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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을 상징하는 것은 제법 많다. 역사에서도 용인은 그리 무시해서는 안될 가치 있는 공동체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나 행정사, 나아가 사회 전반에도 용인은 분명 의미 있는 자치단체다.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용인이 최근 들어 한 단어로 귀결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확히 말하면 3~4년 사이다. 반도체다. 여기에 최근 플랫폼 시티란 용어까지 용인을 대신하고 있다.
 
이상일후보 용인시장 당선 
 이상일후보 용인시장 당선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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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상일 시장 신년 브리핑이 열렸다. 사실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롯이 맞이하는 한 해다. 따라서 1년간 계획을 오밀조밀 꼼꼼하게 시민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가 필요했다. 모든 시민을 초대하기 힘들기에 '기자'란 기록하는 사람을 모이게 했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이 시장은 두 시간가량 새해 계획을 밝혔다. 첫 본예산 3조 원 시대를 맞았다는 소식과 함께 복지예산 역시 1조 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예산만 봐도 용인시가 대도시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며, 복지 분야도 다른 도시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이번 브리핑에서'도'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역시나 반도체였으며 플랫폼 시티였다. 비단 이 시장 브리핑뿐만이 아니었다. 전임 시장 역시 신년이면 단골로 꺼내 든 것이 이 두 단어였다.

물론 용인시 경제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홍보하고 행정 중심에 두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 삐딱하게 표현한다면 '마치 내 업적인 양' 자랑도 한번 할 수 있는 꺼리임에도 틀림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가 되면 안 된다. 시민이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다. 처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따라서 시민이 원하는 소식을 빠짐없이 하나하나 다 설명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핵심', '주요'란 단어를 달아 필요한 것만 선택해 설파한다.

시가 핵심이라고, 주요하다고 밝힌 사업은 시민 의지와 무관하게 핵심이 되고, 주요한 사업이 된다. 거대한 형체는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기 마련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도 플랫폼 시티 사업도 분명 역대급 사업비가 들어가는 것임이 분명하다. 조성 후 용인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1995년 용인이 시로 승격할 당시로 올라가 보자. 그 시절 용인시는 인구 24만 명을 약간 넘겼다. 현재 처인구를 중심으로 도시가 조성된 경기 남부 소도시 정도였다. 용인시가 급격히 팽창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기흥구와 수지구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 했다. 한창 언급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나 플랫폼 시티 조성 사업에 절대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변화를 용인시는 이미 경험한 것이다. 한 세대가 아직 바뀌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도 다수 용인 시민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변에 거대한 건물은 많아지고 복잡해진 도로에 차가 즐비하게 다니지만 그것이 소시민 생활에 주는 영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민선 8기 이상일호에 바라는 것이 있다. 과유불급과 정중동,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과도한 홍보는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과도한 기대를 하게 하며, 그 기대는 냉혹한 평가를 낳는다. 이 때문에 조용히 목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낮은 곳으로 임했으면 한다.

용인 미래를 먹고 살릴 산업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용인 시민이 그 혜택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그 영향권 밖에 있는 시민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들만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시민을 챙겨야 한다.

브리핑이란 사전적 의미로 '요점을 간추린 간단한 보고나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점을 간추리기 위해서는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은 곧 서민 생활에서 나온다.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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