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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 이완우
 
지난 20일 다녀온,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고을의 사포마을은 지리산의 만복대와 고리봉에서 내려온 산자락에서 맑은 계곡물이 흘러 산수유 열매가 푸르게 성장한다. 이 계곡물은 사포마을 다랭이논 위쪽 높은 곳에 작은 저수지에 머물러 다랭이논의 물꼬로 흘러든다. 이 곳에 

이 저수지 제방에는 체력단련 공원과 휴식 장소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모습, 또 저수지 수면에 반사되어 대칭을 이루는 하늘의 구름은 한 폭 수채화같이 멋진 장관이다(관련 기사: 지리산 고즈넉한 이 마을, 'OOO 반대'를 만날 줄이야 https://omn.kr/25ae4).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저수지.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저수지. ⓒ 이완우
 
저수지 제방에서 바라보면 사다리처럼 내려가며 펼쳐진 다랭이논 곡선의 흐름이 더 잘 보인다. 직선에 기초한 공간과 도형에 익숙한 문명의 시선에는 다소 낯선, 어쩌면 시원적(始原的)인 풍경이다.

다랭이논이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만든 논을 뜻한다. 여기 사포마을 다랭이논은 특히 제초제 등 농약을 멀리하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듯하다. 논두렁에 풀들이 무성하고 야생화까지 찾아와 자리 잡고 꽃들을 피웠다. 여뀌 가시모밀 며느리배꼽 등 지천으로 꽃을 피웠으니 소담스러운 야생화 꽃밭이다.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다랭이논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마을과 다랭이논 안내판.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마을과 다랭이논 안내판. ⓒ 이완우
 
다랭이논의 물꼬에는 맑은 물이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흐르는데 개울물 소리가 청량하다. 논두렁이나 농로의 길섶에는 여러 가지 풀이 무성하게 어울려 풀숲이 되었다. 벼 이삭이 막 패기 시작한 논의 벼 포기들도 자연과 어울려 벼 숲으로 보인다.

다랭이논 논두렁의 풀숲과 벼포기들 사이는 풀벌레와 개구리 등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였다. 다랭이논 벼포기들 사이 논고랑에는 물달개비가 생기 있는 줄기와 잎을 벋어나가 청보라색 예쁜 꽃을 피웠다.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물달개비.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물달개비. ⓒ 이완우
 
개구리밥 군락지에 닭의장풀이 마실을 와서 파란 꽃을 피웠고, 닭의장풀의 노란색 수술 세 개가 개구리밥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지리산 계곡의 맑은 물이 논고랑으로 흘러들어 벼포기들 사이에 벌레잡이 습지식물인 통발이 왕성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포마을 다랭이논은 논습지 역할에 충실하여 여러 종류의 논습지 식물들이 당당하게 자생하고 있었다. 계단식으로 층계별로 높낮이를 이루며 펼쳐진 다랭이논 중에 묵정논이 있다. 이 묵정논은 무성한 풀밭으로 변하고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피어서 나비들이 날아들고 있다.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개구리밥과 닭의장풀.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개구리밥과 닭의장풀. ⓒ 이완우
 
다랭이논 지형의 제일 위쪽에 사포마을 저수지가 있다. 지리산 계곡의 맑은 물이 저수지에 모여서 다랭이논의 물꼬로 흘러들어 논고랑에 생명의 물로 찰랑인다.

사포마을 다랭이논의 논두렁은 부드러운 지리산의 능선을 닮았다. 자연의 구불구불한 리듬을 따르는 다랭이논은 지리산 숲, 마을 산수유 숲과 지리산 계곡의 맑은 물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보전가치 큰 다랭이논... 인근 저수지에 내걸린 '골프장 반대'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통발.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통발. ⓒ 이완우
 
지리산국립공원에 가까운 지리산의 마을인 이곳에도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다랭이논의 경작지가 점점 감소하는 현실이란다. 이곳 사포마을도 한때는 60호를 넘었는데 현재는 절반으로 줄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다랭이논을 경작하기에는 힘에 부치고, 특히나 다랭이논은 수확량도 많이 나지 않은 편이어서 이제는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조경수를 심는 농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리산 사포마을의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다랭이논은 수많은 노동의 기억을 나이테처럼 간직하고 있다. 다랭이논은 아름다운 곡선을 전승하는 농업문화 유산으로, 그 자체로 보전할 가치가 크다.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 이완우
 
사포마을 저수지의 제방에는 큰 글씨들이 줄지어서 작지만 크게 외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지리산 골프장 반대', 지리산 사포마을과 다랭이논의 생명력 가득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사포마을 위쪽에서 숲길을 1km 올라가니, 지리산 자락의 숲임에도 수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져 있었다. 장마철에 패여 나갔는지 붉은 황토 색깔의 지리산 속살이 드러난 현장이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저수지 제방.
지리산 사포마을의 다랭이논. 사포저수지 제방. ⓒ 이완우
 

#지리산 사포마을#농업문화 유산 다랭이논#지리산 사포마을 다랭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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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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