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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들이 천막농성장 강변으로 내려와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 강변을 찾은 세종시민들 세종시민들이 천막농성장 강변으로 내려와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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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강이 깨끗하네요."

세종보 천막농성장 위 게이트볼장에서 한 세종시민이 내려와 강변을 한 바퀴 산책한 뒤에 한 말이다. 그는 "물이 꽉 찼을 때에는 냄새나고 멀리서나 보던 강이었는데, 이렇게 내려와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생각보다 물도, 자갈밭도 깨끗해서 '물멍'을 하러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의 한 교회에서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강변을 찾았다. 이들은 농성장이 있는 하천부지로 내려오자마자 강변으로 가서 납작한 돌멩이를 골라 물수제비부터 날렸다. 임도훈 활동가(보철거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가 다가가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왜 금강을 지켜야 하는지 설명했다. 이들은 "오리배보다 오리가 있는 강이 더 좋다"면서 "배가 다니는 강보다 내려와서 볼 수 있는 강이 더 좋다, 함께 지키겠다"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아이들은 강에 오면 자연스레 물수제비를 뜬다
▲ 강변에서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아이들은 강에 오면 자연스레 물수제비를 뜬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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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도 운동을 하다가 강변에 내려온 시민들이 꽤 있었다. 이들이 강변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모습은 세종보에 물을 채웠다면 볼 수 없는 더 없이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때마침 강변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던 임도훈 활동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도 했다.

강은 이미 세종 시민들의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더 많은 이들이 흐르는 강을 거닐고 만지고 관계를 맺는다면 결코 멀리서 조망하고, 배나 띄우는 강으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면서 시원한 강바람에 위로를 받고, 또 하염없이 흐르는 금강을 보며 지친 삶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남아있기를 바랄 것이다. 

금강에 나타난 설악… 끝끝내 지켜내리라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활동에 오랫동안 투신한 박그림 대표가 천막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 박그림 녹색연합 대표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활동에 오랫동안 투신한 박그림 대표가 천막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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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의 아름다움이 망쳐지면 우리의 삶도 망쳐진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을 10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가 천막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녹색치마와 모자를 쓴 그는 오랜 투쟁으로 얻은 병을 치유하려고 병원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단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날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한 투쟁에 나선 활동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루 밤을 농성 천막에서 머물렀다. 

박 대표는 "거리는 멀지만 금강의 아픔은 늘 가슴 속에 있었다"면서 "꼭 오려고 했다"고 말하며 농성장 활동가들의 안부를 물었다. 또 강변에 나가 흐르는 금강을 한참 쳐다보던 박 대표는 "강물은 우리가 어떻게 하든 흐르는데 왜 막는가"라고 탄식하며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해야하는 모르겠다"며 슬픈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표는 천막농성장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생중계 '슬기로운 천막생활'(김병기의 환경새뜸)에 출연을 해서 설악산 케이블카와 관련한 현안 등을 설명했다. 박 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그림 대표가 설악산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하라 박그림 대표가 설악산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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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20일, 양양군은 일회성 행사에 예산 5억을 들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을 진행했다. 양양군은 현재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할 업체선정 중에 있고 오는 7월이면 가설삭도를 놓는 공사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설악산 생태계만 망가질 뿐 지역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케이블카 망령을 꺼내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어머니 설악산'에 포클레인이 들어선다면 다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박 대표는 또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정부를 보며 우리가 비폭력으로만 투쟁할 수 없다, 나무 꼭대기에라도 오를 것"이라며 "한번도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놓여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설악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막아내고 세종보에 물을 채우는 것 또한 막아낼 것"이라면서 "가열차게 싸우고 연대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슬기로운 천막생활 특별게스트 :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https://www.youtube.com/live/s0EKSY_fB5w?si=rxMaylTpz0HCLnIV)

천막농성장에서 본 '삽질'... 강은 흘러야 한다
  
영화 <삽질> 상영회에 온 시민들이 농성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삽질 상영회에 온 시민들 영화 <삽질> 상영회에 온 시민들이 농성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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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저녁, 천막농성장에서는 영화 <삽질>과 뉴스타파 <최전선의 천막농성장> 상영회가 열렸다. 5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해 함께 영화를 보고 4대강사업의 부역자들과 당시 환경부의 만행, 현재 세종보 투쟁의 마음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영화 <삽질>을 연출한 김병기 감독은 "지금도 이렇게 천막농성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사업으로 불리는 4대강사업으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서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의 삽질이 이어질 것이기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삽질> 상영회에 참석한 시민들
▲ 삽질을 관람중인 시민들 영화 <삽질> 상영회에 참석한 시민들
ⓒ 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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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어 최근 뉴스타파에서 방영한 <최전선의 천막농성장>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는 현재 세종보 재가동을 둘러싼 의문과 왜 천막농성을 시작했는지 취재해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 한동안 천막농성장 필독영상이 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강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았고, 그 이유로 지금도 세종보 재가동을 비롯한 강의 패악질이 계속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기반으로 이번에야말로 4대강 망령들을 모두 드러내고 심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강과 설악산은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는 집이다
▲ 금강과 설악산은 생명의 집 금강과 설악산은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는 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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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막는다면 우리는 부끄러운 조상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상영회가 끝난 뒤 어둠 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금강을 보았다. 이런저런 말과 상념이 강물과 함께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강을 막아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계속 파괴하고 아이들이 불행한 세상을 물려준다면 그 부끄러움은 모두 지금 우리의 몫"이라는 박그림 대표의 탄식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눈으로 설악산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산양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설악산을 대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리가족의 평온한 집이 바로 금강이다
▲ 금강의 아기오리들 오리가족의 평온한 집이 바로 금강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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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녹조와 악취를 겪어봐야 안다"는 한 시민의 말도 떠올랐다. 하지만 금강은 4대강 망령들을 반성하게 하기 위한 교보재가 될 수 없다.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이미 너무 쓰디쓴 공부를 했고 그 대가로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나갔다. 그 악몽이 다시 재현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과거를 다시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과거 4대강사업의 망령, 설악산 케이블카의 망령이 살아서 오늘의 설악산, 오늘의 금강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치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한 발짝 물러서도 수많은 생명이 수장되거나 희생되기 때문이다. 끝끝내 지켜내야 한다는 노 선배의 다짐, 오늘 밤 아주 절절하게 다가온다.

태그:#금강, #낙동강, #영산강,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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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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