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돕다가 갈등을 끝에 물러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얽힌 대선 뒷이야기를 전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전화를 해 남편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다음 날 내가 국민의힘에서 나왔는데 그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연락이 와서 '드릴 말씀이 있으니 꼭 뵙고 싶다'고 했다"라며 "그런데 약속 하루 전날 윤 전 총장이 제삼자를 통해 약속을 취소했다. 아마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려니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석 달쯤 지나 김건희 여사가 전화를 해 자기 남편을 도와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얼마 뒤에 아크로비스타 지하의 식당에서 만났는데 그때 윤 전 총장 부부가 함께 나왔다"라며 "김 여사는 20분쯤 앉아 있다가 먼저 일어섰고 단둘이 얘기하는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앞으로 도와주시면 잘 따르겠다'고 해서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윤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니까 마음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그해 1월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물러났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야당과 최소한도의 협치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또 맨날 똑같은 사람들만 불러다가 얘기 듣지 말고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좀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후계자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뒤늦게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을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김 여사의 성향을 볼 때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잡힐 거 같으면 진작에 자제했겠지"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 전망과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원내 입성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으로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훨씬 더 농후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두고 봐야 하지만 한 대표와 이 의원이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그의 운명은 법원에 달렸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라며 1, 2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그 정도로는 지지층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여당은 야권 대선후보가 이 전 대표란 점을 상수로 놓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