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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예고에 올라온 조례안.
 입법 예고에 올라온 조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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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전시의회는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주민 의견을 듣는 기간은 딱 나흘, 7월 14일까지다. 앞서 김영삼 시의원(국민의힘·서구2)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3명의 서명을 받아 해당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참고로, 대전시의회는 총 22명 중 18명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 제1조는 "학생의 건강하고 균형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학생의 키 성장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감이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책무를 명시하고 있고, 시행계획에 학생 성장판 검사 지원, 키 성장 맞춤형 급식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등의 내용을 담도록 하였다(조례안 제5조).

결국 아동의 성장판 검사비를 교육청이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입법예고된 조례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를 살펴보면, 대전 관내 초등학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성장판 검사비(X-ray 검사 및 상담비)를 지원할 경우 매년 약 37억 원이 필요하다. 1인당 검사비가 5만 원이고, 올해 5월 교육통계 기준 대전의 초등학생 수는 7만4000여 명이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성장판 검사... 시의회가 외모에 따른 편견 조장?

이번 조례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14일 낮 12시 기준, 대전시의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해당 조례안은 조회수 2439회를 기록했다. 대전에서 자녀를 데리고 키 성장 클리닉 등을 찾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조례가 제정되어 성장판 검사비 5만 원을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하게 되면 너도나도 '무료 검사'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키 성장 클리닉 입장에서는 엄청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의회가 외모에 따른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할 여지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영삼 의원은 "아이들 건강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키와 관련된 부분을 공공에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대전 학생 평균 키 1㎝ 더 키우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례가 만들어질 경우 개인의 특성에 불과한 키를 '지향해야 할 가치'로 내세우는 셈이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키는 개인의 특성일 뿐이다. 아이들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고 교육해야 할 학교가, 결과적으로 외모에 따른 차별 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성호 양심과인권-나무 상임대표도 "키가 작은 아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사회적으로 패자가 된 것처럼 인식할 수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반인권적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나선 시의회의 발상이 황당할 따름이다. 지난달 1일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완화 건의안'을 의결한 시의회가, 이제는 병원만 배불리는 일에 나서다니 기가 막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은 오는 20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첨부파일
입법예고.png

태그:##대전시의회, ##키성장조례, ##편견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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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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