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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게 내 취미가 됐다. 좋은 전시를 보고 오는 날처럼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 요즘처럼 불볕더위에서 미술 관람은 취향을 가장한 피서이기도 하다. 6월 5일부터 9월 18일까지 '더 현대 서울 6층 알트원'에서 '서양미술 800년 전,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가 열리고 있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14세기부터 현대까지 서양미술 80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전시다. 시대별 주요 화가의 작품 70여 점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찬란한 유럽 미술 800년의 긴 시간 여행을 '우리들의 문화살롱' 멤버들과 함께했다. 평일 오후 2시 도슨트를 듣고 싶어서 시간을 맞춰 갔지만 관람객이 많아 작품도 보이지 않았고, 도슨트의 설명도 잘 들리지 않았다. 전시 설명을 듣는 것은 포기하고 사람들과 좀 떨어져서 작품 감상을 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은 금빛 예술, 고딕 종교 미술이라는 제목으로 14세기 고딕 미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14세기 미술작품은 대부분 종교적이다. 당시 미술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고딕 양식 작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 바로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것이다. 서양 미술 하면 유화가 떠 오르지만, 이 당시에는 물감이 없어 화가들은 광물이나 식물에서 채취한 안료에 달걀노른자를 섞어 사용했다. 템페라 기법은 마르는 속도가 빨라 그림을 수정하거나 세부 묘사가 어려웠는데도 의상의 세세한 주름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작품들에 감탄이 나온다.

14세기 화가 알바로 피레즈 데보라의 작품이다.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가 세례 요한 야곱과 함께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알바로 피레즈 데보라 세례 요한, 대(大)야고보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알바로 피레즈 데보라 세례 요한, 대(大)야고보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 이소희
 
사람 주변으로 후광이 비치거나 굉장히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기예수가 성모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피렌체 학파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두 번째 섹션은 르네상스, 16세기를 그리다.

네덜란드 화가들이 발명한 유화물감 덕에 이전보다 여전히 종교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세 그림과 비교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선명한 색감이 특징이다.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성 요셉을 묘사한 이 그림은 16세기 화가 페르난도 야네즈의 작품이다.
 
 페르난도 야네즈 드 라 알메디나, 성(聖) 가족(성모 마리아 요셉과 아기 예수), 1523년경
페르난도 야네즈 드 라 알메디나, 성(聖) 가족(성모 마리아 요셉과 아기 예수), 1523년경 ⓒ 이소희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원근법을 사용하여 그림 속 공간이 실제처럼 보이고 인체 해부학 연구가 발달하면서 사람의 근육, 골격, 비율 등이 실제처럼 생생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코 그라나치, 띠를 손에 쥔 성모 마리아와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 성 토마스, 성 프란체스코 그리고 성 율리아노1506년-1516년경
프란체스코 그라나치, 띠를 손에 쥔 성모 마리아와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토, 성 토마스, 성 프란체스코 그리고 성 율리아노1506년-1516년경 ⓒ 이소희
 
세 번째 섹션은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이상, 17세기 미술이다. 17세기 초는 거장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아 빛의 음영을 활용한 독특한 표현 기법이 유행했다. 바로크 시대라고 불리는 이때의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명암 대비를 사용해 연극 무대를 보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17세기에 가장 유명한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1593~1653)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25-1630년경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25-1630년경 ⓒ 이소희
 
여성 화가가 흔치 않았던 시대에 젠틸레스키는 바로크 화풍의 창시자인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아 여성의 강인함과 고통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젠틸레스키의 작품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를 직접 볼 수 있다.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세밀하게 묘사된 주름진 짙은 주황색 천을 두른 채 벨벳 쿠션을 오른손은 해골 위에 얹은 상태로 앉아 있다. 삶의 공허함을 상징하는 해골은 짙은 갈색빛으로 배경에 녹아들어 있다.

네 번째 섹션은 상상과 실제 사이, 18세기 풍경이다. 로마 18세기, 베네치아는 막대한 부와 권력에 힘입어 정치, 상업,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다. '베두테(vedute)'라 불리는 건축 풍경화가 하나의 중요한 장르였는데, 도시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묘사하였다.
 
 미켈레 마리에스키, 베네치아 산 스타에 성당이 보이는 대운하, 1730년대
미켈레 마리에스키, 베네치아 산 스타에 성당이 보이는 대운하, 1730년대 ⓒ 이소희
 
다섯 번째 섹션은 고전주의와 사실주의. 이 시기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미술을 재해석하고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윤리적 주제와 이상화된 인간 형태의 묘사에 집중했다.

동물과 정물 화가로 알려진 장 바티스트 우드리(1686~1755) 의 라 풍텐 우화 속 어부와 작은 물고기라는 작품이다.
 
 장 바티스트 우드리,? ?라퐁텐 우화 속 어부와 작은 물고기, 1739
장 바티스트 우드리,? ?라퐁텐 우화 속 어부와 작은 물고기, 1739 ⓒ 이소희
 
푸에르트 롱기의 아래 작품은 가운데 여자가 옆에 하녀들 도움받으면서 자기를 단장하고 있고 그 옆에는 배우자가 될 남자가 서있다.
 
 피에트로 롱기, 아침?단장1750년경
피에트로 롱기, 아침?단장1750년경 ⓒ 이소희
 
여섯 번째 섹션은 낭만주의에서 인상주의다. 19세기의 중요 회화 장르 중 하나는 초상화였다. 초상화는 중산층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그려졌다.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테레즈 프라이프라우 폰 베트만의 초상(본명 프라인 프린츠 폰 트로이엔펠트), 1850년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테레즈 프라이프라우 폰 베트만의 초상(본명 프라인 프린츠 폰 트로이엔펠트), 1850년 ⓒ 이소희
 
연습 중인 두 명의 무용수를 흑연으로 묘사한 아래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 중 한 명인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의 작품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리듬감을 볼 수 있다. 인상주의는 이후 표현주의 입체주의로 이어지며 우리가 아는 현대미술의 시초가 된다.
 
 에드가 드가, 두 명의 무용수들
에드가 드가, 두 명의 무용수들 ⓒ 이소희
 
20세기로 넘어오면 샤갈, 피카소 호안 미로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3명의 화가는 동시대 교류도 했던 사이다. 피카소는 샤갈에 대해서는 샤갈 머릿속에 천사가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마르크 샤갈, 마을 위의 붉은 당나귀
마르크 샤갈, 마을 위의 붉은 당나귀 ⓒ 이소희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높이가 3미터가 넘어가서 엘리베이터로 옮길 수가 없어 1층에 전시돼 있다.

이 작가는 실제 생명을 박제한 작품들은 만들어 논란과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다. 별 관심이 없던 작가였는데 처음으로 '생명의 나무'라는 작품을 봤다. 데미안 허스트의 이 작품은 굉장히 화려해 마치 보석을 보고 있는 듯 광채가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명은 생명의 나무이지만 살아있는 희귀종 나비를 박제해서 만들어서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 끔찍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데미안 허스트, 생명의 나무
데미안 허스트, 생명의 나무 ⓒ 이소희
 
현대백화점이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대 갤러리로 유명한 로빌란트 보헤나와 협업했기 때문이다.

이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한데 이번 전시를 위해 들여온 원화 70여 점의 가치를 환산하면 무려 천 삼백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로 무료 도슨트 투어가 제공되긴 하지만 관람객이 많아 관람이 어려울 경우 H.Point앱에도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다른매체에 전송하지는 않았지만 기사가 송고된 이후에는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 게시할려고 합니다.


#서양미술800년전#더현대#미술관람#스낵미술#우리들의문화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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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작가 이소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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