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쯤 되면 세상살이 웬만한 일들은 다 이해하고 살아가는 줄 알았다. 스무 살의 나는 서른 살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지만,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미래의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그 서른 살의 암담함과 방황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삶이란 끊임없이 나 자신을 던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답 없는 삶의 여정에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두 젊은이가 있다. 바로 아현과 강원이다. 두 젊은이는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의 두 주인공이다.
스무살, 뒤늦은 사춘기를 겪던 서이현 감독은 대학에서 연극을 하다 친구 송강원을 만나게 된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강원은 26살이 되던 해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다. 기독교인으로서 혼란을 겪는 아현은 친구 강원의 이야기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에 대한 기록이자 '나를 찾아 나서는 모든 이'들의 기록이다.
믿고 의지가 되는 지점이 때로는 더 힘든 지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퀴어 마이 프렌즈>는 되풀이 되는 과정에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나를 찾아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
<퀴어 마이 프렌즈>가 동성애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를 믿는 이들로부터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진행하는 독립영화공공상영회에서는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퀴어 마이 프렌즈>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 서초구와 송파구의 도서관에서는 '주민 민원'을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
은평구에서는 오는 24일 오후 7시에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은평에서도 영화상영이 취소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다행이 영화는 상영된다고 한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 유튜브에서 유료결제를 하고 영화를 봤다.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은 영화임에 틀림 없다.
너무 당연한 걸, 때로는 불편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지켜내야 할 때가 있다. 우리 은평은 자랑스럽게도 그걸 해내고 있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이길 선택한 우리 모두를 위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