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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상임위원 두 명이 인권단체와 언론들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인권위 전현직 직원들이 두 상임위원에 대해 보고 들은 내용을 익명으로 보내와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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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는 11명의 인권위원이 있고, 그중 3명이 상임위원이다. 상임위원들은 인권위 청사 14층 회의실에서 열리는 전원위원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해 사무처에서 올린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한다. 지금부터 현직 인권위 상임위원 두 명의 '역대급 활약'에 관하여 말해보려고 한다.

우선 이충상 상임위원은 2022년 10월 여당 추천으로 인권위에 들어왔다. 판사 출신인 그는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 등을 이유로, 임명 당시 시민단체들로부터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즈음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 처벌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소에 인권위가 위헌 의견을 제출할지 논의하고 있었는데, 임명 후 처음으로 전원위에 출석한 그는 HIV감염인들에 대한 성행위 규제를 '뇌물수수'와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비유하며,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동료 위원들로부터 '인권감수성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하지만 이건 그의 역대급 활약의 시작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위 안건에서 헌재에 위헌의견을 제출하기로 했는데, 이충상 위원은 합헌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한 사안에 관해 합헌 의견을 갖고 있다 해서,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그 의견 자체만으로 인권위원의 자격이나 공직자 자격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인권은 인간사회가 전쟁과 야만을 딛고 역사적으로 구축한 선의에 도달한 결과물'이지 진보 또는 보수 어느 한 진영만의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충상 위원은 2022년 12월 12일 내부게시판에 '위헌결정이 난다면 모든 공직활동을 그만두겠다'라고 공개 선언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에이즈예방법을 합헌결정할 경우에는 이념편중으로 이유모순의 위헌의견을 냈고 인권위의 소수파의 인권을 억압한 인권위의 다수파 중 한 분이라도 사퇴하시겠습니까?"라고 반문해 빈축을 샀다. 이후 그는 사비를 들여 여론조사 기관에 조사(22'.12.24~26)를 의뢰해 받은 결과를 토대로 <논문 및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2023년 2월 1일께 헌재에 제출했다. 
 
'윤석열차' 진정이 접수된 뒤 인권위서 벌어진 일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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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인권위 상임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이 법안에 찬성하며 쟁의행위 근로자들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는데, 이충상 위원은 반대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노동조합법 개악을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노총의 청부입법을 해주려는 것, 이러한 개악에 의해 기업과 국민, 국가를 어렵게 하여 많은 국민들이 현재의 정부와 여당이 잘못해서 어려워진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노조원들이 불법 직장점거로 조업을 못하게 하여도 손배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하여 사용자가 경찰에 호소하게 하여 경찰력으로 불법 점거자들을 강제해산시키면서 사상자가 나오면 현정부를 비난하려고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결정문의 인권위 공식의견은 20쪽 분량이었는데, 이충상 위원은 반대의견만 37쪽 가까이 써냈다. 또 '결정문 전문을 읽어보면(자신의 반대의견을 읽어보면)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아마도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인권위가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나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면서, '인권위 구성원 중의 일부가 근거 없이 또는 불합리한 이유로 저를 비난하거나 저를 조롱하면 오히려 저를 키워주게 된다'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인권위 홈페이지-인권e-결정례'에 가면 결정문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10월, 이른바 '윤석열차' 관련 진정이 인권위에 제기됐었다. 이충상 위원은 이 진정을 담당하는 소위원회 위원장이었는데, 지난해 3월 개최된 소위원회 회의석상에서 담당 조사관의 편파 불공정에 관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배포했다. 이 위원은 담당 조사관이 자문을 받은 교수에 대하여도 '윤석열 정부에 대하여 강도 높은 비판을 자주하는 강성 좌파 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라고 하기도 했고, 조사관의 성씨를 특정하여 조사방법이 '불공정'하고 '큰 잘못'이라고 내부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해당 조사관의 성씨는 인권위에 흔치 않아 인권위 직원 모두가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그는 전원위 회의에서도 '오염된 조사관의 보고서', '아주 편파적이고 아주 불공정'하다며 조사관을 비난했고, 보다 못한 인권위 노조는 그 조사관을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인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인권위원이 직원의 인권을 침해하다니, 인권위 역사상 접해보지 못한 일이다. 
 
지난해 3월 화물연대 관련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안건이 상임위에 상정됐는데, 이충상 위원과 김용원 위원이 반대했다. 상임위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인권위원 모두가 함께 심의하는 전원위에 회부하면 좋겠지만, 그들이 전원위 회부를 반대해 그대로 끝났다. 그 즈음 임기만료로 퇴임한 한 다른 인권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위의 역행이 뚜렷하다", "정부에 따라, 정당 추천에 따라 거꾸로 가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인권위원 입에서 나온 것이라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 일부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 일부
ⓒ 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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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상임위에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관련 안건이 올라왔다. 이 안건 중 일부는 훈련병 두발 기준이 각 군마다 서로 다르다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었다. 이충상 위원은 이날 상임위 회의장에 미국 배우 데미 무어의 영화 한 장면(<지.아이.제인>)을 컬러로 프린트해 와 나눠주더니, '이 젊고 예쁜 유명한 여성배우가 머리를 굉장히 짧게 깎았지 않습니까. (중략) 이거 인권침해라고 느껴지십니까?'라며, 신병 훈련소의 두발 규제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이 위원은 두발규제를 찬성하는 (인권위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결정문에 정성 들여 남겼는데, 심지어 데미 무어의 사진까지 넣었다!(결정문 21쪽에 있다). 물론 군대내 두발규제가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무려 26년 전의 얇은 반소매 셔츠를 입은, 젊고(?) 예쁜(?) 데미 무어의 컬러 사진이라니, 그것을 인권위 결정문에 넣다니, 이 부끄러움과 불쾌함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이 결정문 역시 인권위 홈페이지-인권e-결정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충상 위원이 이 반대의견을 작성하는 과정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는 해병대에 대한 두발규제가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한 뒤 '항문성교'를 언급하며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경우에 과연 그 게이는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원회가 그것을 인식시켜 줘야 하는가?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충상 위원의 인식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고, 이를 알게 된 인권위 직원들을 큰 충격에 빠졌다. 곧 언론에도 크게 기사화되어 오르내렸고, 이충상 위원은 결국 위 내용을 빼고 반대의견을 마무리했다.
 
그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26일 전원위원회에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의견표명이 안건으로 심의되었는데, 이충상 위원은 "이태원 참사에서는 참사 발생과 관련하여 구조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놀기 위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입니다"라면서 "과연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참사가 명백히 국가권력이 중무장하여 시민들을 고의로 살상했던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라고 말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군사망 사건 유가족이 방청 중에 소리를 내자, "퇴장시키세요! 당장 퇴장시키세요! 위원장님 말씀 안 하고 있으니까 지난번에 다시 기어들어왔습니다. 퇴장시키세요! 발언권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정신적 고통 호소하는 인권위 직원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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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상 위원과 더불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김용원 위원은 2023년 2월 6일자로 지명됐고 '군인권보호관'을 겸임한다. 그는 공개 회의 석상에서 상급자이자 기관장인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해 '버릇없이 굴지 말라'고 말해 듣는 이들이 모두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꽤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어 형제복지원 담당 수사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부산 영도구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2000년 16대 때 민주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후에는 한나라당에서 활동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이후에는 당을 옮겨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용원 위원의 언행 또한 인권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전현직 인권위 직원들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직원들이 이충상 및 김용원 위원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 인원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하급직원들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서는 비교적 높은 직급들도, 이들이 꽂히는 주제에 연루되면 예외 없이 괴롭힘을 당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경북 예천 집중호우로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관련하여, 해병대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을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가 기각결정을 받은 진정인이 최근 해당 조사기록 일체를 인권위에 정보공개청구했다.

담당 과장은 진정사건의 당사자의 정보공개청구이므로 관련 법상 비공개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했고, 진정인은 이렇게 공개받은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군인권보호위원회 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이 정보공개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며, 담당 과장을 집무실로 불러 질책하는 등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확인서를 쓰라거나 녹음을 하겠다는 등 담당 과장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용원 위원은 지난 6월 13일 상임위원회 공개 회의 석상에서 자신이 한 일련의 행동들을 자세히 설명한 뒤 휴대전화를 당당하게 들고 흔들며 '여기 다 녹음되어 있다', '녹음을 틀라면 틀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김용원 위원은 '상대방이 녹음에 동의하지 않아도 녹음할 수 있다', '4급 공무원은 고위 공무원이므로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다', '전무가 상무를 불러서 좀 다그친 게 무슨 직장내 괴롭힘이냐' 하면서, 수십 년 전에나 있었을 듯한 수직적이고 폭력적인 직장문화 인식수준을 드러냈다.

담당과장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현재,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인권위 사무실 내에서 정말 너무 많이 일어난다. 직원들 서로가 서로의 정신건강을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되뇌이는 날들이다.

이들의 '기행'이 인권위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더 기막힌 일들은 그들의 막말과 혐오발언 뒤에 숨겨진, 어쩌면 더 심각한 인권침해 사실들이다. 나는 또는 우리는 그 이야기를 증언하기 위해 이 글들을 시작한다. 국민에게 아직도 희망이 되는 인권위를 우리도 희망하기 때문이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 #김용원, #인권위원,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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