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의 한 경찰관이 비번 날(쉬는 날) 산책 도중 이웃집 화재 현장에 뛰어 들어가 불길 속에서 80대 어르신 A씨(여)을 구조했다. 이 경찰관은 화재가 다른 집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이웃집 어르신들을 깨워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 경찰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천시 용현면 금문마을 한 주택에 연기가 치솟은 시점은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경이다. 쉬는 날 저녁 배우자와 마을 주변을 산책하던 사천경찰서 사남파출소 소속 조연제(55) 경위는 한 이웃에게 "A씨네 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큰불이 난 것을 직감한 조 경위는 휴대폰을 아내에게 건네 119 신고를 부탁하고, 본인은 연기가 나는 집으로 뛰어들었다.
조 경위는 연기가 자욱한 집에 A씨 기침 소리를 듣고, 창문을 깨고 안방에 진입했다. A씨를 들쳐업은 조 경위는 마당 밖으로 A씨를 구조했다. 구조 직후 A씨가 "작은 방에 아들이..."라는 말을 하자, 다시 집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불길이 거세져 들어가지 못했다. 불과 1~2분 사이의 일이었다.
당시는 용현면 일대에 강풍이 부는 상황이었다. 조 경위는 이웃집에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 주변의 가재도구 등을 치우는 한편, 이웃집 문을 차고 들어갔다. 조 경위는 큰 소리 자고 있던 어르신들을 깨웠다. 시골에서는 어르신들이 저녁 식사 후 일찍 잠이 드는 것을 직감한 조 경위의 발 빠른 조치였다.
이날 화재는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화재 발생 1시간이 지난 밤 9시31분께 진화됐다. 이날 집안에 있던 60대 남성 B씨는 화재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12일 낮 용현면 금문마을에서 만난 조연제 경위는 비번 날이어서, 화재 안전과 관련해 이웃주민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조 경위는 "경찰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당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르신은 구했으나, B씨를 구하지 못해 안타깝다. 당시 집 내부에서 가스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소중한 인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웃주민들은 조 경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주민은 "안타깝게 그 집 아들이 숨졌지만, 신속하게 불길에 뛰어든 조 경위 덕분에 A씨의 목숨을 살렸고, 화재가 난 집 옆집에 사는 어르신도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조 경위는 사실상 두 집의 인명을 구한 것"이라며 "본인은 모든 인명을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지만, 정말 큰일을 했다. 화재와 관련해 조심해야 하는 일까지 일러주는 이웃이 또 어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