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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홍보 포스터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홍보 포스터 ⓒ 은평시민신문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등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곳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는 60명의 아이와 5명의 교사들이 생활하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곳이다.

갑작스런 코로나 19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이곳은 오히려 운영시간을 늘리며 긴급 돌봄에 나섰다. 마을에서 돌봄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달 30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제작한 박홍열·황다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돌봄 자체가 교육"

- '공동육아' 도토리마을 방과후의 모습을 다큐에 담았는데, 제도권 돌봄인 초등돌봄교실과 공동육아 방과후는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황다은 감독(아래 황 감독) : "초등돌봄교실은 '학교와 학원 사이 시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다 가는 곳'의 느낌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반면 공동육아 방과후는 마을의 일상에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 긴 호흡으로 아이들을 돌봐주고, '돌봄 자체가 교육이다'라는 지향을 두고 있죠."

박홍열 감독(아래 박 감독) :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그 아이가 관계 안에서 더 잘 어우러져 스스로 단단해지는 걸 지향하는 곳이 공동육아 방과후에요. 아이들이 놀이 안에서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로부터 사람과 사회를 배워나가는 거죠. 관계를 배워나가는 건 기관에서 짜준 '프로그램'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 기관에서 제시한 '프로그램' 중심 교육이 지니는 한계를 언급해주셨는데요. 이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습니다.

황 감독 : "도토리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은 영어와 수학이 아닌 일상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에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게 하도록 위해서는 아이의 놀 권리와 배울 권리가 무척 중요해요.

요즘에는 이 권리가 학원이나 컴퓨터 게임들에 맡겨지는 방식으로 외주화돼 있는데요. 공동체 속에서 이웃 아이, 그리고 어른들과 논다는 건 '관계 안'에서 노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 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요즘은 카카오톡의 차단 기능처럼 누군가와의 관계를 차단하는 일이 무척 쉬운 일이 돼 버렸어요." 
   
- 다큐에서는 '아마'라 불리는 학부모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교사 한 분이 직접 만든 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어른들에게도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커 보입니다. 학부모들의 모임이 따로 있는지요.

박 감독 : "공동육아의 경우에는 '아마'들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 꽤 자주 회의를 해요. 그러다 보면 학부모들끼리의 놀이 문화도 형성되고요. 독서 모임이나 우쿨렐레 모임을 열기도 하는데, '아마'가 아닌 마을 주민들도 모임에 참여하죠.

소모임인 만큼 문턱이 없어요. 어른들이 다른 어른들로부터 또 다른 배움의 기회를 얻어요. 이렇게 인디 뮤지션이나 인권 변호사로 일하시는 분까지 다양한 시민들과 만나 소통하다보면 아이만 아이답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도 어른답게 성장할 기회를 얻어요."

황 감독 :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이 들이닥쳤어요. 그런데 여기는 관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마을에서 누군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방역당국보다 더 빨리 정보가 공유됐어요. 많은 아이들이 밀집해서 지냈음에도 코로나가 퍼져나가지 않았던 이유죠. 부모가 확진된 경우에는 이웃들이 그 부모의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기도 했어요. 이건 성미산 마을이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공동체에서든 가능한 이야기일 거예요."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손해 볼 수 있어야"
 
 박홍열, 황다은 감독 (사진 : 스튜디오 그레인풀)
박홍열, 황다은 감독 (사진 : 스튜디오 그레인풀) ⓒ 은평시민신문
 
- 도토리마을 방과후와 같은 마을 공동체나 시설을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박 감독 : "도토리마을 방과후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효율성을 따지려 하고 이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인풋이 있다면 아웃풋이 분명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최근 한 방송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나온 발언을 인상 깊게 들었어요. '선진국이라는 것은 효율성만을 따지기보다는 어떤 문제가 생기기 전에 그것을 예측해서 대비하는 것'이라는 말이었어요."

황 감독 : "큰 사건이 하나 벌어지기 전에 수백 가지의 작은 사건들이 먼저 생긴대요. 그걸 감지해서 큰 사건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큰 사건이 하나 터져야지만 각성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거죠."

- 큰일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해 보이지 않는 지역 공동체나 문화 사업에는 투자를 아낀다는 말씀이시군요.

박 감독 : "그렇죠. 현 정부는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고 있는데 지원을 받는 단체 관계자가 돈을 착복하기까지 했다' 등의 논리를 펴면서 공공성을 효율성의 논리로 덮으려 하고 있어요. 이는 결국 쓸데없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부의 편견이 작용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풋과 아웃풋에 얽매이지 않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아닐까요?

공동체 속의 한 사람이 하나를 얻기 위해선 열을 손해 봐야 해요. 이 손해 본 것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내가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 쌓아놓은 것으로부터 받는 게 있는 거죠. 현재의 품을 내어주어야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거예요."

황 감독 : "공동육아 방과후에서 아이들에게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도 품을 내주는 일과 비슷해요.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인 '분홍이'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한 돌봄 교육의 성과가 지금 당장 발현되지 않아도 언젠가 아이들은 꽃을 피울 거라고 해요.

그런데 사회는 안 보이면 없는 것으로 취급하잖아요. 그래서 마을이 자율적으로 이룬 작은 공동체에는 지원이 끊기고, 공동체들이 생태계가 사라지듯 점점 사라져가요. 현재, 특히 마을 공동체랄 것이 부족한 도심에서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따뜻한 돌봄이 한 가정에만 맡겨지는 숙제가 돼 버렸어요."

-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이번 다큐멘터리에 사람들이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는데요, 차기작을 기대해도 괜찮을까요?

박 감독 : "개봉이 될 진 모르겠지만(웃음), 좋은 가치를 말하면서도 관객들이 더욱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드러나지 않은 가치들을 조명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는 다큐멘터리나 극영화나 어떤 형식으로든 다양한 작업을 해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도토리마을방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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