쇠' 전략은 야당 의원들 공세에 무너졌다.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할 여러 사실들도 밝혀졌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지원한 성보영 후보를, 본인 의사를 묻지 않은 채 감사로 임명한 점, 김태규 직무대행이 공영방송 이사와 관련해 접수된 국민의견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점, 방통위 사무처가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정당 가입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점, 두 방통위원이 제대로 된 서류 검증도 없이 엉터리 이력을 기재한 인물을 방문진 이사로 뽑고, 관련된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2명의 방송통신위원이 회의 내용 공개를 한사코 거부했던 이유도 짐작된다. 국회는 오는 21일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문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연다. 아울러 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불법, 탈법, 졸속 정황들이 나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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