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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면 정면 벽에 <벽> 작품이 설치돼있다.
전시장면정면 벽에 <벽> 작품이 설치돼있다. ⓒ openARTs space MERGE?
 
 "삶의 길 위에서 기억에 남거나 혹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이미지화"해서 몸의 여기저기 문신을 하는 작업을 2014년도부터 계속 진행하고 있는 작가 배시아의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원래 영상 전공으로 영상작업을 해오던 배 작가는 근래 행위미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대로 몸이 가진 미디어적 기능을 자신의 몸을 넘어 세상을 향해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회화작업과 설치미술 작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자신의 '창작의 집' 평수를 늘리고 있다.
 
<벽> 설치작품 부분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의 벽이 있었다. 모아둔 정신과 의료진단서 속의 나는 실험실에 갇힌 동물처럼 격리되어 있었다.”(배시아)
<벽> 설치작품 부분“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의 벽이 있었다. 모아둔 정신과 의료진단서 속의 나는 실험실에 갇힌 동물처럼 격리되어 있었다.”(배시아) ⓒ openARTs space MERGE?
 
이번 전시작품 중, 자신의 정신과 의료진단서들을 낱낱이 부착하여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작업 '벽' 작업은 압권이다. 정신치료 경험을 천하에 공개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닐뿐더러 그 아픔의 궤적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표현법 중 '실재의 제시'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날짜별로 된 감정 상태의 글씨를 보는 기분은 짠해진다. 글자 하나하나가 태풍에 맞아서 찢기고 피 흘리는 듯, 작은 바람에도 금세 흩날려갈 듯 가녀린 몸통으로 쓰러지고 널브러져 있는 느낌이다.

작품을 보며 작가가 그 당시 겪었을 감정들이 강렬하게 가슴으로 전해왔다. 이 한 장 한 장의 기록들의 나열/제시는 그 고난의 감정 속으로 우리를 격렬하게 몰고 간다.
 
<벽> 설치작품 부분 “털어내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채 폭력과 왜곡으로 일그러진 나의 지난 표정들을 훑으며 통곡의 벽을 마지막으로 마주한다.”(배시아)
<벽> 설치작품 부분“털어내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채 폭력과 왜곡으로 일그러진 나의 지난 표정들을 훑으며 통곡의 벽을 마지막으로 마주한다.”(배시아) ⓒ openARTs space MERGE?
 
예술의 기능과 역할 중 하나는 우리를 위무하는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에는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순간순간이나 결과물을 마주하고서 이러한 감정들이 일렁이게 된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가슴 속에도 이 물결들은 흘러가고 감성을 적시게 만든다. 이 전시의 영상작업은 부드럽게, 정신과 상담용지는 시리게 우리를 위무와 치유의 시간으로 떠민다.
  
<벽> 설치작품 부분 중 사진 ‘몸은 미디어다’(배시아)
<벽> 설치작품 부분 중 사진‘몸은 미디어다’(배시아) ⓒ 권영일
 
작가는 이 작품들이 어느 정도 수렁에서 탈피한 작가 스스로와 현재 아픔 속의 있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이 해소되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일)이자, 치유의 첫 단계이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삶의 아픔들이 희망의 씨앗으로 변모하여 활짝 발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관객까지 보듬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영상들

전반적으로, 배시아 작가의 영상작업은 봄바람같이 부드러우며 자연스러운 화면은 정서적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다. 작품 'Berliner Mauer'는 작가의 행위작업을 담고 있다. 여기의 움직임은 스스로를 보듬고 치유하는 듯하다. 그 움직임은 물결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작업 'Mother'에서는 카메라의 시선은 행위자의 움직임에 따라 매우 부드럽게 물결치듯 흐른다. 보는 관객도 그 흐름에 맞춰 이완되고 조여지며 그 흐름에 편안히 승선하여 물결치듯 출렁이게 된다.

1분 18초의 '연'이란 영상작업은 서정적 '영상시' 같다. 배경화면이 있고, 공중에 허망한듯한 분위기로 '연'이라는 여러 개의 한자 의미를 자막으로 띄우는 이 작품은 여러 생각을 발현시키는 잘 만들어진 개념미술적 영상작품이다.        
 
<Treasure of Trash> Mixed media, 가변설치, 2019, reduc 책 위에 쓰러질 듯 서 있는 의자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Mixed media, 가변설치, 2019, reduc책 위에 쓰러질 듯 서 있는 의자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openARTs space MERGE?
   
'카르마: The Gran blue'라는 주제로 열리는 배시아 개인전은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오픈아트스페이스 머지'(Openarts space MERGE?, 051-527-8196)에서 열리고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서정을 만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한다면 전시장을 찾기를 권한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인 27일 17시에는 작가의 행위미술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    

#배시아#영상작가#비디오그래퍼#OPENARTS SPACE M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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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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