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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이 속했던 해병대 제1사단 7포병대대의 전 대대장 이용민 중령이 13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채상병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중령은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복구 당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지만,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이 이를 무시하고 수중수색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채상병 묘역 찾아 눈물 쏟은 전 대대장 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이 속했던 해병대 제1사단 7포병대대의 전 대대장 이용민 중령이 13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채상병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중령은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복구 당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지만,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이 이를 무시하고 수중수색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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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해병대원 순직 사고 당시 채 상병 소속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이 사고 원인에 대해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 대한 준비 없이 성과만을 내야 한다는 사단장의 집착에 의해 현장으로 출동해 발생한 사고"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용민 중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 입법청문회를 하루 앞둔 20일, 이 중령의 답변서를 미리 공개했다.

이 중령은 답변서에서 "고 채 해병의 대대장으로서 제가 받게 될 법적, 도덕적 책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면서 "다시금 국민 여러분께 전우를 잃은 대대장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상급 지휘관 의혹 이미 증거로 밝혀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경찰 출석하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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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령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는 "실종자 수색 명령을 내리고, 바둑판식으로 수중수색 명령을 내린 것을 현장 지휘관의 오해라고 하면서 이를 은폐하려는 상급 지휘관에 대한 의혹은 이미 관련 증거로 충분히 밝혀졌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에 가해진 외압 의혹과 특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고, 이 부분은 특검 등 어느 정당의 활동을 지지하는 측면이 있어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으로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이 중령은 '사고 당일 상관으로부터 하달받은 명령의 내용'에 대해서 "지휘통제본부장(7여단장)의 사고 당일 명령은 없었고, 전날(7월 18일) '탐색 미 수색 다시 실시',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 사단장 지시를 포병11대대장 카톡으로 전파 받은 사실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당일 포병 11대대장(포병여단장 직무대리)은 사고 전일(7월 18일) 사단장으로부터 엄청 화가 난 내용과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준비에 대한 설명과 포병부대의 배치와 운용에 대한 내용 브리핑 강조 사항을 전파 받았다"고 밝혔다.

채 상병 순직 당일 '수색 작전 수행 계획과 실제 수행 내용'에 대해서는 전날 밤 포병11대대장이 소집한 회의에서 지시된 내용대로 상급부대의 승인 하에 허리까지 들어가는 수색 방법을 전파하고 전 간부의 통일된 복장 등 관련 사항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자신의 대대를 A지역(13중대), B지역(본부중대·15중대), C지역(16중대)으로 나누어 4인 1개조로 편성해 작전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 사단장이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 순시를 온다는 A지역에서 자신을 포함한 간부들이 수변 끝단에 로프로 몸을 묶은 가운데, 그 안쪽에서 병사들이 수풀을 헤치며 바둑판식으로 찔러가며 작전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채 상병은 B지역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 중령은 임성근 사단장으로부터 "직접 대면이나 카톡·전화로 지시받은 내용은 없다"면서 "다만 당시 작전통제된 7여단장의 지시를 받으며, 포병여단의 직무대리인 포11대대장과 연락관 임무를 맡고 있었던 포병여단 작전과장의 사단장 지시 관련 내용이 전화 또는 카톡으로 부대원들에게 전파돼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준비가 부족한 작전으로 일어난 사고"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호우로 실종된 사람들을 수색하던 해병대의 채 아무개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자 해병대원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호우로 실종된 사람들을 수색하던 해병대의 채 아무개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자 해병대원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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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전 장비 없이 수색을 강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수색 작전이 아닌 호우피해 복구 작전 임무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교범상 대대의 작전 구역을 2~3km 초과한 11km, 한번도 가보지 못한 구역의 제한된 정보(다리의 명칭만 공지)로 수색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위험성 평가를 모든 중대와 대대가 할 수 없어 있는 장비로 대책을 강구하여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또 사고 전날 포병대대의 수색현장을 둘러 본 임성근 사단장이 포병 3대대 9중대에서 질타한 이후 오후 1시 3분 전파된 사단장 강조사항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작전의 방법과 복장', '브리핑', '도착 시간과 차량의 주차', '상급자의 지시를 안 듣는다'와 포병 여단장이 없어 그러냐며 선임대대장이 지휘통제본부에 안 남으면 포병여단장을 포항에서 부르겠다는 등의 과도한 질책으로 이후 오로지 사단장 지시사항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중령은 "무릎 아래든 허리 아래든 저는 처음부터 장화 신고 들어가는 자체가 위험하다고 선임인 포병11대대장에게 강조했다"면서 "이 사고는 준비가 부족한 작전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적절한 지시도 사고 원인의 일부이겠지만, 사단장이 주장하는, '저는 한 번도 듣지 못한 물에서 5미터와 도로정찰과 수색의 방법도 모른다'는 발언은 군인으로서, 부하로서 모멸감을 느끼며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잘못이다. 완벽하게 준비되기 전까지는 어떤 명령도 이행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래야 저의 사랑하는 전우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 중령은 "군인은 명예인데, 부모님과 아내, 자식에게 당당한 대한민국 군인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태그:#이용민, #김경호,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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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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