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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강과 장남평야를 오가며 월동하는 흑두루미 두 마리는 2015년 부터 매년 세종시 장남평야를 찾는다. 세종이와 장남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꼭 두마리가 함께 겨울을 난다.

흑두루미가 찾아온지 오래되다 보니 매년 조금씩 생김새도 달라지는 것을 늘낄 수 있다. 검은색의 깃털이 점점 옅어진다. 세월에 따라 흰머리가 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지난 4일 북상하기전 흑두루미를 마지막으로만나고 왔다. 혼자 배웅한 것이다.

세종이와 장남이, 천수 누리기를...
 
 떠날채비를 마친 흑두루미의 모습
떠날채비를 마친 흑두루미의 모습 ⓒ 이경호
 
그 동안 두 번 번식에 성공해서 새끼를 데리고 왔고 친구인 검은목두루미, 재두루미도 함께 있었다. 두루미의 경우 30-50년 길게는 80년 이상 장수하는 조류다. 장남평야에 문제가 없다면 당분간 계속 장남이와 세종이를 만날 수 있다. 세종이와 장남이가 천수를 누리기를 바란다. 천수를 누리는 동안 세종 장남평야에서 두루미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명이 길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은 것이 정상인 것으로 보이지만, 흑두루미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장남이와 세종이의 월동이 더 특별한 것은 국내 흑두루미 도래 현황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흑두루미가 확인되는 곳은 바닷가나 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다. 환경부가 매년 조사하는 조류센서스 결과를 보면 그렇다. 내륙지역의 서식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가 내륙에서 월동하는 거의 유일한 장소이다. 그만큼 특별하고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흑두루미 월동지 분포
흑두루미 월동지 분포 ⓒ 환경부
 
하지만 현장은 장남이와 세종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대규모 공원조성으로 흑두루미 월동지인 농경지를 매립 중이기 때문이다. 세종이와 장남이가 월동하는 농경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부족해지는 농경지와 별개로 안타깝게도 사람의 접근에 매우 민감하다. 흑두루미 서식처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오가면 흑두루미 월동은 끝이다.

그렇기에 적게 남겨진 장남평야를 확장하고 복원하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금강을 오가며 월동하기 때문에 금강의 습지를 잘 보전해야 한다. 금강 합강의 습지와 장남평야를 지금처럼이라도 최소한 보호해야 국내 유일한 두루미 내륙월동지를 지킬 수 있다.

흑두루미는 다시 북으로 북상할 예정이다. 다행히 올해는 무사히 월동을 마쳤다. 장남들지키기 시민모임은 매년 흑두루미에 먹이를 준다. 여기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이다. 이런 노력이 있어 올해도 무사히 월동을 마친 것이다.

하지만 공원조성과 합강습지를 훼손하는 세종보 담수가 이어지면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시대는 대멸종의 시대라고도 한다. 대멸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세종의 장남평야 같은 작은 서식처를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개발을 중단하고 제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를 세종시와 환경부에 호소한다.

#흑두루미#멸종위기종#야생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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