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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태원참사유가족과 시민들이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 조혜지

"너를 안고 이 밤에 촛불을 켜 / 새빨간 별 서로 비추는 별 / 이리 와 여기 앉아 쏟아지는 빗방울을 같이 보자 / 세상이 끝나지 않게 / 너를 안고 세상에 용기를 내"

29일 오후 7시,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앞. 기타를 메고 추모 공연에 나선 이는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인 고 진세은씨의 사촌언니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예람씨였다.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한 촛불추모제 자리에 추모 공연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비가 그친 직후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씨 탓에 촛불이 꺼지기를 반복했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은 함께 불을 나누고 담요를 덮어가며 추모제를 이어갔다. 예람씨는 공연 중간에 "정부는 참사가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등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용기라는 것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립조사기구 설치가 재난의 정쟁화? 어떤 진실이 규명됐나"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 조혜지
 
반년의 시간 흘렀지만,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윗선 배제 수사로 비판받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와 반쪽짜리로 끝난 국회 국정조사 이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같다.

유가족들의 전국 순회 진실버스를 통한 국민동의 청원 달성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183명의 야권 국회의원들이 이태원참사진상규명 특별법을 공동발의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요지부동인 상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더나아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을 야권의 "총선전략 특별법"이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국회 국정 조사를 통해 많은 부분이 규명됐다"는 주장이었다.

유가족들은 일제히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낸 입장문 '우리들의 다짐'에서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에서 특별법 내용을 왜곡하는 발언을 했다"며 "특별법 안에는 과거 세월호 참사, 과거사 인권 침해, 자연 재난 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정됐던 여러 특별법에 이미 명시돼 있던 수준의 권한을 가진 독립조사기구로 상정돼 있는데도 무소불위 조사기구라며 여론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촛불추모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고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는 "많은 시민 분들과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많이 동참해주셨는데, 그 참사 (책임) 당사자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우리를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막말을 일삼으며 유가족들을 2차가해를 한다"면서 "'몰랐다'는 말만 하는데, 그 자체로 행정을 모르는 것으로,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될 사람이 권력을 영위하고 있다.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될 사람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이태원참사 대응 TF 단장을 맡고 있는 윤복남 변호사는 진상규명 특별법을 '정쟁'으로 폄하하는 여당 측의 태도를 다시 꼬집었다. 윤 변호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교묘히 사라지고 생존자와 구조자들의 기억도 희미해지므로 하루 바삐 특조위를 구성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특별법 발의를) 재난을 정쟁화한다고 한다. 무슨 진상을 더 밝히냐고 따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군중 유체화가 사건의 원인이라는데 말이 되나"라면서 "왜 몇 년간 배치한 경찰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군중 인파 관리에 실패했는지, 왜 경찰청 보고에서 한 달 전부터 인파 위험 대비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는지 규명이 안됐는데 어떤 진실이 규명됐나. 군중유체화는 (참사의) 결과일 뿐 원인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진 의원은 오는 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공개 변론 기일을 걱정했다. 그는 "유족을 대표하는 분들이 함께 방청하며 진행과정을 지켜봐야할 텐데, 이 자리에서 책임 회피 발언을 묵묵히 듣고 계셔야 할 것 같아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늘 연대해서, 시간이 좀 걸릴지 몰라도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모욕부터 응원까지, 필름처럼 생생한 6개월"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29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이태원참사 6개월 추모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혜지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너무 생생하게 필름처럼 머릿속에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녹사평 분향소에선) 우리에게 아픔과 생채기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힘들었다. 우리가 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나 의구심이 많았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보냈다"면서 "서울시청에 들어올 때도 생생히 기억난다. 솔직히 우리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힘듦과 아픔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이 직무대행은 "유가족 몇몇이 어떻게 이 무거운 싸움을 해 나가겠나. 절대 불가능한 싸움을 우리가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이걸 가능하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 드린다"고 했다.

한편, 이태원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특별법 제정 동참을 촉구하는 5월 8일 국민의힘 당사 앞 24시간 행동과 함께, 참사 200일을 맞아 5월 20일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추모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이상민#진상규명특별법#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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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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