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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은 전 세계 GDP의 65%를 차지한다. 금융 부문은 20% 정도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최상위는 대부분 빅테크 기업들이다. 인공지능(AI), 컴퓨터, 네트워크의 발전은 아찔할 정도다. 우리는 물질세계가 아니라 '비물질세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착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매트릭스'가 아니다. 먹고 입어야 하고 잠을 자야 생존할 수 있다.

물질세계를 지탱하는 물질은 다양하다. 모래는 태초부터 현대까지 문명의 기반이었다. 유리, 콘크리트, 반도체가 모래에서 나온다. 오래되었지만 첨단의 물질이다. 소금은 건강, 제약, 화학에 중요하다. 비료와 화약도 소금에서 나온다. 철은 문명의 뼈대이며, 구리 덕분에 지구 곳곳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리튬은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해 준다. 무엇보다 석유는 현대문명의 근간을 이룬다. 언뜻 이동과 운송을 떠올리겠지만 석유화학 제품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석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는 마법의 물질이었다. 석유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편익을 주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대량소비 늪'에 빠졌고, '지구 가열화'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구 가열화의 원인은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꺼내 사용함에 따라 분출된 온실가스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는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지동설'처럼 확고하다. 일부 '기후 음모론'이 있지만 말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3차례의 '에너지 전환'을 이루었다. 1차는 나무, 목탄에서 석탄으로 전환이었다. 이와 함께 산업혁명은 시작되었다. 2차는 20세기 초,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이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열렸다. 3차는 석유를 가지고 석유화학 제품을 정제하는 방법을 발견한 순간 일어났다. '무한소비 시대'의 개막이었다. 기후 위기에 당면한 우리는 이제 4차 에너지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에너지 전환 목표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의혹은 둘째치고 산유국 되는 게 맞나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6.3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6.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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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1975년 박정희 정부는 포항 영일만 인근 2공구에서 '석유가 나왔다'라고 발표했다. 결국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경유가 나오고 말았던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노르웨이까지 잭 팟을 터트리던 시절이었고 지구가 망가지고 있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미래가 암울한지 알고 있다.

6월 3일 브리핑 이후 심층 분석을 맡았던 미국 기술평가 전문 업체 액트지오의 신뢰성이 구설수에 올랐다. 액트지오가 세금을 체납해 법인자격이 4년간 정지된 상태였고 개인의 절세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압박하고 있다.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뒤집어 생각해 보자. 민주당은 액트지오의 신뢰성이 회복되고 의혹이 해소되면 시추 작업에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되는 게 맞는 걸까.

기업이나 정부나 자원의 현명한 분배는 경영의 필수 덕목이다. 그 성패에 따라 존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추공을 최소 5개 이상 뚫겠다고 했는데, 1개당 1000억 원 이상 들어간다. 확률은 20%다. 요행히 성공한다 해도 시추 작업부터 석유를 얻기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1990년대 동해가스전기의 순이익 성공 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에너지 투자 수익률 차이가 크다. 석유를 추출하는 데 드는 에너지 양 대비 얻는 에너지 양을 말한다. 한때 에너지 투자 수익률이 석유 1배럴당 100배럴이었다. 지금은 투입 석유 1배럴당 5배럴이 채 되지 않는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수익은 원유 채굴 수익보다는 정제 관련 수익이 더 크다. 일정 기간 어쩔 수 없이 석유를 사용해야 한다면, 석유 정제 관련 인프라 개선과 친환경 기술 투자가 더 바람직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 세계 최고다.

무엇보다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제로' 목표에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올해 9월이면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소송'의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다. 정부의 탄소저감 정책 수준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포항 영일만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 해도 막상 석유를 얻게 되는 건 2035년이다. 지구촌 사회는 필사적으로 '탄소제로'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돈도 안 되는 석유나 팔고 있으면 부끄러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김용만 기자는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https://www.planet03.com/) 편집인입니다. 이 기사는 '플래닛03'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플래닛03, #지구가열화, #산유국, #포항영일만, #액트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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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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