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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한미일 3각동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땐 학술논문으로 정리하고 싶었으나 써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학문적 정합성보다 훨씬 분노로 터질 것 같은 생생한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더 정밀한 분석과 실천적 과제를 담아 릴레이로 써주기를 바란다.[기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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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선 남과 북은 만나야 한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연재를 마치려 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의 실상과 그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적극적인 의견제시도 있었다. 이제 필자는 마지막으로 비판을 넘어 우리가 가야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남북관계의 비전과 원칙은 보다 분명해졌다. 한미동맹 우선주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결정으로 남북문제와 주변국 외교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구호로 "남북주도의 동북아 평화번영의 시대"를 제출하고 평화통일, 비동맹자주외교, 동북아 평화번영의 3대 비전, 그리고 민족자주, 남북관계 선행, 핵문제와 남북관계 분리, 평화협정과 한반도비핵화 동시행동, 모든 적대행위 즉각 중단의 5대원칙으로 정식화해보고자 한다.

먼저 3대 비전을 살펴보자.
첫째, 평화통일비전은 미국과 중국 등 외세의 간섭과 통제를 극복하고 자주적으로 평화와 번영의 통일로 나가는 목표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남과 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궁극적 길임을 확신한다. 전쟁의 위험을 근원적으로 없애는 평화야말로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사활적인 우리의 과제이다.

우리는 이미 놀라운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2018년 평양에서 이룬 9.19 군사합의1)이다.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근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고 상대를 겨냥한 일체의 군사훈련을 중지하며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다양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어디 그뿐인가.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 GP를 완전철수하고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공동어로를 보장하기로 한 바 있다. 지금보아도 가슴이 뛰는 대목이 있다.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과 정보교환에 대한 합의이다. 이것이 잘 성장한다면 남북지소미아 - 남북연합사 구성 - 남북 연합 훈련의 단계로 발전하지 않겠는가. 군사적 대립이 아닌 군사적 협력의 관계가 되면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과 일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스스로 지키는 대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둘째, 우리 외교의 비전은 비동맹 자주외교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대전환의 길목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의 유일패권시대가 저물고 저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합종연횡하는 다극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체제는 냉전시대, 남북대결체제의 산물로서 중국이 우리 최대교역국이 된 글로벌 시대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미중갈등이 심해질수록 비동맹 중립외교를 통해 패권각축의 희생양이 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데없이 군사지원을 해 러시아와 적대적관계가 형성된 것도 역시 한미동맹에 긴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동맹, 인도태평양 전략, 가치동맹 등은 정말 답이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그야말로 백해무익하다.

지금처럼 미국에 맹목적으로 목을 매면 원하지 않는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내몰린다. 멀리 갈 것 없이 94년 "서울불바다"로 유명한 1차 핵 위기를 돌아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무한체제경쟁을 외치다가 실제 클린턴의 전쟁개시 카운트다운 소식을 들은 김영삼 대통령은 경악하며 미국을 뜯어 말린 바 있다. 당시 기록을 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당신들 정신이 있나.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로서 단 한명의 국군도 그 전쟁에 보내지 않겠다."2)

한미양자 동맹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재검토하자고 주장한 사람은 문정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사드배치로 인해 한국이 중국과 심각한 갈등이 조장되자 그는 한미동맹이야말로 단순한 도구이지 목표가 아님을 강조하며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동맹은 필요 없음을 주장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 시사 주간지와 인터뷰과정에서 "동맹을 없애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그래야 항구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필요하지만 장기적 양자 동맹을 해체하고 하나의 안보 공동체를 만들어 상생 공영해야 한다는 것이다.3)

그는 주한미군문제도 언급한 바 있다. 2018년 5월 미국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이 정당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문제는 무척 민감한 문제이다. 한국의 진보적 학자와 언론조차 이를 동북아 안보균형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을 문제가 아니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논쟁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 특히 현실정치인들에게 비동맹 자주외교란 실현가능성 제로의 꿈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문정인 전 대통령 특보와 같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용기 있게 한미동맹 재검토를 언급하고 있으나 대세를 형성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가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비동맹 주장은 여전히 통일운동, 시민운동 진영내의 목소리로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만히 역사를 돌아보라. 1000년 로마제국도 무너졌고 무시무시하던 몽골의 징기스칸도 역사의 그늘로 사라졌다. 미국의 패권이 언제까지 전 세계를 쥐고 흔들겠는가. 벌써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미국 스스로 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의 제 3세력 결집에 대한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그는 지난 문정권 시절 동남아와 연대하는 신남방 정책을 기획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중대결구도에서 배타적 선택의 프레임에 빠지지 말고 유사한 입장과 능력을 지닌 국가들끼리 연대를 통한 극복의 길을 찾자"라고 주장한다.

이 연대외교를 통한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은 '미중 편가르기 - 신냉전의 압박'을 완충할 뿐 아니라 미중의 글로벌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모든 이슈를 한미 또는 한중관계로 환원하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 3세력 결집주장 또한 한미동맹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글로벌 경제위기의 상시화 속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은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의미를 넘어 한국경제의 활로와 민족공동의 번영시대를 여는 역사적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주가가치가 낮게 책정된다는 '코리아디스카운트'4)라는 용어가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고 북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 분단자체가 심각한 디스카운트인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은 우리 민족이 살 길이다. 필자는 동북아 신 냉전 질서를 탈피하고 동북아 공동번영의 시대 임무를 한반도가 주도적으로 쥐고 가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잘 돌아보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한편으로 금세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끊임없이 부닥치면서 한편으로 웃고 악수하며 만나 경제적 활로를 둘러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틈만 나면 양국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협상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

같은 민족인 남과 북도 눈만 뜨면 비난하고 총부리를 겨누며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모습을 탈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중국, 러시아와 자주 만나 함께 공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 중 러 일과 우리 한반도가 공동번영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 오로지 미국 꽁무니만 쫓아다니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가 세운 5대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족자주, 자결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결정으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이 손잡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는가. 지금 한반도 긴장이 워낙 고조된 상황이라 마치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판문점 선언이 나왔을 무렵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열렬히 환영하고 좋아했던가를 돌아보라.5)

6.15공동선언, 10.4선언,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의 합의들은 미국의 동의를 먼저 구하고 합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먼저 남북이 합의하고 미국 등 주변국가에게 동의를 구하고 때로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남과 북이 맺은 모든 합의의 첫 조항은 늘 '자주'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금 길더라도 한번 기술해 보겠다. 박정희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 제 1조항은 다음과 같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제 1조항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선언 제 1조항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세계 앞에서 약속한 "외세의 간섭과 의존 없는 남북의 자주적 결정"을 왜 지키려 들지 않는가.

둘째, 남북관계주도, 선행의 원칙이다. 한국은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당사자임을 분명히 하고 북미관계의 진척상황에 목을 매는 현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든 충돌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북미 간의 관계개선이 필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북미관계가 아무리 악화되어도 개성공단은 돌아갔듯 남북관계가 흔들림 없이 구축되고 전진을 선행해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도성을 갖게 되는 법이다.

이것은 한반도가 갖고 있는 두 가지 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하나는 전쟁이 진행형이라는 점과 다른 하나는 분단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반도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제와 오해와 불신을 딛고 통일 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남북화해협력구조의 정착을 가장 앞세웠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로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을 중심기조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중심기조에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북미관계의 악화로 인해 대북제재가 전면화 되어 있는 조건에서 대북제재를 조금이라도 완화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재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화해협력 사업을 전혀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화해협력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야기할 마음은 처음부터 추호도 없었던 걸로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북미협상을 중재하고 종전선언 및 일정 비핵화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전혀 얼토당토한 논리는 아니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회담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잘 나가던 흐름이 미국의 강경대결 세력에 의해 가로막혀 버리자 그만 남북 간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에 빠져 버렸다. 이 접근법의 한계가 드러났다 할 수 있겠다.

이 경험은 북미관계의 개선유무와 별개로 남북관계의 전진을 선행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유명한 말로 대신한다.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셋째,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분리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핵무기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적대압박 정책이 북의 핵보유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핵문제는 지난한 북미 간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다.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연계로 말미암아 남과 북이 맺은 수많은 합의사항을 한 가지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딜레마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핵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핵은 핵이 필요 없을 만큼 평화로울 때 비로소 비핵화가 실현되는 법이다. 따라서 필자는 비핵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상대적으로 분리시켜 전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의 동력과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도리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넷째,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단계적 동시이행의 원칙은 고수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기승을 떨고 있는 미국식 선 비핵화론(CVID)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산물로 등장한 북의 핵무장논리로 보나, 핵무장포기가 정권교체로 이어진 이라크, 리비아 사례로 볼 때 비현실적이다. 북이 자위권과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애써 개발한 핵을 맥없이 내려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선 평화협정, 국교수립 후 비핵화는 미국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 또한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비핵화와 관련, 북이 취해야 할 조치와 이에 상응한 미국이 취해야 할 안전보장,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를 단계적 동시이행의 원칙 아래 해결해 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적대행위 우선 중단의 원칙이다. 연일 무시무시한 엄청난 화력을 집중해 군사훈련을 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하면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온갖 제재를 다하고 핍박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 무슨 진정성이 있는가.6) 정말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확보하려면 제재완화, 전쟁훈련 중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실 제재의 의미는 이제 사라졌다. 제재를 하는 이유가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핵개발이 완성되어 정세가 완전히 변화된 지금 이에 맞는 대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제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4) 통일운동 및 시민진영의 과제
"지금은 촉구할 때가 아니다."

통일운동 및 시민운동진영은 북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북의 입장과 주장은 단순하고 분명하여 나름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북이 하는 말에 숨은 의도나 저의를 찾기보다 있는 그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내용을 정세를 정확히 알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의 발표에 대해 진지하게 자료를 찾아 봐야 한다. 통일운동 진영이 자주 놓치는 것이 미국의 국무부, 국방부, 혹은 연구소 등의 발표에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 혹은 한미 간 펼치는 다양한 활동의 내용과 그 목표지점이다.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세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미국의 패권은 흔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은 사라지고 일촉즉발 전쟁의 위험이 커지는 이때 북을 보다 존중하고 연구하자는 것이 무척 한가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늘 미래를 준비하고 어두울 때 밝은 내일을 떠올려야 한다. 역사는 잠시 주춤거리고 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통일운동진영은 정세를 선도해야 한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판문점 선언이 나온 후 모 강연회에서 통일운동진영의 과제에 대해 역설한 기억이 있다. 당국관계 발전에 넋 놓고 있거나 그 성과에 편승하기 급급하면 당국 간 관계가 파탄 날 때 막을 힘이 없어진다고 말이다.

통일운동진영은 제 역할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보다 훨씬 암울했던 시절에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돌파구를 연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중심축에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 자기 역할에 대한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촉구할 때가 아니라 투쟁해야 할 시기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제재완화요구, 한미연합훈련 중단, 예속적 한미동맹재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공동선언이행요구, 군사력 증강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등 전면적인 반전평화운동이 요망된다. 무엇보다 대중적이고 전면적인 한미관계 재정립운동이 절실한 시기이다. 미친 듯 끌려들어가는 한미일 동맹을 온 몸으로 막아나서야 한다.

미국은 북과 군사적 대결국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어 질수록 한국정부에 대한 간섭을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친미 보수 세력들은 적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쳐 한반도 전쟁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간섭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윤정부의 반통일적 행태를 막아 나서야 할 때이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미국이 남북관계의 협력을 가로막고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치, 경제적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친미는 소극적 체념적 친미이다.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성조기를 흔들며 숭배하는 적극적인 친미가 대세는 아니다.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력한 미국'이라는 환상이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을 뿐이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민족의 힘으로 개척해나가려는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이 한미일-북중러의 첨병에 서는 악몽 같은 비극을 현실화시켜서야 되겠는가. 더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1)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이행하기 위하여 포괄적으로 합의하였다. 통일부, 2018.9.19
2) SBS, "당신 정신 있어?"…미국과의 담판으로 전쟁 막은 김영삼 전대통령 2015.11.25
3) 강지혜기자, 문정인 "한미동맹 없애는 게 최선" 또 발언 논란 채널A, 2018.5.18
4) 한경경제용어사전, Korea Discounts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discount) 형성되어 있는 현상.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요인,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5) 전병인기자, '판문점 선언 국민 여론조사, 남북정상회담 평가 "잘됐다(73.5%)" 내외통신, 2018.8.27
6) 박형주기자, 미국 "조건 없는 대화"…북한 "미국 적대정책 변함없어" VOA 뉴스, 2021.9.30
김종훈기자, "바이든, 北에 조건 없는 정상회담 제안…김정은 긍정적 대답 안 해"머니투데이, 2023.8.18

태그:#윤석열대북정책, #윤석열외교정책, #신냉전, #미중대결, #통일운동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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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경제회의 공동의장 사단법인 한반도평화와번영을위한협력 이사장 통일TV 방송위원 UNIST 겸임교수(역) 인제대 통일학부 외래교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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