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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2대 국회는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혐오정치에 맞서는 인권방패를 들어라!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2대 국회는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혐오정치에 맞서는 인권방패를 들어라!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신중 검토 필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학생인권법)에 대해 교육부가 제출한 의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이다.

학생인권법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 따르면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학생인권법에 대해 "이미 (상위법에) 규정되어 있어 별도 법제화의 필요성이 낮고, 동 제정안과 같이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추상적, 선언적으로 규정할 경우 법 적용 및 해석의 혼란, 학생,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인식 저하, 교권침해, 교육현장의 갈등 초래 등이 우려되기에 입법은 신중 검토 필요"라며 사실상의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학생인권법은 2006년 3월, 제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 속해 있던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초로 발의한 것으로, 체벌 금지, 두발과 복장의 자유, 강제 자율학습 금지, 소지품·일기장 검사 및 압수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했다.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3년마다 학생인권 실태 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현재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도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야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된 학생인권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학생인권이 교사의 교권과 학부모의 권한과 동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별개의 법으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며 인식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추상적인 것은 학생인권법이 아닌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에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제출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의견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에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제출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의견 ⓒ 국회교육위원회
 
교육부는 검토의견에서 여러 조항에 대해 "내용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며, 법문언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률의 해석 및 적용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학생의 인권보장'을 규정한 유일한 법조문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 '①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의 '한 줄 선언'이 유일하다. 게다가 교육부는 작년 11월 학생인권조례의 대안으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 예시안"(이하 예시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기존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인권에 관한 각 세부적 항목을 한 조 안에서도 적게는 두 개, 많게는 여덟 개의 항을 통해 굉장히 상세하게 규정한 것과는 달리 해당 예시안에서 학생의 권리를 규정한 부분은 하나의 '항'의 다섯 개 '호'에 그친다.

또한 교육부가 내놓은 예시안에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및 국내법이 규정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 인권 보호에 필요한 조항뿐 아니라 권리구제 절차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교육부가 추상적이라며 지적한 학생인권조례나 18쪽 분량의 학생인권법안 등 학생인권법제도의 규정보다 기존의 법령과 교육부가 내놓은 예시안의 규정이 훨씬 축약되어 있고, 심지어는 기초적인 내용조차 빠진 것이다.

끊임없이 '인권'을 지우려는 시도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이주호 현 교육부 장관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주도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교권보호조례가 한 차례 제정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주호 장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해당 조례에 대해 '교원 지위와 학교장의 권한·의무는 법률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조례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없는데 교권조례를 만든 것은 부당하다' 며 대법원에 조례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이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여 교권보호조례를 폐지했다. 이 것이 12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작년 서울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정부·여당은 학생인권조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시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망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윤재옥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학생 갑질 조장 조례"라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공교육이 붕괴"했다고 가세한 것에 더해 급기야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조례"라며 개선을 지시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 조례를 모두 폐지하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대체하고자 최근까지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사노조가 "통합조례안에 기존 교권보호조례의 내용이 모두 담겨있지 않다"며 반대한 것에 더해, 경기도교육청 학생참여위원회가 "많은 권리와 지원 조항이 삭제되어 사실상 학생인권조례 폐지"라며 반발하는 등 학생과 교사 모두의 반발에 부딫혀 결국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언론창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에 실패하자 지역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학교생활인권규정에서 학생생활규정으로 명칭을 변경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학생인권법은 학교를 살리는 길이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활동가들이 '학생인권법 제정, 혐오정치 맞서는 인권방패'를 들고 있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활동가들이 '학생인권법 제정, 혐오정치 맞서는 인권방패'를 들고 있다. ⓒ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교육부에 묻고 싶다. 학생인권법이 학생인권만 규정해서 문제라면, 교원의 보호에 관한 사항만 규정한 교원지위법과 교원의 교육활동만 구제하는 교권보호위원회 때문에 학교 현장의 분열이 생겼는가? 아동복지법 등 상위법을 통해 학생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교육부는, 학생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라고 권장하는 것인가? 경우에 따라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하는 인권침해도 있겠지만, 이미 형사적 제도가 있다는 이유로 중재적 절차를 도입하지 말자는 것은 권리구제 제도의 목적이 회복적 정의에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 자체로 성립되지 못하는 주장이고 아동학대 신고의 증가와 학교의 사법화를 촉진하는 길이다.

헌법학자인 오동석 아주대 교수는 김문수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 입법 토론회에서 "학생인권법의 제정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학생 인권의 보장 책무를 포기하는 지방 의회의 폭력에 대하여 국회가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의 이행"이며 "국회는 국민의 민주적 대표기관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하고, 진작에 학생인권법 제정을 했어야 할 헌법적 책무가 국회에 있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학생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두의 인권'이라는 말이 그저 허울 좋은 포장으로 남지 않으려면, 오히려 각자의 인권이 더욱 상세하게 규정되고 보장받아야 한다. 결국 '모두'를 만드는 건 각자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국회는 교권 5법을 만들었고 교육부는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반면 학생의 인권에 관한 사항은 초중등교육법에 한 줄 선언적으로 규정되기에 그쳤고 학생인권조례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여섯 곳에서만 제정되었고 일부 지역은 폐지 위기에 있다. 국회는 이제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전국의 학교를 지킬 '인권방패'를 들어, 진정한 의미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학생인권법#학생인권#교육부#학생인권조례#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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