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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건설노동조합 탄압이 그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들이 합심해서 건설노조를 압박 중이다. 대규모의 수사단도 모자라 특진을 내걸며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건설노동조합원은 6월 말 현재 20명 가까이 구속됐고, 1200명 가까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소속 양회동 지대장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범죄행위로 치부하는 행태에 분노해 분신했다. 지난 3월 현장의 목소리에서 최명숙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을 인터뷰한 바 있다. 최 사무국장은 지난 4월 말 구속됐고, 현재도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번 '현장의 목소리'에선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국면에서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 점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전재희 노안실장을 인터뷰했다. 6월 15일, 건설노조는 건설의 날 행사에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인터뷰는 집회 현장 근처에서 진행했다. 전재희 실장은 2007년부터 건설노조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실로 승격한 노동안전보건실을 이끌고 있다.

"불안, 우울, 자살 생각하는 조합원 수 많은 것으로 조사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에서 부터 숭례문 앞까지 모여 양회동열사 염원실현, 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에서 부터 숭례문 앞까지 모여 양회동열사 염원실현, 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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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건설노조 탄압을 경험하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2007년 건설노동조합이 출범했어요. 저도 노조 전임자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노동자들이 돌아가셨어요. 2007년 인천 갈산역에서 주 5일 40시간 근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임단협 결의대회 도중 정해진 열사가 분신하셨어요.

제가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2008년 이철복 철근노동자는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는데 현장소장이 폭행해서 사망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유족보상과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장례투쟁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2008년, 건설기기 총파업 중 김상만 동지가 생활고로 자살한 일도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한 분은 노동조합 활동 하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네 번의 노동조합 장례를 치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15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 장례를 치렀는데요. 과거에는 개별 사업장, 개별 현장에서의 문제였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면은 전 사회적으로, 정권 차원에서 우리를 탄압하고 있고, 건폭으로 몰고 가는 점이 다릅니다. 노조탄압으로만 볼 게 아니에요. 국가 폭력, 사법살인, 언론살인, 사회적 린치라고 생각합니다. 검·경의 공권력을 위시해서 우리 노동조합의 명예를 더럽히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 최근 노동자 정신건강 상담단체 두리공감과 함께 건설 노동자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련 조사를 했는데요. 설문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응이나 후속작업이 있는지요?

"양회동 열사의 분신이 있고 나서 두리공감과 함께 5월 경찰 소환대상자인 전국 조합원에 온라인 설문을 했습니다. 설문대상자는 주로 10년가량 노동조합 활동 경험있는 50대 남성이었습니다.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50%가 조금 넘었고 불안감,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살생각을 하는 조합원 수도 많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전보다 음주량도 늘었다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면 개별 심리상담과 진료연계를 해드리는데요.

하지만 50대 남성들은 불안감, 우울감 등 마음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심리 상담에 적극적이진 않아요. 그래서 온라인 설문에는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나와도 개별상담으로 잘 이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하면서 우군이 있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도닥여 줄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를 탄압하는 그들이 없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윤석열 정부가 퇴진한다면 해결이 되겠지만 이는 무거운 과제이지요."

6월 13일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의 설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응답자 295명 중 30.8%(91명)는 최근 2주간 차라리 죽거나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는데, 구체적으로 '2주 중 2~6일'은 57명, '2주 중 7~12일'은 18명, '거의 매일' 은 16명이었다.

응답자의 45.1%가 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우울 증상을 보였고, 66.4%는 불안을 호소했다. 현장 발언을 한 조합원들은 평소 경험할 일 없던 경찰, 검찰 조사를 갑자기 받게 되고, 또 정당한 노조활동을 범죄로 몰아가는 조사에서 심각할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6월 13일, 노조탄압에 따른 조합원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55% 이상의 조사 응답자가 '심리적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결과가 공개되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6월 13일, 노조탄압에 따른 조합원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55% 이상의 조사 응답자가 '심리적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결과가 공개되었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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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조금씩 임금체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 건설 노동자 탄압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상황이 좋진 않습니다. 구속자도 많이 늘었고요. 건설사 측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기피하는 일이 두드러져 조합원들이 생계가 곤란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동조합을 통하지 않고 일반팀으로 채용되는 일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채용되면 직고용이 되어 임금 체불 가능성이 낮은데요. 임금을 주는 주체가 불명확해지는 일반팀으로 들어가니 조금씩 임금체불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제공하는 간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복지수준도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현장에서 노동안전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잘 못하고 있어요. 현장에 사고가 예상되거나 사고가 나면 개선을 위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측에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들어주질 않으니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지요.

최근 정부의 탄압 분위기를 등에 업은 사측에서 '민주노총이 또 이런 걸로 꼬투리 잡는다'는 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거지요. 당장 폭염이 다가오고 있는데 현장에서 온열질환 예방에 대한 요구도 제대로 못할까 걱정됩니다. 노동안전 문제는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노동안전보건실에서는 중점 사업 같은 것이 있습니까?

"저는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를 탄압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라졌어요. 지난해 1월 광주 아이파크 무너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에 힘이 실렸어요. 그 고삐를 놓지 않고 갔어야 하는데...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신 위험성평가가 언급되기 시작했어요. 현장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사업주와 함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위험성 평가의 취지인데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고 발전이 되면 좋은 제도이긴 합니다.

하지만 위험성평가는 13년 전 도입됐는데 이제와서 제대로 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또 위험성평가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어떤 노동자가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실제로는 원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원청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원청 반장들이 위험성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분들은 노동자이지만 위험성평가 본래의 취지와 맞진 않는 사람이지요. 노동부의 위험성평가 보도자료나 대책에는 노동자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노동자가 참여할지는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포장만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올해 초 사업계획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6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넨스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간이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파이넨스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간이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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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탄압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사라지고 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요?

"7만 조합원이 현재 약 3% 정도 줄어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조끼를 자랑스럽게 입진 못하는 상황임에도 이탈률이 높진 않아요. 드라마 <미생>에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건설노조 나가면 지옥인 상황인 것입니다.

건설노조는 크게 보자면 2003~2004년, 2008년, 2013년 공안탄압을 당했습니다. 건설사와 검경은 노동조합더러 공갈협박범이라고 했고, 정부는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며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노동자를 탄압하던 정권이 무너지는 일은 있어도 노동조합이 없어지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커졌습니다. 이번 탄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노동조합이 시련을 겪을 수는 있지만 탄압에 굴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검경과 정권' 대 '노동자'의 대치국면, 그 전선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있다고 봅니다. 건설노조를 탄압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원이 현재 20명 넘게 구속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된 건설사 사업주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건설노조 탄압에 경찰 90명이 특진을 내걸었지만, 중대재해 사업장 사업주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상한 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현 정부는 다른 노동자들도 무릎을 꿇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투쟁은 건설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회동 열사 투쟁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인 장영우씨가 썼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7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건설노동자_심리위기, #건설노조_심리위기_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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