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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한 마리가 천막 안으로 피신해왔다
 비둘기 한 마리가 천막 안으로 피신해왔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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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드덕~"

눈 깜짝할 사이였다. 비둘기 한 마리가 천막에 들어왔다. 아마도 천적에 쫓기다가 허겁지겁 도망쳐 들어온 모양이다. 유난히 눈이 크고, 어렸다. 털빛이 예쁜 고라니들도 가까이에서 자주 보인다. 오소리도 느긋하게 풀숲을 헤친다. 물떼새가 강변에서 목욕을 한다. 꿩들이 사랑을 나눈다. 수달이 물속에서 농성장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빼꼼 내민다. 농성장엔 생명이 충만하다.

농성장 앞 금강으로 가마우지 100여마리가 무리를 지어 지나갔다. 장관이었다. 농성장을 방문했던 이들은 가마우지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사는 새들의 이야기를 펼쳐놓기 시작했다. 인천의 저어새와 그 주변 섬에 사는 물떼새들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은 지금 금강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과 다르지 않았다.
 
가마우지떼가 천막농성 앞 금강에서 쉬고 있다
 가마우지떼가 천막농성 앞 금강에서 쉬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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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있고 바다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야생동물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금강에 사는 생명과 함께 숨쉬는 삶을, 여기 천막농성장에서 많은 야생동물들을 만나며 이해하고 경험한다. 

세종보 담수하면 다 쫓겨날 금강의 수달
 
모니터링단이 수달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다
 모니터링단이 수달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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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한국수달네트워크는 세종보 상류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강'의 하중도를 시작으로 수달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대청댐에서 상당량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금강 수심이 깊어지는 바람에 평소 수달이 보이던 지점까지 진입하기 쉽지 않았단다. 

수달네트워크 모니터링팀은 양화취수장 아래 돌보 부근 하중도에서 수달 배설물, 수달이 물고기를 뜯어먹고 비늘만 남긴 흔적, 비비며 모래목욕을 한 흔적 등으로 수달 서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응다리 상류 부근에서 너구리 화장실을 발견했고 수달의 발자국과 오소리, 고라니의 모습까지 확인해 금강의 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수달이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다
 수달이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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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팀은 금강의 지천인 '제천'에서도 수달의 흔적이 집중되어 살펴보니 수달의 이동통로를 발견했다고도 밝혔다. 제천으로 들어오는 배수로를 통해 제천과 실개천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수달의 흔적들을 발견한 모니터링팀은 세종보 담수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담수가 되면 수달은 서식지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고, 결국 금강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수달의 습성상 서식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이고 싸우는 일들이 늘어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결국 인간에 의해 수달이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 세종보 수달의 흔적이 던진 물음 https://omn.kr/28yzi)

수문을 닫게 할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남을 것
 
최근 재가동을 위한 수리를 시작했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최근 재가동을 위한 수리를 시작했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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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5월 초, 세종보를 재가동 하겠다고 했었다. 공사 종료 예정일은 5월 6일이었지만 공사는 6월 초까지 진행되었다. 지난 1일에 재가동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천막농성장에 날아온 1차 계고일은 6월 3일이었고, 세종시는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차 계고일에 날아온 2차 계고장에는 오는 10일까지 철거해야 하고 이후 추가 계고는 없다는 경고가 적혀있었다. 계고일이 오고 갈 때마다 우리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이 정부는 대화보다 협박에 능한 모양인지 비가 오면 언제 '퇴거하라', '철거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리는 몇 번의 위기를 넘겼고 지금 여기에 여전히 남아있다.
 
공무원 100여명이 몰려와 천막을 모조리 뜯어냈다. 20명의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고 항의했지만 공주보 수문을 닫아버렸다.
 공무원 100여명이 몰려와 천막을 모조리 뜯어냈다. 20명의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고 항의했지만 공주보 수문을 닫아버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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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고마나루에서는 단 6일을 버텼다. 담수를 강행하는 환경부에 의해 수중농성을 하다 결국 사랑하는 고마나루 모래사장을 지키지 못했다. 자책감이 너무 컸다. 지금 우리가 세종보 농성장에서 버티는 이유이다. 이 정부는 물에 잠기든 말든 우리를 무시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 금강에 남아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수문을 닫기 위해 치워야하는 존재일 뿐,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 답변은 없다.
 
금강을 유유히 헤엄치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강을 유유히 헤엄치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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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담수로 강물이 깊어지면 수달은 아마도 지금 개체수의 절반은 사라져요."

한국수달네트크워크 공동대표인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의 설명이다. 그 이야기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강의 야생동물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강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담수가 되면 종다양성이 훼손돼 물고기의 개체수가 줄어들 것이고, 수달의 먹이원이 사라지면 어쩔 수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환경부는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환경운동가들을 나몰라라 할지라도 환경부라면, 금강에 사는 생명들을 무시하고 버려서는 안된다. 환경 보전이 자신들의 고유 업무인데, 되레 기업을 돌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폐기처분하고 토건 기업을 위해 하천 준설에 골몰하고 있다. 폐기물 정책도 기업들 살리겠다고 잠시 뒤로 물렸다. 대체 제정신인가.   
 
아기물떼새들의 모습. 금강 곳곳에 물떼새들이 태어나고 있다.
 아기물떼새들의 모습. 금강 곳곳에 물떼새들이 태어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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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주변에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의 존재를 살피지 않고 수문을 닫아버리는 것의 의미는 '절멸'이다. 농성장 앞, 거세게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면서 환경부가 모르쇠하는 생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수달아. 미호종개야. 흰수마자야. 미꾸라지야. 자라야. 흰목물떼새야. 꼬마물떼새야. 새우야. 모래무지야. 쇠오리야. 큰고니야. 깝작도요야. 꾀꼬리야. 뻐꾸기야. 박새야. 참새야. 오소리야. 너구리야. 흰뺨검둥오리야. 왜가리야. 거위야. 잉어야. 가마우지야. 고라니야. 삵아. 파랑새야. 물총새야. 검은등할미새야. 참새야. 비둘기야. 까치야. 물까치야. 삑삑도요야. 알락도요야. 원앙아. 장끼야. 까투리야. 꺼병이야.

금강은 너희들 집이다. 이곳을 지켜줄게.

태그:#금강, #세종보, #낙동강,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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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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