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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시가 남양동 소재 사천호국공원에 건립한 ‘사천항일운동기념탑’에 독립유공자 명단과 공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5일 촬영한 사천 항일운동기념탑.
사천시가 남양동 소재 사천호국공원에 건립한 ‘사천항일운동기념탑’에 독립유공자 명단과 공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5일 촬영한 사천 항일운동기념탑. ⓒ 뉴스사천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경남 사천시가 남양동 소재 사천호국공원에 건립한 '사천항일운동기념탑'에 독립유공자 명단과 공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천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명각 대상자 공적 검증의 어려움 때문에 별도 비석에 건립 취지문으로 대신했다고 밝혔으나, 경남도내 타지역 항일기념 시설물 등에 유공자 명단이 새겨져 있는 것과는 대비돼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시는 지역사회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천시는 올해 3월 1일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남양동 소재 사천호국공원에서 사천항일운동기념탑 제막식을 열었다. 이 기념탑은 3억 8100만 원을 들여 가로 5m, 세로 2.4m, 높이 10m 규모로 건립됐다. 

이 기념탑 옆의 취지문 비석에는 "일제의 침탈로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헌신하신 사천인들을 기리고자 여기에 항일운동기념탑을 세웠다. 을사늑약 이후 우리 민족은 나라 전역에서 자주독립과 광복을 위해 일어났고, 이곳 사천에서도 남녀노소 학생 종교인 등 수많은 시민이 거리에서 시장에서 학교에서 자주독립을 위해 나섰다. 사회단체들이 조직되었고 유림들은 충효를 바탕으로, 다솔사에서는 만당이라는 항일 비밀결사 모임으로 앞장섰으며, 천도교 등 종교단체에서는 만방에 우리의 자주성을 알렸다. 이 의거를 기념하고자 이 탑은 서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근 산청·하동 등 지자체서는 명단과 공훈도 함께 명시
  
 항일운동기념탑 건립 취지문 비석.
항일운동기념탑 건립 취지문 비석. ⓒ 뉴스사천
 

하지만 유공자 명단과 공훈 내용이 없는 것을 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천항일독립운동사를 집필한 바 있는 추경화 독립운동사료연구가는 "사천항일운동기념탑에 항일투사 명단도 없고 공적 내용도 없는 백비(白碑)를 세운 것은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며 "인근 시군 항일운동기념시설물에는 유공자 명단과 공훈 등이 대부분 새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시청을 찾아 사천시에 항일투사 명단과 공훈을 새길 것을 거듭 요청했다. 

실제 하동군 옥정면 항일투사추모탑비에는 산청·하동과 지리산 일대 178명 항일투사 명단과 개인 공적이 본비와 5개 보조비에 새겨져 있다. 산청군 단성면에 건립된 항일투사 추모탑비는 88명 명단이 새겨져 있다. 진주시 금산면에 진주항일투사 추모탑비 127명 명단과 공훈이 새겨져 있다. 

사천 관내에 있는 곤양면 항일운동기념탑에도 공적과 이름이 있으며, 사남면 우천마을에 있는 항일기념비에는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지 못한 17명 성명과 공적을 새겨져 있다.

사천시 주민복지과는 "사천항일운동기념탑 건립과정에서 공훈대상자 명단을 새기는 것을 두고 논의가 있었으나, 검증의 어려움 등으로 취지문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취지문 작성 과정에서도 이의제기 때문에 새롭게 비문 내용을 일부 바꾸는 일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분들에게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누구는 넣고 누구는 뺄 것인가 또 다른 민원거리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항일운동기념탑 취지문을 작성한 이은식 박사(경남문화재 전문위원)는 "항일운동기념탑은 사천의 자긍심, 민족의식을 함양하는데 근본 의의가 있다"며 "정확하게 명단을 새기려면 국가기록물과 과거 경찰 조사 기록, 당시의 판결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기간을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자칫 이름하나 글자 하나가 갈등이나 민원의 발단이 된다. 명단이나 공훈을 새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연구를 사천문화재단 부속 사천문화연구소에서 하고 있었으나, 불행히도 직제 개편으로 연구소가 없어졌다"며 "정말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을성 사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은 "항일운동기념탑의 중요성에도 사천시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건립 이전에 공훈 관련 자문을 맡기지 않은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항일운동기념탑이 거대한 상징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려면 향토사에 전문성 있는 기관에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연구도 있지만, 항일독립운동 기록과 관련해 좀 더 폭넓게 조사와 연구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추후 새길 수 있는 방안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제기했던 추경화 독립운동사료연구가는 "지자체가 민원이나 검증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은 핑계다. 이미 책도 나왔지 않냐"며 "혹 있을 수 있는 민원 때문에 지자체가 난감하다면, 광복회에 명단과 공훈 내용 요약을 의뢰하고, 검증을 받으면 된다. 타 지역에서도 그렇게 한 경우가 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하염없이 어렵고, 쉽게 풀려면 단순한 문제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현근 사천시 주민복지과장은 "일단 문제가 제기된 이상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당장 어떻게 하겠다 말겠다 즉답은 할 수 없지만, 항일투사 명단과 공훈 부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폭넓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뉴스사천#사천항일운동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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