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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봉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는 연탄들
나눔 봉사를 위해 적재되어 있는 연탄들 ⓒ 이율

알람이 거세게 울린다. '이상하다... 오늘은 분명 쉬는 날인데, 알람을 왜 설정해 두었지?' 아차차.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며 천근만근의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차피 봉사인데, 나 하나쯤 안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내적 갈등이 일어난다.

사람은 대개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나오지 않은 사람이 예상 외로 많다. 담당자가 난처해 하던 모습과 남겨진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이 떠오른다. 그제야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세숫대 앞에 설 수 있었다.

내가 주로 가는 봉사지는 경로식당이다. 조리를 보조하고, 식당 청소와 설거지를 한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주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못한 어르신들이 끼니를 해결하러 오신다.

요즘은 세상이 계속 힘들어지는지 갈수록 이용객이 늘고 있다. 그에 반해 인력 충원은 넉넉하지 못해 모두가 힘들다. 지자체에서 일정액의 급여를 받는 공공 근로 어머님들을 보내 주고 있지만, 식당 일이라는 것이 무척 고되어 인력은 늘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봉사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거 하면 돈을 주나 봐요?"

어떤 공공 근로 어머님이 물으셨다.

"아니요. 그냥 심적 안정을 위해 나왔어요."

분명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셨지만, 어째서인지 더는 묻지 않으셨다. 대부분은 학교나 직장 등 지원하려는 단체의 전형에 가산점을 얻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만 봉사를 하러 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오다가 더는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주기적으로 나오니, 봉사인지 돈을 벌러 나온 것인지 헛갈리셨던 모양이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봉사

내가 가진 최초의 기억이 무엇인지 일 년에 한 번 정도 떠올려 본다. 다섯 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멀리서 걸어오는 어머니를 향해 방긋 웃으며, 내 작디 작은 손가락으로 어머니를 발견했다며 신나서 가리키던 일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 미소가 머금어진다. 가슴이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그래서 지금 내가 처음 봉사를 했던 게 언제였고, 무엇을 했는지도 연이어 떠올려 본다. 중학생 때 방학을 맞아 봉사시간을 채워 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친구 셋이 모여 이리저리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계속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가 동네의 어느 노인정에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점심을 준비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요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잘할 수 있다며 다 같이 덤벼들었다. 달걀 프라이를 제대로 뒤집을 줄 몰라 모양은 엉망이었고, 버무린 나물은 간장 조절을 못해 꽤 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맛있다며 우리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고맙다는 말씀도 연거푸 하셨다. 그만 가보라고 하셨지만 설거지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나가는 우리가 기특하셨는지 입구까지 나오셔서 배웅도 해주셨다.

그렇게 형언하기 어려운 감사함과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소중한 경험이 지금의 나를 경로식당에서 봉사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피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로식당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일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뜨거운 불 앞에서 고된 일을 해 그런 것 같고, 어르신들은 배식 시간 한참 전부터 줄을 서시며 손꼽아 기다리셔서 그런 것 같다.

기다림 끝에 비로소 식판에 반찬을 받을 때, 다들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신다. 식권을 지원받아 무료로 드시는 분들은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시기도 한다.

"가격도 너무 싼데, 뭘 이렇게 많이 줘요."

"잘 먹을게요. 너무 고마워요."

인생이 마냥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로울 때가 제법 있다. 때로는 자존감이 흔들리기도 하고 안 좋은 생각도 잠시나마 해본다. 그럴 때마다 봉사를 하러 와, 이런 말들을 들으면 '난 참 쓸모 있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행복하다. 봉사라는 것은 타인을 생각하고 위하는 것이 맞지만,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하는 일임이 틀림없다.

처음부터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해본다면 차후에는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자원봉사(自願奉仕)라고 일컫는다.

일리가 있을 수 있는 말

장기적으로 열심히 봉사를 하시는 분이 더러 계신다. 연세도 꽤 있으신데 다들 열정적이다. 자주 만나다 보니 친분을 쌓으며 속 이야기도 털어놓게 된다.

"사실 우리 아들이 오래전에 음주 운전을 했어요..."

"네?? 어쩌다가..."

"인명 피해는 없이 자기 혼자 사고가 났는데, 아들이 그동안 자기가 봉사활동한 거랑 기부내역을 제출해서 다행히 선처를 받았어요. 그런데 자식 잘못 키운 게 죄라고 나도 봉사를 다니게 되더라고... 그리고 아들도 착하게 살아야 나중에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 이제는 정신을 차렸어요. 참 다행이지 뭐예요."

음주 운전을 안 하고 깨달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면 타당한 말이기는 한 것 같다. 봉사도 나름의 저축이라고 생각했을 때, 내가 평소에 선행을 쌓아둔다면 불행할 때 꺼내 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편 각 지자체와 자원봉사센터에서는 봉사자들에게 유용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니 알아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포털의 메인 화면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포털의 메인 화면 ⓒ 행정안전부 1365

봉사의 종류는 직업 만큼 다양

연탄 나르기, 우크라이나 전쟁 구호물품 선별, 야간 방범순찰, 폐의약품 수거, 무단투기 잠복 및 단속, 취약계층 반찬 만들기, 코로나 방역 지원, 행정업무 보조, 헌혈 그리고 경로식당 설거지까지. 여태껏 내가 해온, 자랑스러운 500시간 봉사의 이력들이다.

사람마다 처해진 환경이 제각각이다. 자신의 상황에서는 봉사를 할 곳이 마땅히 없을 것만 같다. 학생과 직장인은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고, 주부나 프리랜서는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비정기적이며, 어르신들은 활동력이 부족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포털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봉사를 선택할 수 있다. 평일과 주말, 장기와 단기, 봉사의 내용과 지역 등의 분류에 따라 자유롭게 신청 및 취소를 할 수 있다. 또 장애의 여부와 정도에 따라 알맞은 봉사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봉사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요처는 아주 다양하고 많다.

덧붙이는 글 | 차후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봉사#자원봉사#1365#행정안전부#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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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여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깨우치는 기행전문 기자 겸 작가입니다. 기행과 지역 소식을 함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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