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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 권우성
 
"(아픔을) 끄집어 내는 게 힘들다."

6·25가 발발하기 전 국가보안법과 미군정포고 제2호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받았던 아버지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관동, 진실화해위)로부터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신체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결정이 나자 그의 아들이 한 말이다.

이번 결정이 나온 뒤 고인의 아들에게 소감을 듣기 위해 진실화해위에 문의했더니, 그가 "끄집어내는 게 힘들다"고 했다는 것이다. 70년도 더 지나서야 진실규명이 되면서 소감조차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는 뜻이다.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사건은, 1949년 3월 20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한 해 뒤인 1950년 4월 18일 국가보안법과 미군정포고 제2호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던 심아무개(작고)씨를 말한다.

진실화해위(1기)는 한국전쟁 직후 정부와 국군이 남하하던 1950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부산·마산·진주형무소에 수감됐던 재소자와 보도연맹원들이 CIC와 헌병 등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된 '부산경남 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울 조사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고 심아무개씨의 경우 진실규명 신청한 사실은 없으나, 진실화해위(1기)가 작성한 '위원회 미신청건 대상 마산형무소 희생자 명단'에 그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심씨의 아들이 진실화해위(2기)에 진실규명 신청을 했고, 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4일 조사개시를 결정했으며, 심씨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미군정포고 제2호의 실효성과 위헌·무효 여부 등을 조사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이 제출한 심씨의 '수용자 신분장'과 '나라기록관'을 통해 입수한 형사사건부를 검토하고, 고인이 1949년 3월 20일 진해경찰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같은 달 30일 부산지방검찰청 마산지청 검사의 지휘로 마산형무소에 입감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는 "판결문, 수사·공판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고 진술 가능한 참고인을 확보할 수 없어 수사 과정 중에서 심씨에 대한 고문 등 가혹행위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948년 9월 27일 시행된 '일반사면령'(대통령령 제6호)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 이전 '미군정포고 제2호'를 위반한 자는 사면하고, 이미 기소된 경우 면소 판결을 내려야 했다고 진실화해위는 설명했다.

또 2020년 1월과 2021년 6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포고 제2호의 내용은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고 선고하기도 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심씨에게 적용된 법률 중 '미군정포고 제2호' 위반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일반사면령을 발령·시행했다. 나아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법원이 '미군정포고 제2호' 위반을 적용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심씨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신체의 자유가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는 법률이 잘못 적용된 확정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심 등 피해 회복에 적절한 구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심씨의 아들은 앞으로 아버지와 관련한 재심(형사)에 이어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미군정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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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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