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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모인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모인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저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던 2022년 어느 날의 이른 아침,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죽음을 생각하며 유서를 쓰기 위해 매일 출근을 준비하던 화장대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해치는 대신에 병원에 가두었습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거리로 나온 김아무개(43) 교사는 "억울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것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며 "선생님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몰려졌다.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모제가 전교조 대구지부의 주최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렸다. 추모제에는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 등 150여 명이 함께 했다.

한 교사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음은 우리가 아니기를..."이라고 쓴 글을 붙였고 또 다른 교사는 "선생님과 학부모는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라며 애도했다. 신규 교사라고 밝힌 한 교사는 "비슷한 일들을 겪다보니 선생님의 아픔에 더욱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발언에 나선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가 겪은 일들이 항상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등학교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김 교사는 자신이 유서를 쓰며 힘들어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일을 겪으며 17년을 교사로 지낸 저에게도 두려웠던 그 시간들이 2년차 새내기 선생님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벼랑 끝이었을까를 뒤늦게 알아주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추모의 글을 쓰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추모의 글을 쓰고 있다. ⓒ 조정훈
  
초등학교 3년차 신규 교사라고 소개한 곽아무개(26) 교사는 "황망한 소식 이후 학생인권 신장이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는 우려스러운 시각을 보았다"며 "우리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교권 신장을 위한 보호장치 마련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곽 선생님은 "진정한 추모란 고인을 기억하고 고인이 견디기 어려워했던 삶을 개선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사의 직업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다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구 조암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는 김석현 교사는 "우리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교육의 3주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이러한 주체의 개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수요자와 공급자라고 하는 경제의 틀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소비자로서만 남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시민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입시경쟁 앞에서 모두 쓸데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아이들을 오히려 경쟁에서 도태시키고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일들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한 교사가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예비교사들도 교사가 교육할 수 없는 환경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학교를 졸업하면 교사가 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상천씨는 "함께 모여서 가치 있는 삶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사가 되고 싶었다"며 "그런데 그 꿈이 제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전교조 대구지부는 "교사들의 생존권 요구에 대한 원인 진단부터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며 "잘못된 교육 체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대구지부장은 "선생님의 죽음이 단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참사"라며 "어느 한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학교의 교사들이 직면해 있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이 한 선생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고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교육당국은 제대로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이초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추모제#교육권 보장#서이초 교사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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