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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된 버스 스케줄은 읍면동 지역 주민들은 시내로 나오지 말든가 꼬우면 자차 몰라는 뜻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 없이 버스 이용하는 도민을 죄인으로 만드는 이번 대중교통 개편안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읍면 지역 이용객이 시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죄다 감축해 버리고 알아서 다니라고 하시니 할 말이 없습니다."

"왜 소수가 이용하는 노선을 없애고 버스 운영 대수도 감소시킨 겁니까? 그마저도 없으면 이들은 아예 버스는 타지도 말라는 뜻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제주도는 버스 노선도, 대수도 타 도시보다 너무 적습니다. 그런데 이용객이 별로 없다고, 인건비, 유지비 많이 든다는 이유로 공공재를 그렇게 비용 수치만 계산해서 감축시키다니!! 시대를 역행하는 버스 개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땡볕에 짧게는 40분, 길게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만차 운행이라고 지나가는 버스만 야속하게 쳐다보는 게 현실입니다. 다른 노선 관광객이 많이 타는 노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증차는 못 할 망정 감차라니요. 적자 나는 구간 감차요? 그럼 30분 기다리던 걸 1시간 기다려서 버스를 타야 합니까?"
 
 8월 1일 이후 버스 감차에 대해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민원들
8월 1일 이후 버스 감차에 대해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민원들 ⓒ 김순애
 
제주도청 민원게시판이 도민들의 분노로 도배되고 있다. 제주도가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8월 1일 버스 감차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무리하게 감차를 단행한 이유는 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적자가 매년 늘어나면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7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정 절감과 효율적인 노선 운영을 위해 운수업체와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 끝에 총 72개 노선 64대 감차'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나흘 만에 13개 노선, 11대 버스 추가로 변경되었다. 이는 전체 운행 버스 680대 중 11%에 달하는데 제주도는 감차를 통해 연간 180억 원, 10년간 2109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버스 감차 추진한 공무원들은 평상시 버스 이용하고 있을까

하지만 감차 시행 후 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제주도에 따르면 버스 개편 1주일 동안 제주도에 접수된 민원은 361건에 달한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원 내용을 보면 학기가 시작될 때 통학을 걱정하는 학생의 목소리부터 출퇴근 버스가 사라져서 발을 동동 구르는 직장인의 목소리, 갑자기 노선이 사라져 당황해하는 교통 오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눈에 띈다. 이번 버스 감차를 보면서 필자가 느꼈던 심정과 유사하다.

버스를 이용하는 필자 역시 이번 버스 개편을 보면서 제주도정의 교통 정책이 시대와 한참 거꾸로 가고 있으며 버스를 타는 도민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행정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버스 이용자라면 비용만 생각해서 이렇게 무리하게 도민들의 이동 수단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는 정책을 추진할 리 없다.

 
 감차 10일 전에 안내된 감차 내용
감차 10일 전에 안내된 감차 내용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온실가스 배출 주범 자동차, 제자리걸음 버스 수송분담률

올해 6월 말 기준 제주의 인구 대비 자동차 등록 비율은 1명당 1.05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사람보다 차가 더 많다. 이러한 상황은 제주도의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2021년 기준 제주특별자치도 관리권한 온실가스 순배출량 3967천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중 도로 수송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448천톤CO2eq로 37% 정도를 차지한다. 즉 제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교통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관리권한 온실가시 인벤토리 배출량
제주특별자치도 관리권한 온실가시 인벤토리 배출량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가 2017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취지는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해서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도 버스 수송 분담률은 10%대 초반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제주의 버스 준공영제 평가 점수는 4년 연속 하락했다. 이에 반해 버스 회사들에 지급되는 비용은 2017년 700억 대에서 2024년 1300억 원 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돈 먹는 하마' 버스 준공영제, 완전공영제 논의 시작해야

준공영제 7년 실험에서 버스 준공영제 정책은 문제가 많음이 여실히 드러났기에 준공영제 자체에 메스를 들이대야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돈을 줄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원래 목표로 삼았던 대중 교통 편의, 버스 수송분담률 논의는 사라져 버렸다. 왜 많은 돈을 들였는데 버스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으며 버스 수송 분담률은 높아지지 않는지 정확히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버스를 줄여서 비용을 줄였지만 이는 소탐대실이다. 비용을 줄이는 논의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민들이 자동차를 버리고 버스를 타게 하는 유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게다가 임원 비리 및 감사 자료 미제출 등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고 도민들로부터 호응받지 못하는 현재의 준공영제 제도를 완전 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완전공영제 시행 16년 차 신안군의 사례

완전공영제 시행 16년째인 신안군은 지난 7월 시 '공영제사업의 경제성 분석 검토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공영제 시행 이후 이용객 수 증가와 군민 이동량 증가, 이동 편의성 향상,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의 다양한 효과를 화폐적 가치로 환산했다.

용역은 국내외 교통시설사업 성과지표 사례를 바탕으로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9개 항목의 정량 편익 성과지표를 분석한 결과 연간 160억 원의 경제 효과와 공영제 시행 이후 16년간 총 2333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고 발표했다.

더 유심히 들여봐야 할 부분은 2023년 기준 민영제와 준공영제의 재정지원 현황을 비교한 결과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는 신안군은 버스 대당 7200만 원, 민영제인 목포시는 대당 약 8600만 원, 준공영제를 하는 광주광역시는 대당 1억 37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나 비용 측면에서도 공영제가 더 좋은 제도임이 확인되었다.
 
감차 시행 후 이용한 버스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구간인데 버스가 30% 정도 줄었다.
감차 시행 후 이용한 버스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구간인데 버스가 30% 정도 줄었다. ⓒ 김순애
 
제주도, 도로 노선 신설 및 확장에 5년 동안 총 1조 5천억 원 투여 계획

제주도가 작년 발표한 구국도 및 지방도 도로건설 관리계획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노선 신설 확장에 총 1조 5천억 원이 투여된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한 해에 3천억 원꼴이다. 제주도의 도로 보급률은 전국 9개 시도 중 가장 높지만 매년 수천억 원의 도로 예산이 책정된다. 수천 그루 나무 벌목으로 화제가 된 비자림로를 비롯하여 제주 곳곳은 여전히 도로 공사 중이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돈 먹는 하마인 도로 개설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자동차 이동을 촉진하는 도로 개설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성의 이름을 달고 민간 버스 회사들만 배 불리는 현재와 같은 준공영제에 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현재 제주도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도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도민들이 원하는 노선을 파악하여 준공영제 노선을 복구하는 대신 공영 노선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제 버스 완전공영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때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제주버스#버스준공영제#오영훈제주도지사#제주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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