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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충남 청양군 온직리. 지난 2022년과 2023년 폭우 피해가 있던 지역이다. 온직천 주변 물길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6월 6일. 충남 청양군 온직리. 지난 2022년과 2023년 폭우 피해가 있던 지역이다. 온직천 주변 물길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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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준공을 앞둔 경기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지역에서 민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로 산 중턱을 깎아 빗물이 마을과 농경지 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집중 호우시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가 성토 형태로 관통하는 일부 구릉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토끼굴(주민 이동통로)에 물이 고이는 현상도 발생했다.

"토끼굴 잠기고, 농경지 침수 우려도..."
 

지난 5일과 6일 <오마이뉴스>는 충남 예산 오촌리, 천태리, 온직리의 주민들을 만났다. 먼저 오촌리 마을은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로 마을이 반으로 나뉘었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통로박스는 비가 그친 뒤에도 물이 빠지 않고 고여 있는 상태였다. 이 물의 깊이는 약 10~20cm 정도로 운동화와 같은 신발이 아닌 장화를 신고 이동해야 했다.   

오촌리 주민 A씨는 "비가 온지 일주일 정도가 됐다. 그런데도 아직도 토끼굴(통로박스)에 물이 고여 있다. 배수가 전혀 안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요즘은 여름에 폭우가 내린다. 배수로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농경지가 침수될 수 있다"면서 "배수로 개선이 안되고 공사가 마무리가 될까봐 걱정이다. 자동차는 물 위로 통과할 수 있지만 주민은 걸어서 지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과 시공업체 따르면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내려오는 물은 마을 앞 민가를 지나 도랑을 타고 농경지 쪽으로 흐른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홍성군 천태리의 경우 천태산의 중턱이 깍인 상태다.

천태리 주민 B씨는 "지난해 여름 아슬아슬하게 침수 피해를 면했다. 배수로를 넓힐 수 있다면 내 논을 일부 양보해서라도 배수로 공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경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역에 딸기밭과 축사가 있다. 도랑에 물이 넘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딸기밭은 물에 잠기면 다시 복구하기가 어렵다. 올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청양군 온직리의 일부 주민은 마을 뒷산을 관통하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배수로가 "어디로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온직리 주민 C씨는 "고속도로에서 마을 쪽으로 5개의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빗물이 마을 쪽으로 한번에 내려올 경우,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도로 공사 업체 측에서 물길(배수로)을 어떻게 낸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공사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

주민들의 호소에 공사업체 관계자는 "고속도로는 올해 말 준공이다. 그런(배수가 안 되는)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우리 공사 구역에만 통로박스가 20개소 정도"라며 "배수로 공사가 아직 다 완료가 되지 않은 상태다.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로 공사를 신경써서 잘 마무리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마을 앞 도랑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홍성지사 관계자는 침수 우려와 관련해 "시공사 측에 답변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이 자연적으로 넘칠 경우에는 당연히 농어촌공사에서 배수로 공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서부내륙고속도로 측구(배수구)가 도랑에 접합이 된 상태이다. 그로인해 말단부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시공사 측에도 답변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시공사 측 관계자는 "배수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물론 고속도로 내부에 있는 배수로의 경우 분산이 되어 (마을 쪽으로) 내려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주민들과 협의가 된다면 배수로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양 온직리 구간 시공사 관계자는 "도로 측면(벽면)에 내린 빗물을 받아 배수로를 통해 마을 쪽으로 흘러 가도록 했다"라며 "다만 도로 안쪽에 내린 빗물은 마을을 거치지 않고 곧장 주변에 있는 온직천으로 빠져 나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배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준공을 앞두고 도로 공사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배수로 공사도 곧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청양군 온직리. 서부내륙고속도로 측면의 배수로가 민가 바로 뒤로 연결되어 있다. 배수로 공사는 아직 마무리가 안된 상태이다.
 충남 청양군 온직리. 서부내륙고속도로 측면의 배수로가 민가 바로 뒤로 연결되어 있다. 배수로 공사는 아직 마무리가 안된 상태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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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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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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