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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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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독점 구도에 염증을 느낀 무당층이 부쩍 늘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확연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등 돌린 2030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난 대선 이후 무당층은 지속적으로 늘어 30%(5월 둘째 주 조사 28%)에 육박했다. 선거를 앞두고 무당층 증가는 통상적이다. 한데 이번에는 2030이 심상치 않다. 20대 무당층은 2022년 1월 평균 34%에서 지난 4월엔 5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또한 26%에서 36%로 증가했다. 무엇을 의미할까. 20대와 30대가 거대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자세항 사항은 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30세대가 기존 정당을 떠나는 건 다름 아니다. 그들의 정치 행태가 싫고 더는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식과 합리는 실종되고 극단이 판치는 양당 구도에 염증 났다. 청년들은 증오와 혐오를 부채질하는 편 가르기와 극단적인 진영대결에 기대를 접었다.

영호남 민심도 바뀌고 있다. 국힘의힘 지지율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51%)과 부산·울산·경남(40%)에서 예년만 못하다. 대통령 국정수행 또한 '잘한다'는 대구·경북(52%), 부·울·경(37%)에 그쳤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70%대 이상 지지를 보이던 호남 지지율은 53%로 떨어졌다. 지난 4.7 전주을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출신 후보가 진보당에게도 패했다.

오만과 폐쇄적 정치에서 비롯된 실망과 분노

청년세대가 떠나고 지지 기반조차 흔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국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과 폐쇄적인 정치 행태에 비롯된 실망과 분노다. 도덕적 우위를 자신했던 민주당은 도덕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표 대장동 의혹,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투기 의혹 등 사법 리스크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거대 의석을 앞세운 입법 폭주와 팬덤에 의존한 패거리 정치도 누적됐다. 국민의힘 또한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폐쇄적인 당 운영과 줄 세우기,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운영, 연이은 망언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이런데도 중도층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제3지대 신당 바람이 불고 있다. 단지 내년 총선이 임박해서만은 아니다. 극심한 진영정치와 계파싸움에 매몰된 두 정당에게 미래를 맡겨놓을 수 없다는 회의감 때문이다. 거대 정당만으로는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불신은 팽배하다. 흔히 신당 성공 요건으로 대선 주자급 인물, 탄탄한 지역 기반, 그리고 차별화된 정책과 비전을 든다. 지금까지 신당들은 이런 문법 안에서 명멸을 거듭했다. 정주영 통일국민당(14대 31석)과 김종필 자유민주연합(15대 50석), 안철수 국민의당(20대 38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두 전국적인 인지도에다 충청과 호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삼았다. 한계 또한 여기에서 비롯됐다.

지역 맹주나 명망가에 의존한 신당은 반짝 몰이는 용이하다. 일시적으로 유권자 시선을 붙잡고 분풀이 식 투표를 유인할 수 있다. 하지만 명망가와 지역에 기댄 신당은 이 때문에 사라졌다. 정주영과 김종필, 안철수라는 자장 안에서 정체성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오프라인 시대에 통용됐던 정치 문법은 통용되지 않는다. 명망가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은 참신한 인물, 그리고 지역주의를 떠나 국가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신당이어야 한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사결정, 정쟁보다는 과학기술을 바탕에 둔 새로운 플랫폼 정당이 출현한다면 국민들은 호응할 게 분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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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신당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최근 태국 총선에서 피타 림짜른랏(42) 대표가 이끄는 진보정당 전진당(MFP)은 돌풍을 일으켰다. 전체 의석 500석 가운데 152석을 얻어 다른 야당 프아타이당(141석)과 과반을 차지했다. 비록 정권교체를 위한 의석(376석)에는 모자라지만 태국 국민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전진당 압승은 오랜 왕정과 군부지배에 대한 염증, 그리고 선명한 정책과 비전 덕분이다. 피타는 군주제를 개혁하고, 군이 지배하는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태국 국민들은 명망가나 기득권(왕정과 군부) 대신 새로운 인물과 정책, 비전에 호응했다. 2017년 마흔 살에 프랑스 대통령에 오른 마크롱 또한 기성정치와 결별함으로써 승리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한 신당 '앙 마르슈!(전진)'을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며 기성 정치를 거부했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 신당 논의를 접했다. 명망가와 기득권에서 탈피해 온라인에 기반한 실용주의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까지 신당은 관행을 답습하다 실패했다. 명망가에 의존하고, 기성 정당에서 탈락한 이삭줍기, 정치권을 배회하는 정치 낭인을 규합하고 특정 지역을 볼모로 삼았다. 이 같은 세몰이는 반짝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거대 양당에 흡수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로운 신당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새롭게 바꿀 소명의식으로 무장하고 능력과 열정을 가진 인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신당의 경쟁 상대는 기성 정당이 아니라 미래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 불신은 임계점에 달했다. 프랑스와 태국에서 성공한 선거 혁명,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은 언제든 호응할 자세가 돼 있다.

덧붙이는 글 |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이 글은 한스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거대 양당 독점 , #무당층 증가, #극단적인 진영대결, #태국 총선, #디지털 플랫폼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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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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