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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있다면 문제는 이해하지 못한 사람일까, 어렵게 쓰인 글일까.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저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른 만큼 어휘력 또한 천차만별이다. 배경지식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달라진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정보 격차를 벌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는 한자어가 낯설고, 기성세대에게 신조어는 어색하다. 디지털 기기가 생소한 고령층의 경우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은 '쉬운 정보'를 만든다. 쉬운 정보는 읽을 때 이해하기 쉬운 정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쉬운 정보 제작은 쉽지 않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고치고, 이미지를 더해 글의 의미를 보조한다. 당사자와 전문가 감수 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은 필수에, 기존 자료를 재구성할 때는 맥락에 맞게 완전히 고쳐쓰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쉬운 정보는 결과적으로 어려운 어휘 사용에 제한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소소한소통이 설립된 지도 어느덧 7년. 쉬운 정보의 가치와 현주소, 시사점을 알아보기 위해 이은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장을 만났다.
 
 소소한소통 이은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장
소소한소통 이은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장 ⓒ 박민욱
 
- 소소한소통이 만드는 쉬운 정보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파트너와 협업하는 외주 작업과 자체적으로 만드는 콘텐츠가 있다. 외주 작업물의 경우 주로 기존 자료를 쉽게 바꾸거나 기획에 따라 새로운 자료를 만든다. 자체 콘텐츠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바탕으로 전문 도서를 출판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작한다. 주로 발달장애인의 권리나 안전, 취업, 자립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해하기 쉬운 자립 안내서
이해하기 쉬운 자립 안내서 ⓒ 소소한소통
 
-소소한소통의 베스트셀러를 꼽자면.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리즈 도서 3종(<나도 이제 직장인>, <내일도 출근합니다>, <어려운 구인 공고는 이제 그만>이 있다. 2019년에 만든 책인데 꾸준히 잘나가는 편이다. 구직 과정을 준비하는 것부터 회사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폭넓은 정보를 담았다. <서툴지만 혼자 살아보겠습니다> 역시 세종도서에 선정돼 전국 도서관에 자리 잡고 있다. 쉬운 도서는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의 매력적인 모습이 담긴 특수교사 에세이 <선생님하고 나는 친하니까>도 많이 사랑받는 책이다."

- 발달장애인의 언어적인 특징이 있나.

"언어적인 특징이라기보다는 정보를 접근하고 이해하는 방식에서의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새롭고 낯선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고 정보를 습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사회적인 맥락을 이해하거나 관용적 표현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다만 각자의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다른 만큼 하나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능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모든 쉬운 정보를 만들기 전에 꼭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하는 감수회의를 거친다. 이 글이 정말 쉬운지, 그림은 잘 이해가 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발달장애인 전문 감수위원으로 우리는 이분들을 '쉬우니'라고 부른다. 전체 수는 약 30명 정도 있고 회의 때마다 4~5명이 함께 한다.

한편 이런 일도 있었다.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발달장애인 직원 분이 메뉴 중에 '곰탕'을 보더니 "곰탕은 곰이 들어간 거죠?"라고 하시는 거다. 기발한 발상에 다들 재밌어했는데 이 점을 잘 활용하면 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해 소통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곰 일러스트를 활용한 곰탕 굿즈를 만들기도 했다."
 
 소소한풍경의 발달장애인 직원이 점심 메뉴 곰탕을 보고 “곰탕은 곰이 들어간 거죠!”라고 말한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만든 곰탕 다이어리
소소한풍경의 발달장애인 직원이 점심 메뉴 곰탕을 보고 “곰탕은 곰이 들어간 거죠!”라고 말한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만든 곰탕 다이어리 ⓒ 소소한소통
 
- 소소한소통 설립 이후 7년이 흘렀다. 초창기와 바뀐 점이 있다면.

"쉬운 정보의 형태가 인쇄물을 넘어 굉장히 다양해졌다. 또, 단순 복지 정보에 한정되지 않고 발달장애인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영역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지금은 미술관, 박물관처럼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쉬운 정보가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사이니지'라는 사업도 하고 있다. 단순히 말하면 공간의 기능을 쉽게 안내하는 정보에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색을 넣어서 숫자를 몰라도 층을 기억할 수 있게 한다든지, 소화기 안전 이용 방법을 쉽게 만들어 붙여놓기도 하는 등 공간을 안내하는 정보를 쉽게 만들고 있다."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쉬운 사이니지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쉬운 사이니지 ⓒ 소소한소통
 
​- 1일 축구 수업, 발달장애인 소개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

"쉬운 정보가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경험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기도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글을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삶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활동의 내용은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파생된다. 한번은 '쉽지'의 연애 편을 제작하면서 연애를 아는 것을 넘어서, 발달장애인에게는 누군가를 만날 기회 자체가 없다는 현장의 이야기에 공감이 됐다. 이에 발달장애인이 만날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소개팅 행사를 기획했다.

연애 편에 이어 축구 편도 제작하면서, 운동 경험에서 소외된 여성 발달장애인과 직접 축구를 해보자는 취지로 1일 축구 수업을 진행했다. 그날 이후에 또 한 번 해봤다는 분들도 있고, 다른 풋살 수업에 참여했다는 분들도 계셔서 기쁘다."

"쉬운 정보가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더 퍼지길"

- 쉬운 이모티콘도 출시됐는데, 기존 이모티콘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이모티콘 '쉽게 말해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이모티콘 '쉽게 말해요' ⓒ 소소한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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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 있는 이모티콘 대부분은 소통에 재미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림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의사소통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명확한 의미 전달에 목적을 맞춘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초기 단계에서 발달장애인 부모, 지원인에게 평소 발달장애인과 소통할 때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조사한 결과 도움 요청 내용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초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도 있었나.

"발달장애인법 10조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배포해야 된다'고만 나올 뿐, 세부 규정이 없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의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부족하다.

시·청각장애인은 점자와 수어 통역에 대해 당연한 권리로써 요청하는 데 반해 발달장애인은 아직 쉬운 정보를 모르는 분들도 있고, 정당한 권리라는 인식이 다른 정보 접근 도구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쉬운 정보가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이 더 퍼지면 도움 되지 않을까."

- 단체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지금까지 주로 공공 영역에서만 쉬운 정보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기업과 함께하는 작업이 많아지면 좋겠다.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들이 대부분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콘텐츠, 상품에 대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장애, 장애인 버전으로 따로 구분해 만드는 구조보다 서비스 안에 쉬운 정보가 녹아 들어가면 모두에게 훨씬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당연히 전문 용어가 사용되는 분야에서는 두 버전이 나눠야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키오스크와 같은 서비스 자체가 쉽게 기획되면 더 좋지 않을까.

쉬운 정보를 인식하고 나면 눈이 바뀐다. 직원들의 경우 지하철을 타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도중에도 어려운 말을 찾곤 한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쉬운 정보의 기반이 확산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가이드스타 청년 공익 기자단인 '채리티 에디터 양성 과정'참가자의 취재 기사입니다. / 채리티 에디터 7기 박민욱


#한국가이드스타#소소한소통#발달장애인#쉬운정보#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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