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4 10:35최종 업데이트 23.07.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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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이재명, 민주당 간판 걸고 한 판 붙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김건희 여사님 땅이 거기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그것을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그 원인을 제거하겠습니다. 다음 정부에서 하십시오."

"자,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 걸고 붙읍시다."



지난 6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발표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 거친 말투와 흥분된 몸짓. 장관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자리에서 할 행동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의혹 제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당의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이라 규정하고, 야당 대표를 거론하며 당 간판을 걸고 붙자니, 내용을 떠나 국민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 선 공직자 태도로서는 낙제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정쟁을 그만하라며 나무라던 언론들조차 함구하지만 원 장관의 간판 걸고 붙자는 건 올바른 정책 대결의 제안이 아니라 조폭 세계에나 있을 법한 엄포에 가깝다. 그러나 막말을 쏟아 낸다고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아니고, 시쳇말로 목소리가 크다고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 또 임명직에 불과한 장관 한 사람의 정치 생명과 국회 의석 과반이 넘는 야당의 간판을 걸고 한판 붙자는 건 등가의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장관직을 걸겠으니 야당 간판을 걸라는 원 장관, 정치 생명 값어치를 매기는 것이야 본인 마음이겠지만 대통령 일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정치인의 함량이 그리 값나가 보이지도 않는다.

날파리 선동, 간판 걸고 붙자는 장관.... 정치인으로 함량 미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원희룡TV 캡처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이 고시된 건 2017년 1월의 일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2021년 4월에 통과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26.8km 구간이다. 이 계획은 2023년 5월 8일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는 안으로 발표됐다. 착공 불과 2년을 남겨놓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계획안이 공론화 과정도 없이 변경된 것이다. 새롭게 종점으로 지목된 강상면에는 김건희 여사 일가가 29필지 축구장 5개 넓이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우연이라는 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집을, 부동산 쇼핑을 하러 다니다 우연히 주택을 매수한 것뿐이라는 주장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집을 팔고 보니 매수자가 김만배씨 누나였고,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는데 우연히 거기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었다는(?) 로또 당첨 같은 우연이 대통령과 부인 일가에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말처럼 윤 대통령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게 아니라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많은 국민들이 우연이 아니라 밝혀지지 않는 필연일 수 있다는 의혹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기간 내 사업을 만료하지 않은 윤 대통령 처가 회사에 부당하게 사업 기간을 연장해 주고 798억 원의 분양 실적에도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건이다. 경찰은 얼마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시민단체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사건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이 겹치는 단어. '양평'과 '김건희 여사 일가'다. 대통령 임기 내내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걸고 넘어지려고 할 거라는 원희룡 장관, 대통령 부인과 일가가 매 사건마다 중심으로 등장하는지 그 이유부터 따지는 게 순서 아닐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양평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하루 만에 탄로 났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의 형질변경과 가격폭등 문제를 따져 물었고 원 장관이 알아보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형질 변경 불법을 확인하겠다고 답한 것이고 국토부와 관련이 없어 별도의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명을 냈다. 그러나 당시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의원은 양평군 병산리에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라 말한 사실이 분명하고, 원 장관의 확인해 보겠다는 대답 또한 국회 회의록에서 볼 수 있다.

국민 의혹도 날파리 선동인가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원희룡 장관과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사과하면 재추진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백지화 선언이 국민에 대한 1차 가해라면 민주당 사과 전제 재추진 타진은 2차 가해다.

국책 사업을 야당이 의혹 제기를 했다고 일방적으로 백지화하고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야당을 보고 사과하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김건희 여사도 못 먹게 된 사업, 양평 군민들도 득보지 말라는 억하심정'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장관의 호언처럼 민주당 간판을 내릴 때까지 붙어 볼 심산인가. 장관의 안하무인 태도와 졸렬한 책임 떠넘기기에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들은 신중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된 것, 원희룡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변경안 종점에 위치한 것도 맞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일가를 위해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었다는 건, 가정이고 의혹이다. 민주당이 '처가 게이트'라고 하지만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건 아니다. 동시에 날파리 선동, 간판을 걸고 붙어보자고 결기를 높이는 장관이 있다고 해서 국민들이 가진 의혹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된 이유, 밝히는 게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있다. 가짜 뉴스인지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인지 여야가 합의해서 국정감사로 밝혀낼 수도 있는 일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는가?' 이게 국민이 가진 본질적 의문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다. 원 장관처럼 고함치고 협박으로 무마하고자 한다면 야당에게 씌웠던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올가미에서 한참을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원희룡 장관. 싸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국민들의 커지는 의혹도 날파리 선동이라 할 건가. 국민과 붙어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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