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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인구 김량장동 주변을 흐르는 금학천은 수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처인구 김량장동 주변을 흐르는 금학천은 수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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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인구 김량장동을 찾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있어야 한다. 행정구역으로 김량장동을 제아무리 찾아봐도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앙동이라는 행정명을 찾아야 한다. 법정동인 김량장동은 오래된 도심이라 지금도 중앙동이나 남동을 대신할 정도다. 중앙동 기준으로 인구가 2만 8천 명에 이른다. 포곡과 이동 남사 등이 반도체 개발 사업 효과에 인구 유입이 이어지기 전 중앙동은 인근 역북동과 함께 처인구 인구 최다 지역이었다.

김량장이 용인을 대표하는 도심지가 된 지는 오래됐다. 처인구청 정보를 보면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김량장리가 용인군청 소재지가 됐다. 자연히 1996년 시로 승격할 때는 김량장동으로 승격, 시청 소재지로 명실공히 용인을 대표하는 시가지 역할을 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많은 시민은 처인구 김량장동 일대를 용인 시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3개 구로 재편되기 전 분명 처인구, 그중에서도 김량장동은 용인을 대표하는 도심지임이 틀림없었다.

그곳에는 옛 시청 공간으로 사용된 처인구청 뿐 아니라 개교 110년 된 용인초등학교, 용인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오일장도 열린다.

장이 열리는 날 찾은 김량장동 재래시장. 기흥구나 수지구와 달리 주택가 골목 곳곳에 주차 공간이 있었다. 번화가까지 걸어 10분 걸리는 거리라 굳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도시가 조성된 지 오래된 것을 길을 조금만 걷다 보면 안다. 골목이 많다. 대표 건물을 중심으로 현 위치를 설명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이들은 머릿속에 지도책 서너 권을 입력해 둔 듯하다.

김량장동에 진입하기 전 역북동 한 식당 앞에서 만난 이선녀(73)씨에게 현재 위치에 관해 물으니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용인이 고향이라는 이씨. 정확히 말하면 처인구 김량장동을 말한다.
 
역북동에서 김량장동으로 이어지는 금학천 주변에 조성된 체육공원.
 역북동에서 김량장동으로 이어지는 금학천 주변에 조성된 체육공원.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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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흐름 앞에 제아무리 고향이라고 하지만 동 구분선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씨는 김량장역을 중심으로 역북동과 김량장동 그 외 지역을 꼼꼼하게 설명해 줬다. 이는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마찬가지다.

김량장동을 곁에 두고 흐르는 금학천 주변은 잘 꾸며졌다. 시장을 찾는 사람은 물론 운동하는 이, 생태 학습 나온 학생까지 활기가 넘쳤다. 천변 역할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셈이다.

100년 넘는 역사 용인초를 따라 올라간 그 길
 
경전철 김량장역을 오가는 차량. 길 건너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설치돼 오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경전철 김량장역을 오가는 차량. 길 건너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설치돼 오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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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용인초가 한눈에 들어온다. 개교 후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가졌다. 지난 시절 학교 주변 길을 아무런 자료 없이 추측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세월이다.

역사를 품은 용인초 주변은 불법주차가 많아 주차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린 금학로와 금박산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끼고 있다. 중앙시장과 주택가 구분 역할을 하는 금학로 위로 용인경전철이 세워졌다.   학교를 지나 산길로 10여 분을 지나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만났다. 그 길 끝길에는 10년 여 전에 만들어진 타운하우스까지 새롭게 만들어진 주택이 줄줄이 들어섰다. 주변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편의점도 버젓이 서 있다.

한산한 길을 걸어 내려와 용인 초중고 라인을 제대로 걷기로 했다. 오래전 문 닫은 가게 간판 색이 제대로 퇴색됐다. 그 길 따라 샛길을 걸으니 용인중학교 정문에 다다른다. 주변 길에는 주차된 차량 외 기다란 벽 길이 보인다. 육군 제1311 부대가 있던 자리다.

부지 내 건물 다수는 없어지고 빈터가 휑하다. 인근을 지나던 박석호(71) 씨는 "내부에 아파트가 있었는데 언제 철거했는지 모르겠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중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박 씨는 용인중학교에 대한 특별함보다 '용인 시내'에 있는 학교 정도로 회상을 정리했다.

용인시청을 오가던 대로, 붐비는 차량과 신구 부조화
 
5일마다 열리는 용인 민속 5일장. 여전히 옛 풍경이 펼쳐져 찾는 사람이 많다.
 5일마다 열리는 용인 민속 5일장. 여전히 옛 풍경이 펼쳐져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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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으로 가는 길목부터 펼쳐진 오일장.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길가에 임시로 만들어진 간이음식점에는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눈짐작해 보니 거리를 오가는 이들 평균 연령이 60대는 조금 넘어 보일 정도다.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은 시장을 지나면 만나는 한길에서 주로 만났다.

옛 시청 건물로 사용된 현 처인구청 주변 삼거리다. 은행이며, 관공서에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까지 즐비한 곳이다. 긴 시간 '용인 시내' 역할을 해오던 공간이다. 지금에야 그 부담감을 신도시 등과 분산했지만, 처인구 김량장동은 용인 역사가 가장 깊게 뿌리 내린 지역임이 틀림없다.

도심을 지나는 찻길은 왕복 4차선이다. 도심지에 있는 도로치고는 폭이 상당히 좁다. 새롭게 조성된 주변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도로가 6~8차선인 것과 비교하면 더 이상 넓히기 힘든 '오랜 길'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4차선 도로는 수시로 막힌다. 주말이나 주변에 행사라도 있으면 영락없다. 그런가 하면 큰길과 맞닿은 곳에는 고층 건물이 곳곳에 세워졌다. 때마침 도로 공사까지 진행되고 있다보니 상당히 어수선하다. 세월이 상당히 묻어 있는 건물과 최신 유행이 담긴 건축물이 섞인 공간이다. 부조화란 말이 나온다.

어디서건 보이는 경전철길, 하늘길이 열렸지만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용인을 대표하는 시내 역할을 한 처인구청 인근 대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용인을 대표하는 시내 역할을 한 처인구청 인근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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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한 지 10년을 넘긴 경전철. 김량장동 하늘풍경은 묵직한 철도 풍경에 압도될 정도다. 김량장역을 지나 용인중앙시장역까지 김량장 어디서라도 철도를 오가는 경전철을 볼 수 있다.

오일장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마을에서 왔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이 경전철 역 주변을 오갔다. 예전처럼 두 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다니는 풍경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곳곳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다, 자동차는 물론 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많으며 시장을 찾는 목적도 다양해졌다. 경전철과 금학천을 따라 역북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용인고등학교와 만난다. 이 학교는 역북동에 자리했다.

용인초에서 용인고등학교까지 걸어 한 시간가량. 2킬로 남짓한 거리다. 도심지에서 금학천을 넘긴 바깥길로 가다 보면 한때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한 채가 있으며, 언제 문 닫았는지 모르는 식당도 그대로 방치됐다. 길 한곳에는 쓰레기가 더미로 쌓여 있었다.

신호등 신호와는 별개로 스스로 판단에 따라 길을 걷는 사람도 쉽게 보였다. 하지만 그리 볼썽사납지 않았다. 시간을 뒤로 돌려 인심 넉넉하던, 그래서 막연하지만 정이란게 배어 나올 것 같은 느낌.

'비까번쩍'한 신식 건축물이, 하늘 높이 치켜들고 서 있는 경전철에 가려지고 묻혔을지 모르지만 옛길 곳곳에는 여전히 그런 것이 남아 있었다.

옛 명성 뒤로하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
 
중앙시장에서 본 처인구 최대 번화가.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한적할 정도로 열기가 식었다.
 중앙시장에서 본 처인구 최대 번화가.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한적할 정도로 열기가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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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량장동서 만난 사람 상당수는 용인이 고향이거나 긴 세월 용인에서 삶을 살아왔었다. 거리 안내를 도와준 두 명의 노인은 물론,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간 식당 주인 역시 용인에서 30년 이상을 살았다.

용인초 인근에 자리한 지 오래된 슈퍼나 용인중학교 앞 공터가 된 부대 앞에서 만난 주부 이은옥씨도 처인구가 고향이란다.

그들은 사라진 옛길을 대신해 높아진 건물과 넓고 변한 길에 편안한 만큼 위험함과 불편함을 오랜 세월 이용하던 가게가 문을 닫을 때는 섭섭함이, 산 중턱까지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생소함을 숨길 수 없단다.

비슷한 거리를 걷는데 기흥구 신갈동이나, 수지구 풍덕천동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아무래도 처인구 김량장동 주민들이 말하고 싶은 마을 추억이 넘치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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